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를 발표했습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알려진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라이트 CEO가 “새로운 미국의 번영과 세계 평화의 황금기를 여는 핵심 리더가 될 것”이라며 이같은 인사 결정을 밝혔습니다.
그는 라이트 CEO가 “미국 셰일 혁명을 추동한 개척자 중 한 명”이라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라이트 CEO가 설립한 리버티에너지는 셰일오일 추출을 위한 프래킹(수압파쇄법)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기업입니다. 2011년 설립돼 현재 미국 육상 셰일유전의 20%에 프래킹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시에라클럽·천연자원보호협회(NRDC) 등 미국 주요 환경단체는 라이트 CEO의 에너지부 장관 지명 소식에 즉각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 부처 역할 180도 전환 전망 ⚡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탈환으로 라이트 CEO의 임명은 거의 확실시된 상황입니다.
라이트 CEO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기회를 얻게 되어 영광”이라며 “미국의 에너지를 더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그는 이전부터 기후변화에 회의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작년 1월에는 유튜브·링크드인 등 SNS를 통해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습니다.
‘정직해지자’란 제목의 영상에서 그는 “깨끗하거나 더러운 에너지는 없다 모든 에너지원은 중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라이트 CEO는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탄소오염 ▲청정에너지 ▲더러운(Dirty) 에너지 같은 용어가 모두 기만적이고 파괴적인 용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 대신 빈곤 해결을 위해 더 많은 화석연료를 생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청정에너지 확장을 주도해 온 에너지부의 역할이 180도 전환될 것을 드러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에너지부 개혁을 통해 화석연료 규제 완화와 에너지 산업 확장에 나설 것이란 입장을 거듭 표명한 바 있습니다.
청정에너지 투자를 이끌었던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LPO)도 폐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드릴, 베이비, 드릴’ 공약 현실화 전망 ⛏️
라이트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공약인 ‘드릴, 베이비, 드릴’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내 석유·셰일가스 시추 확대를 뜻하는 슬로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 첫날부터 신규 석유 시추·파이프라인·정유소·발전소·원자로를 승인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대폭 줄이겠다고 지난 9월 말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1월 기후정책의 일환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신규 수출터미널 건설 승인을 보류한 것과 관련됩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이 미국의 에너지 산업과 국가안보를 훼손한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화석연료 공급 확대를 통해 에너지소비 가격을 대폭 낮추겠단 것이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입니다. 그는 당선될 시 임기 12개월 안에 에너지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입니다.
라이트 CEO는 해당 정책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 전환팀을 이끄는 석유 사업가 해럴드 햄은 라이트 CEO에 대해 “에너지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크리스 라이트가 에너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미국 석유 산업의 또 다른 큰 승리”라고 논평했습니다.
라이트 CEO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에너지위원회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새롭게 출범시킨 위원회입니다. 미국의 세계 에너지 우위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위원장에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임명됐습니다. 버검 주지사 또한 화석연료 업계를 대변해 온 인물입니다. 그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차기 내무부 장관으로도 지명된 상황입니다.
위원회는 에너지 허가·규제·생산·발전·유통·운송에 관련된 모든 연방부서와 기관을 이끌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규제 완화와 민간 부문 투자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탄소에너지 전면 폐기? “원전·지열 부흥 이어질 수도” ☢️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중 원자력발전과 지열에너지 지원은 계속될 수도 있단 전망이 나옵니다. 라이트 CEO가 관련 원전과 지열발전에 큰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과거 라이트 CEO는 원전의 비중이 에너지생산량의 4%에서 10%로 증가해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습니다. 현재 그는 소형모듈원전(SMR) 스타트업 오클로의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라이트 CEO의 지명 소식에 오클로 주가는 한때 2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14일 3분기 실적 악화 발표로 24% 이상 폭락한 지 불과 이틀만입니다.
지열에너지 또한 수혜를 입을 수 있단 기대가 나옵니다. 라이트 CEO의 리버티에너지는 2022년 지열발전 스타트업 퍼보에너지의 시리즈 C 투자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퍼보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지열에너지 스타트업이 프래킹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과 관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