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 200억 달러 ‘그린 뱅크’ 보조금 전격 취소

EPA, 기후 기금 200억 달러 지원 중단… 법적 공방 불가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기후 대응을 위해 마련한 200억 달러 규모의 ‘그린 뱅크(Green Bank)’ 보조금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리 젤딘 EPA 청장은 지난 11일, 온실가스 감축 기금(GGRF)을 통해 지급된 국가 청정 투자 기금(National Clean Investment Fund)과 청정 지역사회 투자 가속기(Clean Communities Investment Accelerator) 수혜 기관에 교부금 계약 종료를 공식 통보했습니다.

EPA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보조금 프로그램의 투명성 문제, 지원 과정의 불투명성, 기관 우선순위와의 부조화, 그리고 제도적 사기, 낭비 및 남용 가능성 등을 들었습니다.

젤딘 청장은 “타이타닉호에서 금괴를 던지는 시대는 끝났다”며 “이해충돌과 부정행위가 우려되는 보조금 운영을 중단하는 것이 납세자 보호를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는 EPA 내부 감사 및 연방 정부 차원의 독립적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단행되었습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도 해당 프로그램의 관리 부실과 감독 실패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PA는 보조금이 지급된 8개 기관 중 3곳이 자금 동결 조치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단체들은 기후 친화적 프로젝트 자금을 부당하게 동결당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한편, 민주당은 EPA의 이번 조치가 법적 권한 없이 이루어진 정치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상원 환경공공사업위원회의 셸던 화이트하우스(Sheldon Whitehouse) 의원은젤딘 청장이 증거 없이 의회가 승인한 기금을 자의적으로 폐기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EPA의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전망됩니다.

 

▲ 현지시각으로 지난 11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대응 기금인 200억 달러 ‘그린 뱅크’ 보조금을 취소했습니다. ©그리니엄

 

법적 공방 시작… 비영리 단체들 강력 반발 ⚖️

EPA의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그린 뱅크’ 보조금 취소 결정은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촉발했습니다. 보조금을 받았던 비영리 단체 세 곳이 EPA의 자금 동결 조치가 위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메릴랜드 소재 ‘기후 연합 기금(Climate United Fund)’은 EPA와 시티뱅크가 70억 달러(약 10조 원) 상당의 자금 접근을 불법적으로 차단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기후 연합 기금 측은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인해 대출 실행 및 직원 급여 지급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녹색 자본 연합(Coalition for Green Capital)’과 ‘파워 포워드 커뮤니티(Power Forward Communities)’ 역시 최근 시티뱅크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청정 주택 개발, 저비용 전력 공급, 깨끗한 공기와 물을 위한 기후 친화적 프로젝트에 사용할 예정이던 70억 달러가 부당하게 동결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비영리 단체들은 작년 마이클 리건 전 EPA 청장이 선정한 8개 기관 중 일부로,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해 조성한 온실가스 감축 기금(GGRF)으로부터 총 200억 달러를 배정받았습니다.

해당 보조금은 기후 변화 대응 및 환경 정의를 위한 수만 개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공식 지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린 뱅크’ 프로그램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으며, 보조금 지급 초기부터 논란이 일었습니다. 민주당은 기후 변화 대응과 환경 정의 실현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으로 평가한 반면, 공화당은 “책임 없는 정치적 자금 풀(slush fund)”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EPA의 젤딘 청장은 1월 취임 직후부터 그린 뱅크 프로그램을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 낭비 사례’로 지목하며 폐지를 예고해왔습니다. 그는 지난달 X(구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해당 보조금 계약을 취소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보수 성향 기자의 잠입 취재 영상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는 EPA 전직 직원이 “EPA는 타이타닉호에서 금괴를 던지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무리하게 예산을 소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주장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젤딘 청장은 새로 공개한 영상에서 “EPA는 이번 조치를 취할 완전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솔직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보조금 취소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번 결정이 프로그램의 투명성 확보, 지원 과정의 공정성 문제, 사기 및 낭비 방지, 기관 우선순위와의 부조화 해결을 위한 필수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은 EPA의 결정을 강하게 반발하며 젤딘 청장이 법적 권한 없이 기금을 차단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상원 환경공공사업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셸던 화이트하우스(Sheldon Whitehouse) 의원은 “젤딘 청장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의회가 승인한 기금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화이트하우스 의원은 이번 보조금 차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를 지원했던 화석 연료 업계 거물들에게 제공된 대가성 선물”이라며 “이 조치는 가계 에너지 비용 상승, 해외 석유 의존도 증가, 기후 변화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법무부와 FBI가 온실가스 감축 기금(GGRF)과 관련된 형사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화이트하우스 의원은 법무장관 팸 본디(Pam Bondi)와 FBI 국장 캐시 파텔(Kash Patel)에게 보낸 서한에서적절하게 승인된 기금을 차단하기 위한 구실로 형사 조사를 악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PA는 지난주 GGRF 프로그램의 자금 관리 부실, 이해충돌 및 감독 실패 문제를 EPA 감찰관실(Office of the Inspector General)에 공식 회부했으며, 현재 미국 법무부와 FBI의 공동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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