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Omnibus I’ 패키지 거부…기업 부담 완화 좌절

찬성 309 vs 반대 318… 9표 차로 부결된 Omnibus I 패키지, 규제 완화 논쟁 격화

유럽의회는 22일(현지시간),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와 실사 의무를 간소화하려는 ‘Omnibus I’ 패키지에 대한 협상 입장을 정하기 위한 타협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309표, 반대 318표, 기권 34표로 부결시켰습니다.

이 타협안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25년 2월 제안한 간소화 패키지를 바탕으로 마련된 것으로, 기업의 규제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번 표결 결과는 유럽의회 내 정치적 균열과 지속가능성 규제 완화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얼마나 첨예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카타르 압박 속 EU 내부 분열…기업 규제 방향성 표류

부결된 타협안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Omnibus I’ 간소화 패키지를 기반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및 공급망 실사 의무를 일부 완화하려는 유럽의회의 협상안이었습니다.

해당 패키지는 기업들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과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등의 규제를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CSDDD의 적용 대상을 직원 5,000명 이상, 연간 매출 15억 유로(약 2조 4,816억 원) 이상인 기업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는 기존 기준인 직원 1,000명 이상, 연매출 4억 5천만 유로(약 7,445억 원) 이상보다 적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정은 유럽의회 내 다양한 정치 세력 간에 깊은 이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중도 성향의 유럽인민당(EPP), 사회민주진보동맹(S&D), 리뉴 유럽(Renew Europe)은 타협안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지지했지만, 전체 409명의 의원 중 약 4분의 1이 이탈하거나 기권·불참하면서 타협안은 단 9표 차이로 부결됐습니다.

다만 표결은 비밀투표로 진행돼 개별 의원들의 투표 성향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부결로 인해 유럽의회는 오는 11월 13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본회의에서 새로운 협상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법의 적용 대상과 매출 기준 등 주요 쟁점이 다시 논의될 전망입니다.

유럽인민당 소속 요르겐 바르보른(Jörgen Warborn) 의원은 “기업들은 지금 명확한 방향성을 원한다”며 “모든 이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유럽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능한 한 신속히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과 카타르는 EU의 실사법이 액화천연가스(LNG) 무역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법안의 축소 또는 폐지를 요구해왔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장관 크리스 라이트와 카타르 에너지 장관 사드 알-카비는 EU 측에 공동 서한을 보내 비EU 기업에 대한 적용, 비준수 시 처벌, 기후변화 목표 준수를 위한 계획 수립 요건 등의 조항을 삭제하거나 법 자체를 폐기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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