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순환경제 규제 본격 가동…글로벌 기업 ‘대전환’ 시작

4대 핵심 법안 시행에 이어 ‘순환경제법’ 입법 논의 시작

유럽연합(EU)의 주요 순환경제 규제가 2025년을 기점으로 본격 시행됩니다.

5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EU가 순환경제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환경규제들이 올해 본격 시행될 예정입니다.

①‘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②‘포장·포장재 폐기물 지침 강화 개정안(PPWR)’ ③‘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안(ESPR)’ ④‘그린클레임 지침(GCD)’ 순입니다.

이같은 EU 순환경제 규제의 핵심은 제품 전 주기에 걸친 지속가능성 확보입니다. 각 규제는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EU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EU의 영향력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역내 순환경제 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EU 역내는 물론 한국 등 EU 역외 기업들의 대응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CSRD|2025년 1월 본격 시행

우선, 올해 EU 역내 상장 대기업을 대상으로 CSRD가 적용·시행됩니다. CSRD는 EU의 대표적인 ESG 정보 공시 규제입니다. 기업의 지속가능 정보를 재무제표처럼 계량화하여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2025년에만 약 1만 1,000개 기업이 첫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 역시 EU에 상장된 자회사를 보유했다면 당장 올해부터 CSRD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해당하는 기업은 매년 재무제표를 작성하듯이, 환경 성과도 표준화된 형태로 공시해야 합니다. 공시 사항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후 관련 정보 외에도 순환경제 관련 지표도 요구됩니다. 자원 사용량·재활용률·폐기물 발생량 등 구체적 지표들이 포함됐습니다.

EU 상장 대기업 외의 기업에는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됩니다. 단, 전문가들은 데이터 수집 체계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조기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이 추진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4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했습니다. 단, 도입 시기·범주 등을 두고 의견차가 큰 상황입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기후공시 도입 시기는 ‘2026년 이후’이지만 구체적인 도입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재계에서는 비용부담을 이유로 2029년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PPWR|이달 중 발효…내년 8월 적용 전망

작년 11월 채택된 PPWR은 오는 11일 발효를 앞두고 있습니다. EU 입법 절차에 따라 발효 18개월 뒤인 2026년 8월부터 적용됩니다.

PPWR은 기존 포장재 지침을 강화한 개정안입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규제를 목표로 합니다. 주요 내용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사용을 EU 역내에서 금지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과일·채소에 사용되는 비닐뿐만 아니라 제품에 부착되는 모든 라벨이 포함됩니다.

이에 따라 EU는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 사용을 제한하고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합니다.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는 70% 이상, 경제성 있게 재활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EU·수입 제품은 EU 시장에 출시될 수 없습니다.

또한 2030년부터는 재활용 소재의 최소 사용 비율도 의무화됩니다. 제품에 따라 10%에서 최대 35%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2040년에는 최소 25%에서 최대 65%로 상향됩니다.

EU는 PPWR 이행을 위한 ‘재활용 설계 지침’을 2028년 1월 1일까지 마련한단 계획입니다.

ESPR|2025년 2분기 실행계획 공개

작년 7월 발효된 ESPR은 올해 2분기 첫 실행계획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EU 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제도입니다. EU 역내 제품 판매를 위한 인증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첫 실행계획에는 ESPR이 적용되는 제품 목록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EU 집행위원회의 그간 논의에 따르면, ①섬유(의류·신발) ②철강 ③알루미늄 ④가구(매트리스 등) ⑤타이어 ⑥세제 ⑦페인트 ⑧윤활유 ⑨화학물질 ⑩정보통신기술(ICT) 제품군 등이 유력합니다. 이후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더 많은 제품이 추가됩니다.

EU 집행위는 ESPR의 핵심인 ‘디지털제품여권(DPP)’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2027년 7월 본격 도입될 전망입니다. 디지털제품여권은 상품의 생산·유통·소비·폐기 등 제품 전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로 수집하여 제품에 부착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식품의 영양성분표처럼 제품의 환경 영향과 순환성 정보를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의류 제품은 ▲소재 ▲생산 과정의 환경 영향 ▲수선 가능성 ▲재활용 방법 등의 정보를 포함해야 합니다. EU는 이를 통해 제품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 산업계 역시 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에 디지털제품여권 대응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이 산업통상자원부 등 국내 부처의 계획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유관 단체 역시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국내 수출기업들의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GCD|연내 최종 합의 전망…빠르면 2026년 시행

GCD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의 친환경 주장과 표기를 과학적인 증거로 입증하도록 강제하는 규제입니다. 국내에서는 ‘친환경 표시지침’으로 불립니다.

무분별한 친환경 인증제도 난립으로 인한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제품의 환경성 주장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GCD는 작년 3월과 6월 각각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를 통과했습니다. 현재 유럽의회와 이사회 간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최종 합의가 완료되면 발효 18개월 뒤부터 시행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026년 시행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기업이 제품의 환경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광고하는 행위가 엄격히 제한될 예정입니다. EU 시장에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려는 국내 기업은 제품의 환경적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친환경 주장을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탄소중립, 기후중립 등의 용어 사용이 엄격히 규제됩니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제품을 구별하도록 돕고, 환경친화적 제품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EU 순환경제법|2026년 제정 목표

한편, EU 집행위는 순환경제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해 신규 법안 제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일명 ‘순환경제법’입니다.

재활용 촉진과 폐기물 감소, 자원 효율성 개선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2차 원자재 시장 활성화와 단일 폐기물 시장 구축을 통해 순환경제의 경제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당초 EU는 2020년 도입한 ‘순환경제 실행계획’을 기반으로 순환경제 전환을 이끌어 왔습니다. 순환경제법은 앞서 발효된 규제들을 통합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체적인 법안은 2026년 발표될 예정입니다.

또한, 순환경제법은 ‘지침(Directive)’이 아닌 ‘규정(Regulation)’으로 마련돼 더 빠른 정책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27개 EU 회원국의 국내법 반영이 필요한 지침과 달리, 규제는 제정 즉시 모든 회원국에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구리, 리튬 등 핵심 원자재의 2차 시장 수요 창출과 단일 폐기물 시장 구축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순환적 재활용을 촉진하여 EU의 전략적 자율성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순환경제 정책 “통합적 대응 필요”

EU의 순환경제 규제를 종합하면,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작동한다는 특징이 드러납니다.

ESPR에 따른 제품 설계 개선은 재활용을 용이하게 만들고, 이는 다시 순환경제법이 목표로 하는 2차 원자재 시장 활성화에 기여합니다. CSRD는 이러한 노력들의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GCD는 시장의 신뢰성을 확보합니다.

각각의 규제가 서로 다른 측면을 보완하면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입니다. 특히, ESPR의 경우 EU 시장에 진입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되어 사실상의 글로벌 표준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기업 역시 EU 순환경제 규제에 대해 개별적이 아닌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품 설계부터 데이터 관리,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과제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재제조, 제품 서비스화, 고품질 재생 원료 시장 등 새로운 사업 기회도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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