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7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 배터리를 시작으로 ‘디지털제품여권(DPP)’제도가 순차적으로 의무화됩니다. 이와 관련해 EU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DPP는 제품의 탄소배출량과 내구성 같은 지속가능성 정보와 공급망 정보 등 제품수명주기 전반에 걸친 주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사람의 ‘여권’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디지털제품‘여권’이라고 부릅니다. EU에서는 2027년 2월 배터리를 시작으로 섬유·철강·전자·타이어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0일 확인한 결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EU DPP 동향 및 GSI 국제표준 기준 대응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주문했습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EU의 DPP 의무화는 국내 기업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상의 “EU 디지털제품여권 GS1 기반 QR코드 유력” 🎫
EU는 배터리를 비롯해 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DPP를 구현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구현하지 않을 시 과징금이나 퇴출 등 제재받을 수 있습니다. 단, 식료품·의약품·사료 등 일부 품목은 제외됩니다.
현재 디지털제품여권이 가장 먼저 적용될 품목군은 10개입니다. ①섬유(의류·신발) ②철강 ③알루미늄 ④가구(매트리스 등) ⑤타이어 ⑥세제 ⑦페인트 ⑧윤활유 ⑨화학물질 ⑩정보통신기술(ICT) 제품군 순입니다.
제품 내 지속가능성 정보를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더 가속한다는 것이 EU의 목표입니다. EU의 ‘공급망 실사법(CSDDD)’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EU는 현재 DPP의 기술 표준과 구현 방법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가 품목별 세부이행 규칙을 마련 중입니다.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국제표준을 활용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DPP 식별체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합니다.
그중 GS1(Global Standard No.1) 기반 QR코드가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GS1은 세계 117개국이 참여하는 유통 분야 국제민간표준기구입니다. GS1 국제표준 QR에는 ▲상품코드 ▲제조일자 ▲소비기한 등 여러 정보를 표준 QR로 하나로 표기합니다.
대한상의는 GS1 기반 DPP와 관련해 크게 3가지 이점을 언급했습니다.
첫째, 기존 바코드의 기능을 포함한 덕에 매장에서 결제와 재고관리에 동일하게 활용이 가능합니다. 둘째,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호환이 가능합니다. 마지막 셋째,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소비자나 이해관계자 모두 제품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의류 기업들과 협력해 GS1 표준식별코드가 담긴 QR코드를 3,000개 이상의 제품에 부착했습니다. 해당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할 시 제품의 지속가능성과 공급망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DPP 시행 이전 한국 기업 대응전략 3가지 대비해야 🤔
대한상의는 DPP 제도에 대비해 기업들의 대응전략으로 크게 3가지를 강조했습니다.
①법적 규제요건 이해 ②데이터 관리 시스템 확보 ③공급망 협업 순입니다. 적어도 이 3가지는 사전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대한상의는 법적 규제요건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향후 DPP 관련 법률이 제정될 경우 관련 규제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때 데이터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해 국제표준과의 호환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DPP의 관건은 품목별로 제각기 다른 지속가능성 정보를 어떻게 상호운영이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한상의는 공급업체와의 데이터 공유 협력 수준을 점검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원청사와 협력사 간의 공급망 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설정돼야 합니다.
대한상의는 “DPP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망 이해관계자들의 인식과 참여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 구축 중…한국 기업 대비 필요” 🌐
현재 정부는 DPP에 대응하고자 자체적인 플랫폼 구축에 나섰습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수행합니다.
일명 ‘한국형 산업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입니다. ①자동차 ②배터리 ③가전 ④철강·알루미늄 ⑤섬유 업종 순으로 기업들의 탄소데이터를 플랫폼에 한데 모아 연결한다는 계획입니다. 이후 모든 업종의 탄소데이터를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확대됩니다.
이와 별개로 한국 산업계 중에서는 가전제품 업체의 대비가 시급합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LG전자의 경우 2023년 12조 1,29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유럽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23조 9,342억 원 규모의 매출을 보였습니다.
EU로 수출하는 중소기업들 또한 DPP 준비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의하면, 2023년 기준 EU로 수출하는 한국 중소기업은 1,358곳입니다. 이중 수출액이 1억 원 이상인 곳은 355곳으로 파악됐습니다.
단,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EU의 디지털제품여권 제도가 한국 중소기업에 미칠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또한 “현재 EU는 각종 협회·단체·기관들과 DPP 도입을 두고 활발히 논의 중”이라며 “DPP 개발 동향과 관련 법안 입법 동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