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에너지부 장관 예비 청문회 개최…LNG·원전·지열 강조

화석연료 기후변화 영향 인정 “단, 전향적 태도 변화 아냐”

“첫째, 우리(미국)의 에너지우위 회복을 위해 국내외 미국산 에너지 공급을 늘리겠다. 둘째, (에너지 분야) 기술혁신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 셋째, 미국의 (에너지 산업) 재건과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겠다.”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미국 정부의 에너지 수장으로서 이같은 과제를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목한 차기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입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라이트 지명자에 대한 예비 청문회가 미국 워싱턴 D.C. 상원 에너지천연자원 위원회에서 열렸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공약은 ‘드릴, 베이비, 드릴’로 요약됩니다. 미국 내 석유·셰일가스 시추 확대를 뜻하는 슬로건입니다. 화석연료 업계 인사인 라이트 CEO는 이를 가장 잘 추진할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크리스 CEO의 인준은 상원의 투표를 거쳐 확정될 예정입니다. 투표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 실시될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함에 따라, 라이트 CEO의 임명은 거의 확실시된 상황입니다.

 

“모든 에너지원 장려”…실상 LNG·원전 강조, 태양광 폄하

청문회에서 라이트 CEO는 미국 내 모든 에너지원 개발·확산을 장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산 에너지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국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단, 구체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자력을 거론했단 점에서 해당 에너지를 우선하는 태도가 드러납니다.

화석연료 공급확대를 통해 에너지소비 가격을 대폭 낮추겠단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과 일치합니다.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당선되면 임기 12개월 내에 에너지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와 함께 차세대 지열발전에 대한 열의도 피력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에너지 기업 리버티에너지를 언급하며 자신의 기업이 석유·LNG·지열 분야에서 직접 일하며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리버티에너지는 2022년 지열발전 스타트업 퍼보에너지 투자에 참여한 이력이 있습니다.

반면,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우버가 언제 태우고 어디에 내려줄지 모른다면 비용이 10% 저렴하다고 이를 이용하겠는가”라는 그의 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낮다는 주장에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단 주장입니다.

 

규제 완화 추진 “트럼프 정부 에너지확대 총력전 예고”

라이트 CEO는 에너지생산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현재 연방 정책은 (에너지) 프로젝트의 중단은 쉽고 시작과 완료는 어렵게 되어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달리 자신은 “번거로운 절차를 줄이고 민간 투자 확대에 필요한 인프라(기반시설)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이트 CEO는 조 바이든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전 행정부는 에너지를 국가적 자산이 아닌 부채로 여겼다”고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환경 영향 등을 이유로 LNG 신규 수출 승인을 중단한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12월 미국 LNG 수출 증가의 부정적 영향을 공개한 정부 보고서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추후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LNG 수출 승인을 어렵게 하기 위한 선제 조치란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LA, 초대형 산불 겪는데 “기후변화 영향? 과장일 뿐”

한편, 그는 이번 청문회에서 기후변화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청중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전부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기후변화에 회의적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후변화가 화석연료 사용과 관련된 것을 부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기후변화를 인정했습니다. 이어 “탄화수소(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50% 증가했다”며 “기후변화는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뒤이은 발언을 고려하면 라이트 CEO가 전향적 태도를 취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후변화는 국제적 과제”라면서도 에너지 역시 인간의 삶에 필수적이라고 답한 것입니다.

그는 이와 함께 “더러운 에너지나 깨끗한 에너지는 없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산불과 관련해 논란성 발언도 나왔습니다. LA 산불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기후변화가 산불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됐다는 과거 발언을 재차 고수한 것입니다.

라이트 CEO는 2023년 캐나다 산불 당시 SNS에 “(정부가) 기후변화 억제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산불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고 말해 빈축을 산 바 있습니다.

알렉스 파딜라 민주당 상원의원은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여전히 같은 생각이냐고 질문했습니다. 그는 LA 산불이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소속 의원입니다.

라이트 CEO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파딜라 상원의원은 “이 화재로 인한 사망자만 20명이 넘는다”며 “그들에게 당신의 말을 전해주겠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청문회 내내 기후활동가들의 산발적인 시위가 잇따랐습니다. 중단과 재개를 거듭한 끝에 청문회는 3시간 만에 끝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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