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포장·포장재 폐기물 지침 강화 개정안(PPWR·이하 포장재 규제안)’이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유럽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규제를 목표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포장재 규제안은 과일과 채소에 사용되는 비닐 등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사용을 EU 역내에서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규정안은 당초 올해 3월 유럽의회와 EU 이사회 간 3자 협상이 잠정 타결됐습니다. 이는 EU 입법의 가장 중요한 절차입니다. 이후 4월 유럽의회 본회의 투표도 통과했습니다.
다만, 당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둬 시간이 부족했던 까닭에 포장재 규제안은 ‘영어’로만 법안이 제출돼 채택됐습니다.
EU에서는 법안이 공식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제출 단계에서 프랑스어·스페인어·몰타어 등 모든 공식 언어로 번역돼야 합니다.
쉽게 말해 이번에 유럽의회를 통과한 것은 영어 이외 다른 23개 EU 공식 언어로 번역된 포장재 규제안입니다.
재생원료 의무·순환설계 등 포장재 규제안 속 내용은? 🤔
포장재 규제안과 관련한 내용들은 지난 25일 유럽의회 산하 환경위원회(ENVI)에서 먼저 논의돼 확정됐습니다.
이튿날(26일) 유럽의회 본회의에 규제안이 다시 상정됐습니다. 발표 후 24시간 이내 의회 내 정치그룹(교섭단체) 등이 투표를 요구하지 않은 덕에 포장재 규제안은 그대로 채택됐습니다.
규제안은 이제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EU 이사회의 최종 승인만 남겨뒀습니다. 이후 EU 관보에 등재된 후 발효됩니다. 발효 시기는 2025년초로 예상됩니다.
법 형식 차원의 검토 절차(corrigendum)였던 만큼 포장재 규제안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이를 반영하듯 규제안 속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U는 포장재 규제안을 통해 EU 시민 1인당 발생하는 포장폐기물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5%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감축목표는 2035년 10%, 2040년 15%로 단계적으로 상향됩니다.
각 회원국이 해당 규제안을 국내법으로 전환하는 기간을 거쳐 2030년에 시행한다는 것이 EU의 구상입니다.
나아가 회원국들이 폐기물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같은 조치도 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제도를 통한 조치 확대나 재사용 시스템 확대 등이 대표로 언급됐습니다.
일회용 포장재 설계 단계에서부터 폐기물 감축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또 포장재의 경우 총질량의 5%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문구도 담겼습니다. 과대포장을 막아 포장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단, 접착제·잉크·페인트·라벨 등은 제외됩니다.
플라스틱 포장재의 경우 재생원료 사용이 의무화됩니다.
페트병은 2030년부터 30%, 2040년부터 50%의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기타 플라스틱 재질 음료 용기는 2030년부터 10%, 2040년부터 65% 이상의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의료용 플라스틱이나 퇴비화 가능한 플라스틱 등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재생원료 사용실적을 계산하고 검증하기 위한 권한이 EU 집행위원회에 부여돼야 한다는 내용도 언급됐습니다.
유럽 플라스틱 협회, 포장재 규제안 통과 환영 🤝
포장재 규제안 속 세부내용들이 EU 이사회에서 추가로 달라질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일단 유럽 산업계는 규제안 통과를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유럽 플라스틱 산업계가 모인 ‘플라스틱 유럽(이하 협회)’은 성명을 통해 “EU의 플라스틱 산업 경쟁력이 감소하고 있다”며 “PPWR의 신속한 채택과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저렴한 중국산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연이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가 전반적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입니다.
협회는 “최종 문구의 모든 측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유럽 기업에게 명확성과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편, 포장재 규제안이 2025년 발효된 이후 전 산업군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역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EU의 포장재 규제안을 언급하며 한국 산업계에 빠른 대응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그는 해당 규제안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무역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장 교수는 한국의 대응체계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전체 제품에서 순환성 설계가 강화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굉장히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그는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