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항공연료(SAF)’ 대량 생산을 위한 세계 최초의 상업 시설이 미국에서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란자제트는 미 남부 조지아주 소퍼턴에서 SAF 공장 개소식을 가졌다고 지난 1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밝혔습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개소식에는 톰 빌색 농무부 장관 등 각계인사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공장 이름은 ‘프리덤 파인스(Freedom Pines)’입니다. 공장 건설에는 미 정부 예산을 포함해 약 2억 달러(약 2,670억원)의 예산이 소요됐습니다.
란자제트는 이 공장에서 에탄올과 옥수수 등으로 생산된 에탄올과 바이오연료를 SAF로 생산한단 계획입니다.
재생가능 디젤까지 포함해 연간 생산량은 약 1,000만 갤런(약 3,785만 리터)에 달할 것이라고 란자제트는 밝혔습니다. 이중 900만 갤런이 SAF입니다.
항공 부문 탈탄소화 현실 대안으로 부상한 SAF란? 🤔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에너지 부문 배출량에서 항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입니다. 이는 육상 교통 배출량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이지만, 철도·해운 등 다른 운송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파르게 증가했단 것이 IEA의 설명입니다.
항공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탈탄소화가 더 어렵습니다. 전기·수소연료전지 기반 항공기가 개발되고 있으나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기존 항공기를 교체하는 일은 쉽지 않을뿐더러, 각종 규제로 탈탄소 기술의 적용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 등이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SAF가 대두됩니다.
SAF는 폐유·바이오매스·해조류 등으로 만든 항공유입니다.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5년간 민관 파트너십 협력 끝에 나온 에탄올 기반 SAF” 🧪
물론 SAF도 사용하기 어렵단 항공업계가 많습니다.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2.5~8배가량 비쌉니다. 연료가 항공사 총비용의 최대 30%를 차지한단 것을 고려하면, 저가항공사(LLC)일수록 SAF를 선택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SAF 공급업체가 적단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기업이 란자테크입니다.
2005년 뉴질랜드*에서 문을 연 란자테크는 탄소포집과 생명공학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란자테크는 그중에서도 에탄올 연료 전환 기술개발에 주력해 왔습니다.
2018년 란자테크는 ‘란자제트 ATJ’란 기술을 개발합니다. 먼저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가 임업폐기물이나 공장 폐가스에서 포집한 탄소를 에탄올로 변환합니다. 이후 여기에 수소를 합성해 SAF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미국 국립연구소 퍼시픽노스웨트스국립연구소(PNNL)와 협력해 개발됐습니다. 핵심기술 개발에만 15년이 걸렸다고 PNNL은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테크크런치는 “란자테크의 기술개발은 정부 연구기관과 함께 수행된 15년간의 민관파트너십의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란자테크와 PNNL이 만든 SAF는 실제 비행에도 사용됩니다. 그해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영국 런던까지 버진애틀랜틱의 보잉747 기종에 보급됐습니다. 이는 에탄올 기반 SAF를 이용한 최초의 대서양 횡단 비행으로 기록됐습니다.
*현재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본사 이전.
란자테크서 2020년 분사한 ‘란자제트’…“미쓰비시·MS·빌 게이츠가 주목” 💰
SAF의 가능성을 본 란자테크 개발팀이 2020년 분사해 설립한 기업이 란자제트입니다. 제니퍼 홈그렌 란자테크 최고경영자(CEO)는 분사 이유에 대해 “탈탄소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란자테크 분사가 불가피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란자테크가 SAF 원료 확보에 주력하고, 란자제트가 원료를 기반으로 빠르게 생산하는 공정이 구축돼야 한단 것이 홈그렌 CEO의 말입니다.
란자제트 설립 당시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캐나다 화석연료 기업 선코에너지가 대표적입니다.
양사는 SAF 공급 확대를 위해 란자제트에 8,500만 달러(약 1,125억원)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듬해 로열더치쉘과 영국항공(BA)도 투자자로 참여합니다. 이와 별개로 미 에너지부도 연구개발(R&D)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원했습니다.
란자제트의 이름이 더 유명해진 계기는 2022년입니다. 그해 1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후혁신기금이 란자제트에 5,000만 달러(약 660억원)를 투자합니다. 같은해 10월 MS 설립자 빌 게이츠의 투자사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가 시설 건설을 위해 5,000만 달러를 지원합니다.
시장조사기관 딜룸에 따르면, 란자제트가 에너지부와 MS 등으로부터 현재까지 투자받은 금액은 총 1억 1,400만 달러(약 1,500억원)에 이릅니다.
란자제트, SAF 10년치 판매 계약 체결…“美 IRA 통해 세액공제 혜택” ✈️
여러 투자와 시설 확장 끝에 이번에 상업 생산을 개시한 란자제트의 프리덤 파인스 공장.
란자제트는 이미 자사가 생산할 모든 연료에 대해 10년간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설은 올해 1분기에 완전 가동될 예정입니다.
개소식에 참석한 홈그렌 CEO는 “에너지 전환이 실시간으로 가속화되고 있단 증거”라고 평가했습니다.
같은날 미 에너지부 또한 “프리럼 파인스 공장 개소는 ‘SAF 그랜드 챌린지’를 충족하는 중요 이정표”라고 평가했습니다.
미 에너지부와 농무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2021년 발족한 SAF 그랜드 챌린지는 2050년까지 미 항공유 수요 전량을 SAF로 충당하겠단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SAF 중장기 목표와 로드맵이 담겨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SAF 생산 확대를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 항공유보다 전체수명주기(LCA)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소 50% 낮은 SAF는 갤런당 1.25~1.75달러(약 1,600~2,300원)의 세액공제를 받습니다.
2050년 SAF 수요 4,490억 톤, 정작 공급은? 📊
물론 SAF 수요와 생산 간의 커다란 격차가 있단 것이 업계의 지적입니다. 이 격차가 해소되기 위해선 정부 지원과 규제 해소가 필요하단 제언이 나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 전 세계 SAF 생산량이 18억 7,500만 리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것입니다. 150만 톤은 전체 항공연료 수요의 0.53%에 불과하다고 IATA는 지적했습니다.
반면, 수요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IATA는 세계 SAF 수요가 2025년 80억 톤에서 2030년 230억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50년에는 4,490억 톤까지 늘어납니다.
미국 IRA에 따른 세액공제와 유럽연합(EU)의 SAF 항공유 의무 포함 비율 때문입니다. EU는 SAF 항공유 의무 포함 비율을 2025년 2%에서 2050년 70%까지 늘린단 목표입니다.
“석유사업법 개정안 국회 통과”…韓 정유사 SAF 생산 더 이상 ‘불법’ 아냐 ⚖️
이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도 SAF 생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단 계획입니다.
항공유는 국내 정유사의 주력 수출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대한석유협회에 의하면, 2022년 석유제품 수출액 74조 원 중 18%가 항공유입니다.
앞서 국내 정유사들은 SAF를 생산할 법적 근거가 미비했습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은 정유사가 석유를 정제해 석유 제품을 제조한 것만 사업으로 규정했습니다. 폐식용유나 에탄올 등으로 만든 SAF를 생산할 경우 불법에 해당됐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4일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유사들의 SAF 개발에 속도가 붙게 됐습니다. 개정안에는 석유정제 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 투입 허용과 정부 지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며, 시행은 공포 6개월 이후부터입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은 SAF 생산시설 확보 및 R&D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SAF 상업 생산을 목표로 울산 생산거점(CLX)에 관련 설비를 구축 중입니다. 이와 별개로 미국 펄크럼에너지에 260억 원을 투자해 생활폐기물을 활용한 합성원유 생산을 준비 중입니다.
한편, 지난달 24일 국내 정유업계 4사(SK에너지·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6조 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