“국회의원 선거 전반에서 기후위기가 더 떠올라야 한다. (기후위기가 주요 의제화로 떠오를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 그런데 거기까지 못 간 것 같다. 정말 시간이 없다. 이제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세계적인 생물학자인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유권자와 22대 기후국회, 연결과 확장’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날 행사는 기후시민단체 연합 기후정치바람과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공동 주최했습니다. 정계, 학계 등에서 15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심포지엄이 열린 국회 제1소회의실은 100석 정원에 만석을 채웠고, 자리 없어 돌아간 이들도 있었습니다.
최재천 이사장, 韓 정치권 기후대응 위해 변해야 할 시점 🚨
기조강연을 맡은 최 이사장은 22대 국회가 기후국회로 거듭나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작년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IPCC 6차 보고서는 향후 10년간의 기후대응이 수천 년을 좌우할 것이란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현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이어질 시 2040년 이전에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한단 것이 IPCC의 설명입니다.
최 이사장은 “IPCC 6차 보고서의 결론은 명료하다”며 “이제는 멈칫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그는 “기후대응을 안 하는 곳이 딱 한 곳이 있다. 바로 ‘정치’다”라고 성토했습니다. 유럽 정치권에서는 기후위기를 사회적 의제로 말해야 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기후위기를 말하는 정치인이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온다”고 최 이사장은 지적했습니다.
최 이사장은 “내일 당장 기후재난이 덮쳐도 변명할 시간조차 없다”며 “(기후대응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재난에 빠질지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22대 국회, 기후대응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전환 과정서 안전망 필요” 🌐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4년 5월 30일부터 2028년 5월 29일까지입니다. 22대 국회의원의 임기 4년이 기후대응에 있어 마지막 골든타임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22대 국회가 기후대응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단 걸까요?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22대 국회 임기 중) 연도별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단기·중기·후기로 구분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국회에서 논의됐던 안건들은 여야가 빠르게 합의해 22대 국회에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단 것이 이 소장의 말입니다.
그는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을 예시로 언급했습니다. 재생에너지 문제가 여야의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된 나머지 산업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단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 소장은 “22대 국회가 빠르게 출범해 (재생에너지 산업에) 전환의 이미지를 내세워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노동자 보호 대책 등은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소장은 “(기후대응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인해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정도로 전환이 진행될 시 우리 사회가 감당할 만한 안전망을 갖추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사업은 빠르게 추진하되, 사회 전체를 보호하고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중장기적으로 만들어야 한단 것이 이 소장의 메시지입니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 권한과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단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 소장은 “부담하지 않고선 기후대응이 어렵다”며 “한정된 자원을 누구를 위해 써야 할지 끊임없이 토론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22대 국회, 기후위기 의제화 위해 노력해야”…법적·제도적 뒷받힘 필요 ⚖️
이날 행사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 또한 22대 국회가 기후국회로 거듭나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현할 수 있는 기후정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선 국회에 더 많은 역할이 부여돼야 한단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이건후 건국대 상허교양대 교수는 “21대 국회에서는 인구소멸, 지방소멸 그리고 기후위기가 논의되지 못했다”며 “22대 국회에서 이를 놓치면 이번 심포지엄 같은 행사는 더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이 교수는 “정치가 기후를 구해야 한다”며 “동시에 기후가 정치를 구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기후문제는 다른 사회 쟁점보다 갈등이 덜할뿐더러, 여야 구분 없이 토론과 협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기후위기가 우리 사회 전반의 주류의제로 떠오를 수 있도록 국회가 최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후위기가 통상·산업·물가·안전·복지·먹거리 등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의 기후대응 정책이) 주요국과 비교해 9년 정도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서 대표는 이어 “앉은 자리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숨어있는 1㎜가 눈에 들어오냐 안 들어오냐의 문제다”라고 꼬집었습니다.
22대 국회가 기후국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기존 정책과 제도가 빠르게 바뀌어야 한단 것이 서 대표의 진단입니다.
한편,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의 김승완 대표는 22대 국회에 실행 가능한 입법과 정부와의 협치 등을 주문했습니다. 국회와 정부의 협치에 따라 기후대응 정책의 향방과 속도가 모두 달라진단 것이 김 대표의 설명입니다.
김 대표는 “기후위기는 근본적인 경제 구조의 전환을 말한다”며 “이제는 놓아야 하는 산업과 밀어야 하는 산업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국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란 것.
이어 김 대표는 “어떤 일은 안 되게 하기 쉽지만, 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며 “한 박자로 모두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22대 기후국회, 심포지엄 모아보기]
① 韓 정치, 기후대응 위해 바뀌어야
② 4개 정당 당선인, 기후대응 위해 준비 중인 의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