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 세계 투자 시장은 ‘혹한기’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투자 시장 전반이 얼어붙었고, 투자 위축으로 일부 산업에서는 폐업 또는 사업 축소가 잇따랐습니다. 벤처캐피털(VC) 또한 기관투자자(LP) 등 펀드 출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같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기후테크 산업은 선방했단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해 기후테크 기업의 평균 직원 증가율은 타 산업을 압도했을뿐더러, 특허 기술 또한 가장 많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테크 산업 내 수익률 또한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VC 새로운 기회’ 보고서를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피치북은 “10개 산업을 분석한 결과, 기후테크 산업은 전망이 6번째로 좋은 산업군”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수익 안정화란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피치북, 기후테크 산업 전망 6번째로 좋아…“연간 기대 수익률 개선” 💰
피치북은 초기 투자 단계 스타트업(시드·시리즈 A·시리즈 B)을 대상으로 산업군별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피치북이 분석한 산업군은 크게 10개입니다.
①인공지능·머신러닝(AI·ML) ②사이버보안 ③기후테크 ④애그테크 ⑤푸드테크 ⑥핀테크 ⑦사물인터넷(IoT) ⑧모빌리티 ⑨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⑩게임 등입니다.
피치북은 교차 업종 평균값(23.1%)*을 기준으로 산업군별 기대 수익률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10개 산업 중 SaaS 산업은 연간 5.5%의 순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사이버보안(1.1%), 게임(0.8%), AI·ML(0.4%), 핀테크(0.2%)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피치북은 “초기 단계 SaaS 기업은 78.2%의 수익률로 성공적으로 엑싯(투자 후 출구전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기후테크 산업의 연간 기대 수익률은 0%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피치북은 “2017년 비슷한 조사에서 기후테크 산업의 연간 기대 수익률은 마이너스(–2.2%)로 가장 최악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SaaS 산업이 상위권인 것은 맞지만 수익률 측면에서 가장 큰 개선을 보인 것은 기후테크 산업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IoT 산업 연간 기대 수익률은 –2.7%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애그테크와 푸드테크 산업 또한 공동 –2.3%로 나타났습니다. 모빌리티 산업 또한 –0.7%로 기대 수익률이 낮았습니다.
*2000~2021년까지 거래에서 파생된 값.
10개 산업 중 기후테크 산업서 평균 직원수 ↑…기술별 투자 매력도는? 🤔
지난해 기후테크 산업 내 평균 직원 수 증가율은 20%에 이르렀습니다. 교차 업계 평균보다 8.8%를 상회한 것입니다.
전체 특허 출원에서 기후테크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5%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입니다.
더불어 VC 투자와 가치평가 또한 기후테크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비교적 잘 유지된 편이라고 피치북은 덧붙였습니다.
한편, 기후대응 기술 중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엇갈렸습니다.
가령 DAC(직접공기포집) 등 탄소기술이 가장 많은 관심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MRV(측정·보고·검증) 체계 기술개발, 탄소회계 스타트업도 포함됩니다.
이어 전기자동차, 산업, 토지 순으로 높았습니다. 청정연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비교적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까지 급성장한 기후테크 산업…피치북 “여러 역풍에 직면” 💸
2023년까지 기후테크 산업은 전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졌습니다. 피치북은 “기후테크 산업 내 VC 투자는 2021년부터 2022년 말까지 빠르게 증가했다”며 “기후대응 기술 필요성에 대한 수요 증가와 VC 시장 상황 덕분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국가 차원의 기후테크 산업 육성 정책이 정책 환경 변화의 촉매제가 됐다”고 피치북은 덧붙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지난해까지의 시장 총평이 담긴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요?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피치북은 별도 분석을 통해 “기후테크 산업이 여러 역풍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우회 입성한 기후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몰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스팩 붐이 꺼졌단 것. 다른 산업군도 마찬가지이나, 기후테크 기업 하락세는 업계 평균보다 큽니다.
또 기후테크 기업들의 주식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단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 21일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은 주가가 하루만에 46% 하락했습니다. 올해 생산 대수가 예상보다 낮거나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뿐더러, 회사 인력을 10% 감축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경쟁사인 피스커 또한 회사 자금 상황이 나빠져 전체 직원의 15%를 해고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마찬가지로 판매 부진에 따른 고전이 큽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일본 닛산자동차가 피스커와 자본 제휴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닛산은 이번 자본 제휴에 4억 달러(약 5,3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다른 역풍은 현재 에너지 시장과 기후테크 산업의 목표가 불일치하단 것입니다. 피치북은 “화석연료 대기업이 핵심 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며 “이는 되려 저탄소 투자 같은 기후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 광택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전기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단 점도 기후테크 기업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단 점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이같은 역풍이 곧 후기 단계에 있는 기후테크 기업에게도 영향을 미친단 것이 피치북의 설명입니다.
“꿈이 아닌 현실에 직면할 시점”…기술개발·경제성 고려한 기후테크 투자 ↑ 🎭
그럼에도 기후테크 산업 내 채용률과 투자가 계속되는 것은 희소식이라고 피치북은 진단했습니다.
보고서에서 기후테크 산업 부문을 작성한 존 맥도나 피치북 분석가는 “주요 정책과 규제가 역사상 어느때보다 기후테크 산업을 지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민간에서도 기후 부문 기술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자본을 투자하고 있단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한편, 맥도나 분석가는 최근 투자자들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기업실사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 결과, 로드맵, 허가 계획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초기 기후테크 기업 투자사 컨그루언트벤처스 공동설립자 겸 운영 파트너인 아베 요켈은 “(과거에는) 기후테크 기업들이 재정적 측면이 아닌 꿈을 판매하는 일이 많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요켈 파트너는 이어 “향후 상장할 기후테크 기업은 최신 5개년 비전이 아니라 탄탄한 수익과 성장성 그리고 건전한 경제성을 기준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