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전 세계 기후테크 산업에 81억 달러(약 11조원)가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에 57억 달러(약 7조 7,900억원)가 투자된 것과 비교하면 투자가 크게 몰린 것입니다.
세계 벤처 투자시장 침체기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으나, 기후테크 산업으로 여전히 투자가 몰리고 있는 신호란 분석이 나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거래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거래의 경우 전체 투자규모 합산에서 제외됐습니다.
9일 그리니엄이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올해 1분기 세계 기후테크 산업 내 총거래 건수는 24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습니다.
직전 분기(2023년 4분기) 거래 건수 305건과 비교해도 최저치란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다만, 벤처캐피털(VC) 등 주요 투자자 상당수는 매년 하반기에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단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거래 건수는 줄었으나 소수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이끌었단 것이 피치북의 분석입니다.
“유럽·북미, 기후테크 투자 이끌어”…3개 투자사가 243곳 중 223곳 투자 💰
지역별로 보면 유럽과 북미 내 기후테크 투자 거래 건수는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또 두 지역이 기후테크 산업 내 투자를 이끌고 있단 점도 유지되고 있다고 기관은 설명했습니다.
또 두 지역의 거래 건수가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고 피치북은 강조했습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거래 규모로 보면 시드·시리즈 A 등 초기 단계 기후테크 기업에서 거래가 주로 이뤄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피치북은 올해 1분기 가장 많은 거래를 성사한 초기 단계 기후테크 투자사 3곳을 꼽았습니다.
▲클라이밋캐피털 94건 ▲로워카본캐피털 70건 ▲SOSV 59건 순입니다. 3곳 모두 미국에 소재한 초기 기후테크 전문 투자사입니다. 1분기 기후테크 투자 243건 중 223건(92%)이 3곳을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SOSV는 지난해에도 기후테크 투자 건수 기준 상위 투자사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반면, 투자액 상당수는 시리즈 C·D 등 후기 단계 기후테크 기업에 주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 탈탄소화 부문에 미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가 도움을 줬단 것이 피치북의 분석입니다.
덕분에 투자금 상당수가 기후테크 산업 내에서도 녹색철강이나 광물, 배터리 같은 소재 부문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기관은 설명했습니다.
2024년 1분기, 가장 큰 거래 유치한 기후테크 상위 5개 기업은? 🤔
그렇다면 올해 1분기 가장 큰 거래를 유치한 기후테크 기업은 어디였을까요?
상위 5개 기업만 꼽아 살펴봤습니다.
🇸🇪 H2GS|52억 달러 유치…스웨덴에 세계 최대 수소환원제철소 건설 중
지난 1월 스웨덴 녹색철강 기업 H2그린스틸(H2GS)이 52억 달러(약 7조원) 조달에 성공하며 올해 가장 큰 투자금을 유치한 기후테크 기업 1위로 등극했습니다. H2GS는 지난해에도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상위 기후테크 기업이었습니다.
H2GS는 현재 스웨덴 최북단 노르보텐주 보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환원제철소를 건설 중입니다.
일명 ‘보덴제철소’는 2025년초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공장 건설을 위해 현재까지 모은 투자금만 69억 달러(약 9조 4,385억원)에 이릅니다.
석탄 대신 그린수소로 철강을 생산함으로써 탄소배출량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단 것이 H2GS의 주장입니다. 보덴제철소 가동 시 초기 녹색철강 생산 규모는 연간 25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사측은 내다봤습니다.
🇺🇸 어센드엘리먼츠|7.4억 달러 투자, 美 켄터키주에 공장 건설
2위는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어센드엘리먼츠가 꼽혔습니다. SK에코플랜트가 최대주주로 투자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2015년 설립된 이 기업은 폐배터리에서 희소금속을 개별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또 불순물만 따로 제거해 공침을 통해 양극재용 전구체도 생산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기존 공정과 비교해 배출량을 최대 약 49%까지 줄일 수 있단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올해 4월 사측은 투자사 및 미 정부 지원 등을 모두 합쳐 7억 4,0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합작펀드 ‘탈탄소화 파트너 펀드 I’가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해당 투자금을 기반으로 현재 미 켄터키주에 북미 최초 양극재용 전구체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약 75만 대 분량의 전기자동차에 전구체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나트론에너지|리튬 아닌 ‘나트륨’ 기반 배터리 대량생산 시작
3위는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나트론에너지에게 돌아갔습니다. 2013년 설립된 배터리 전문 기업입니다. 리튬이온배터리 대신 ‘나트륨’을 사용해 기존보다 훨씬 더 빠르게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한 곳입니다.
재료가 구하기 쉬울뿐더러, 기존 리튬 채굴보다 환경 영향이 낮단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나트론에너지는 최근 미 북부 미시간주 홀랜드에 있는 제조시설에서 나트륨이온배터리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공장 건설을 위해 사측은 1억 8,900만 달러(약 2,585억원) 상당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 라일락솔루션|염수에서 ‘리튬’만 직접 추출 기술…빌 게이츠도 반해
4위 역시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차지했습니다.
2016년 설립된 라일락솔루션입니다. 직접리튬추출기술(DLE)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금 호수를 증발시켜 리튬을 얻는 기존 방식과 달리, 물에서 리튬만 흡착하는 기술입니다.
더 낮은 농도에서 리튬 추출이 가능하고 생산 시간도 기존보다 단축될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허나, 물과 에너지소비량이 높아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라일락솔루션은 주요 기업 중에서도 DLE 기술의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점처지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스루에너지벤처스(BEV)의 주도 아래 시리즈 C 투자가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올해 2월 1억 4,500만 달러(약 1,983억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 워터쉐드|美 6대 은행 중 4곳이 사용하는 탄소회계 소프트웨어
마지막 5위는 탄소회계 스타트업 워터쉐드에게 돌아갔습니다. 투자금 기준, 상위 명단에 오른 탄소회계 스타트업은 워터쉐드가 처음입니다.
워터쉐드는 2019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입니다.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및 지속가능성 보고에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곳입니다. 이에 사측은 자사를 ‘지속가능성 플랫폼’이라고 소개합니다.
스포티파이, 제너럴밀스 같은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습니다. 또 미국 상위 6개 은행 중 4개 은행이 워터쉐드의 탄소회계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입니다.
워터쉐드는 지난 2월 시리즈 C 투자 결과, 1억 달러(약 1,365억원) 규모의 투자 자본금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앨 고어 미국 전(前) 부통령이 투자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피치북 “탄소제거 기술개발 속도 빨라…투자자 이목 ↑” 📈
DAC(직접공기포집) 등 탄소제거 기술 역시 주목할만합니다.
DAC 기술을 연구 중인 미국 카본캡처가 시리즈 A에서 8,000만 달러(약 1,09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투자는 지난 3월 이뤄졌습니다.
사우디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와 글로벌 대기업 아마존의 기후서약기금(CPF)이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카본캡처는 미 중서부 와이오밍주에 모듈형 컨테이너로 구성된 DAC 시설, 일명 ‘프로젝트 바이슨(Project Bison)’을 추진 중입니다. 해당 시설에서 나오기로 예정된 2,600만 톤 규모의 탄소제거 크레딧은 이미 판매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 시설은 당초 지난해말부터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에너지 수급과 규제당국과의 절차적 문제 등으로 인해 건설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사측은 투자금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바이슨 건설과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피치북은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영구 탄소제거 기술을 보다 정교하고 빠르게 개발 중에 있다”며 “더 많은 투자자가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10개 산업군 중 6번째로 전망 좋은 기후테크 산업, 관건은 ‘죽음의 계곡’ 💸
피치북은 주요 10개 산업군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기후테크 산업이 6번째로 전망이 좋은 분야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다만, 수익 안정화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기관은 조언했습니다. 다른 시장조사기관 사이트라인클라이밋(구 CTVC) 또한 수익화 문제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최초 시설(FOAK·First OF A Kind)’과 관련해 투자사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단 뜻입니다. 초기 성장 단계에 있는 기후테크 기업이 공장 건설에만 최소 3,000만 유로(약 453억원)가 필요한 것으로 기관은 전망한 바 있습니다.
쉽게 말해 수익화에 실패해 ‘죽음의 계곡(데스밸리·Death Valley)’을 넘지 못하고 많은 기후테크 기업이 문을 닫는단 것.
이 때문에 초기 단계 이후 기후테크 기업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자금이 투자돼야 한다고 기관은 피력했습니다.
👉 ‘죽음의 계곡’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투자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