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미국에서만 기후테크 산업에 110억 달러(약 14조 9,120억원)가 투자됐단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최근 SVB가 발표한 ‘2024 기후테크 미래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SVB는 2021년부터 기후테크 산업 내 투자 동향과 트렌드를 분석한 연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17일 그리니엄이 이번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녹색철강이나 지속가능 항공유(SAF) 같은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군으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45Q(탄소포집 세액공제) 같은 미 정부의 경제적 인센티브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발휘하기 시작했단 것이 기관의 분석입니다.
탄소포집·탄소회계나 같은 카본테크 역시 떠오르는 분야였습니다. 특히, 탄소회계 스타트업들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발표를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기후데이터 수집 등 기후적응 산업도 또한 빠르게 투자금이 몰리는 기후테크 산업군으로 꼽혔습니다.
SVB, 기후테크 산업 내 새로운 지평선 열어줄 4가지는? 🤔
한편, SVB는 기후테크 산업 내에서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산업군을 선별해 소개했습니다.
각 분야 내 기후대응 기술이 발전하고 있을뿐더러, 기술 확장성이나 효과성 모두 잠재성이 높아 투자자들이 눈여겨보고 있단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SVB가 언급한 분야는 ①핵융합 ②소형모듈원전(SMR) ③지열발전 ④해양발전 순입니다.
기관은 이와 관련해 “기후테크 산업 내에서도 새로운 지평선을 열 분야”라고 소개했습니다.

⚡ 핵융합|43개 기업 핵융합 연구…49억 달러 이상 투자금 몰려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 핵융합에 성공할 시 탄소나 방사성 물질 배출이 적은 청정에너지를 무한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단,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선 1억℃ 이상의 플라스마 상태가 필요합니다.
그간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핵융합 에너지는 2022년 12월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미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에서 핵융합 점화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점화란 첫 핵융합 반응 이후 추가 에너지 투입 없이 연이어 융합 반응이 이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연구의 중대한 이정표로 여겨집니다. LLNL은 지난해까지 총 3차례에 걸쳐 핵융합 점화에 성공했습니다.
SVB는 “장기적인 관점과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투자사들이 핵융합의 가능성을 보고 여러 큰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VB가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2024년 1분기까지 핵융합 분야에 몰린 세계 벤처캐피털(VC) 투자금은 49억 달러(약 6조 5,385억원)입니다.
미국 핵융합산업협회(FIA)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43개 기업이 핵융합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2023년에만 13개 기업이 스텔스 모드*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텔스 모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를 일정 기간 비밀로 유지하는 스타트업을 뜻한다.
🇺🇸 블루레이퓨전|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설립한 신생 스타트업
지난 3월 블루레이전퓨전(BLF)이란 핵융합 스타트업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BLF는 2022년 미국에서 설립된 핵융합 개발 스타트업입니다.
일본계 미국인 출신의 전자공학자인 나카무라 슈지 박사가 설립했습니다. 그는 201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입니다. 창업 후 불과 1년만에 투자사 등으로부터 3,750만 달러(약 508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유치해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 헬리온에너지|2028년까지 핵융합 상용화…MS에 50㎿ 전력 공급 계약
대표적인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 역시 기술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3년 설립된 기업으로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만 5억 7,780만 달러(약 7,830억원)에 이릅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MS는 2028년부터 헬리온에너지의 핵융합발전소를 통해 매년 최소 50㎿(메가와트)의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기념비적인 성과 달성”…가장 많은 투자금 유치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CFS)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8년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스핀오프(분사)해 설립된 핵융합 스타트업입니다. 빌 게이츠나 제프 베이조스 등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자본만 20억 달러(약 2조 7,100억원)에 이릅니다.
투자액만 보면 핵융합 기술개발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자본을 유치한 곳입니다. CFS는 최근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핵융합 실험 결과 “기념비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추가 실험이 예정돼 있습니다.

💡 소형모듈원전|20억 달러 투자 유치…현실은?
SVB는 소형모듈원전(SMR) 같은 핵분열 기술 역시 떠오르는 분야로 소개했습니다.
SMR은 말 그대로 규모가 작은 원자로를 뜻합니다. 기관은 “최근 혁신을 통해 크기가 50㎿ 미만인 원자로도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SMR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SMR 개발 등 핵분열 스타트업이 유치한 전 세계 투자금만 19억 달러(약 2조 5,755억원)에 이릅니다.
SMR은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 뉴스케일파워|美 SMR 사업 무산 후 고전…주가 연이어 하락
2007년 미국에서 문을 연 SMR 개발 기업입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최초로 SMR 설계를 인증받았습니다. 두산에너지빌리티와 삼성물산 등 국내 기업도 뉴스케일파워에 지분 투자한 상태입니다.
허나, 미 중서부에서 추진하던 뉴스케일파워의 첫 SMR 개발 사업은 무산된 상태입니다. 공급망 대란 여파로 건설비가 급증한 가운데 전력구매 계약자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난 16일 미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 아이스버그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뉴스케일파워는 비용 문제로 (미 사업 무산 후) 단 1건의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꼬집었습니다.
나아가 “미 원자력규제위로부터 인증받은 SMR 설계 인증이 투자자들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루마니아에서 추진 중인 뉴스케일파워의 SMR 사업 역시 허황됐단 것이 기관의 주장입니다.
진위 여부가 추가로 확인돼야 하나 보고서 공개 직후 뉴스케일파워 주가는 이날(16일) 하루 13% 급락했습니다.
🇺🇸 오클로|올트먼 CEO 투자·상장 이끌어…뉴욕 상장 첫날 주가 54% 폭락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투자해 화제를 모은 오클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SMR을 개발해 건설한 뒤 자체 생산한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7년 첫 SMR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지난 10일 오클로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이하 스팩)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습니다. 합병한 스팩 기업은 올트먼이 설립한 곳입니다.
거래 첫날(10일) 오클로 주가는 약 54% 급락했습니다.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는 상태에서 증시 상장을 서두른 결과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단, 오클로는 우회 상장을 통해 3억 6,000만 달러(약 4,880억원) 규모의 자본을 유치했습니다.

🌎 지열발전|美 에너지부·국방부, 막대한 R&D 보조금 투자
지열발전 역시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기후테크 산업 중 하나입니다.
이는 미 에너지부의 청정기술개발 프로그램 는 ‘에너지 어스샷(Energy Earthshot)’과도 연관돼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후대응을 위해 과학·기술적 장벽을 극복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프로그램에 선정된 기술 중 하나가 지열발전입니다. 지열발전에 1억 6,500만 달러(약 2,235억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최근에는 미 국방부도 지열발전 기술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상이변이나 적의 공격으로 기존 전력망 운영이 중단되더라도 지열발전을 통해 군사 기지 내 전력을 공급한단 것이 미 국방부의 구상입니다.
미 공군만 하더라도 최근 의회로부터 차세대 지열발전 타당성 연구조사를 위해 740만 달러(약 1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미 육군 역시 2035년까지 모든 군사 기지에 자체 전력망을 구축한단 목표를 갖고 지열발전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SVB에 의하면, 지열발전과 관련된 투자금만 약 20억 달러에 이릅니다. 우리돈으로 약 2조 7,100억 원 규모입니다.
🇺🇸 퍼보에너지|ESG 상용화, 언제 어디서나 지열발전 가능하게 만들어
지열발전 스타트업 중에서 단연 선두에 있는 곳은 퍼보에너지입니다. 미 에너지부와 국방부 모두로부터 지열발전 관련 보조금을 지원받은 기업입니다.
2017년 설립된 퍼보에너지는 ‘인공저류층생성기술(EGS)’ 상용화에 성공한 곳으로 꼽힙니다. 이 기술은 수압파쇄 등을 통해 지구상 어디에서나 지열발전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현재 네바다주에서 ‘프로젝트 레드(Project Red)’란 지열발전소를 운영 중입니다. 약 3.5㎿ 규모입니다. 구글이 해당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퍼보에너지는 현재 유타주에도 지열발전소를 건설 중입니다.

🌊 해양발전|초기 단계 기술…IRENA “기술 잠재성 높아”
마지막으로 해양발전입니다. 파력이나 조력발전 등이 포함됩니다.
SVB는 “현재 해양발전 발전량이 세계적으로 약 500㎿에 불과하다”면서도 “그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해양발전의 잠재성에 대해 “세계 전체 전력수요의 2배를 감당하고도 남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파력·조력발전 등 해양발전은 기술개발과 송전망 연결 어려움 등으로 인해 개별 스타트업이 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단 한계가 있습니다.
SVB는 그럼에도 “해양발전 기술 역시 확장되고 있다”며 “추후에는 석탄발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재까지 해양발전 분야에 몰린 투자금 규모는 1,900만 달러(약 257억원) 수준에 그칩니다.
[SVB 2024년 기후테크 미래 보고서 모아보기]
① ESG 역풍 속 美, 1분기 기후테크에 110억 달러 투자
② “새로운 지평 열 것” 실리콘밸리은행이 꼽은 차세대 기후테크 산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