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사업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기업 또한 유럽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의무 공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지난 21일 삼정KPMG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및 온라인에서 개최한 ‘유럽 ESG 정보공시 대응 세미나’에서 황정환 삼정KPMG 상무는 이같이 밝혔습니다.
황 상무는 한국 기업이 유럽연합(EU) 내 법인이 없다 하더라도 “직간접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용 대상 기업의 공급망이 되면 정보 제공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세미나는 EU의 대표적인 ESG 정보 공시 규제인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의 도입 현황과 사례가 중점적으로 소개됐습니다.
ESG 공시 도입 과정에서 겪는 문제와 국내 기업의 이행 방안, 유럽 진출 해외 기업의 대응 사례 등도 공유됐습니다.
삼정KPMG, ESG 공시 전환 국면 “韓 기업 대응 시간 촉박” ⏰
황 상무는 현재 ESG 공시가 3가지 중요한 전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단 점을 짚었습니다.
첫째, 각 지역별로 ESG 의무 공시가 진행되고 있단 것입니다. EU의 CSRD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가 대표적입니다. 아시아 지역은 지배적인 규제가 없는 상황이나, 22027년까지 ESG 의무 공시가 진행될 것으로 황 상무는 전망했습니다.
둘째, 지속가능성 보고가 재무연계화되고 있단 것입니다.
이전까지 보고 주제가 방대했던 사회공헌활동(CSR)과 달리 재무 정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황 상무는 “홍보활동(PR)이 아니라 기업설명활동(IR)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은 표준화입니다. 현재 ESG 공시 기준은 CSRD와 SEC의 기후공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ESG 공시 기준 등으로 정비되고 있습니다.
황 상무는 ESG 공시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기업들의 준비가 안 됐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ESG 공시 도입이 2026년 이후로 연기된 상황입니다. 2026년 도입될 경우, 2025년까지는 공시 준비가 완료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에 “유럽에서도 ESG 공시 프로젝트에 18개월이 걸렸다”며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것이 황 상무의 제언입니다.
“EU CSRD, 게임체인저 될 것”…시장우위·가치창출 계기 삼아야 🇪🇺
“CSRD는 규정 준수가 아닌 게임체인저다.”
고란 마자르 KPMG 유럽 ESG 총괄은 여러 ESG 공시기준 중에서도 CSRD의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습니다.
CSRD는 가장 포괄적인 ESG 지침입니다. CSRD를 충족하면 SEC의 기후공시와 캘리포니아주 탄소배출량 공시, ISSB ESG 공시 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단 것이 마자르 총괄의 설명입니다.
나아가 CSRD가 시장우위를 점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CSRD 공시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 포인트(종류)는 1,600여개가 넘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어떻게 새로운 기업 가치 창출에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단 것.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경영진이 참여해 다부서의 협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EU 자회사 보유 韓 기업, CSRD 당장 2025년부터 적용 가능 🔍
유럽 내 자회사를 보유한 한국 기업이 어떻게 CSRD의 적용을 받을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얀 헨드릭 그넨디거 KPMG 글로벌ESG 공시 서비스 총괄은 CSRD 공시 요건을 충족한 가상의 한국 기업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스페인·이탈리아·독일·인도 자회사를 보유한 비(非) EU 기업이란 전제가 달렸습니다.
이 경우 비EU 기업인 한국 모회사는 2029년(회계연도* 2028)부터 CSRD 적용을 받습니다.
자회사 별로는 조건을 검토해야 합니다.
먼저 유럽 내 사업을 하지 않는 인도 자회사는 CSRD 적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나머지 기업 중 상장 기업(EU PIE)인 스페인 자회사는 이미 공시 의무가 있습니다. 당장 2025년(FY 2024)부터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자회사는 직원수 및 매출액에 따라 대기업으로 분류됩니다. 또 2026년(FY2025)부터 CSRD가 적용됩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인 독일 기업은 2027년(FY 2026)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넨디거 총괄은 기존 EU의 ESG 보고지침인 ‘비재무정보 보고지침(NFRD)’에서 의무 공시 대상 기업이 1만 개였지만 CSRD는 5만 개로 늘어날 예정이란 점도 강조했습니다
*회계연도(FY)
CSRD 이행 준비 어떻게? “실무이슈·국가별 세부사항 주의 필요” 🚨
한국 기업이 CSRD 이행을 준비하는데 있어 예상되는 실무이슈는 크게 4가지가 꼽혔습니다.
▲친환경 데이터 수기 관리 관행 ▲본사·현지법인 간 관리 방법 차이 ▲재무회계 비구축 문제 ▲EU 가이드라인 구체성 부족 등입니다.
손민 삼정KPMG 상무는 “EU에서도 여전히 가이드라인이 개발 중이어서 한국 기업에 적용할 시 많은 실무적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더욱이 CSRD 준비에 있어 EU 국가 법률상 반영 현황과 세부사항의 차이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단 제언도 나옵니다.
EU 규제 체제에서는 ‘지침(Directive)’이 도입되면 회원국이 18개월 내 국내법에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회원국 간 법령 제정 일자, 개념 정의, 세부사항 등이 차이 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27개 회원국 내 CSRD가 국내법에 완전히 반영된 국가는 프랑스·헝가리 2곳입니다. 부분적으로 반영된 체코·루마니아를 더해도 4곳에 불과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CSRD의 첫 공시대상이 되는 ‘EU PIE’의 정의도 다릅니다.
독일·네덜란드·덴마크 등이 11개국이 CSRD의 정의를 따르는 반면,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11개국은 다른 정의를 갖고 있습니다. 폴란드·포르투갈·스웨덴 등 5개국은 일치 여부 확인도 불가능합니다.
법정 감사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주체가 국가별로 다르단 점도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EU ESG 정보공시 또 다른 축, CSDDD “韓에 끼칠 영향은?” 🤔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의 최신 동향과 한국에 끼칠 영향도 공유됐습니다.
CSDDD는 기업의 공급망 내 인권과 환경에 대한 실사와 정보 공개 책임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국내에서는 대개 ‘공급망실사법’으로 불립니다.
록사나 메슈케 KPMG 독일 ESG 담당 파트너는 CSDDD에 따라 한국 기업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CSDDD는 유사한 법안인 독일 ‘공급망실사법(LkSG)’보다 범위가 넓습니다. 2023년부터 시행 중인 독일 공급망실사법은 직접적인 공급사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CSDDD는 직간접적인 공급망을 모두 포괄하기 때문에 EU 기업의 공급망 일부만 담당하더라도 정보 제공 대상이 될 수 있단 설명입니다.
단, CSDDD는 독일·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의 기권으로 현재 최종 투표가 연기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