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가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이끌 의장으로 40여년 경력의 기후외교 전문가를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각) 지명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한 바로 다음날입니다.
이날 브라질 외교부는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 외교부 기후·에너지·환경 비서관을 COP30 의장으로 지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지명 배경으로 “경험이 풍부한 기후협상가”를 필두로 “국제 기후협상에서의 국가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재선 성공과 함께 전 세계적인 극우주의 부상이란 난관을 협상력으로 돌파하겠단 뜻으로 읽힙니다.
브라질 정부는 이전부터 이번 COP30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열리는 첫 기후총회’로 강조해 온 바 있습니다. COP30은 오는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립니다.
브라질 “미국 없는 기후총회, 외교력으로 돌파”
코레아 두 라고 비서관은 일본·인도 대사를 지낸 40여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으로 평가받습니다.
외교부에서도 에너지와 환경 관련 부서를 주로 이끌었습니다. 2023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재선 이후로는 모든 기후 관련 국제회의에서 대표를 맡았습니다.
기후총회에서 의장국 의장에 화석연료 업계 인사가 아닌 인물이 지명된 것은 3년만입니다.
지난 3번의 기후총회(COP27~COP29)는 모두 화석연료 생산국에서 개최됐습니다. 의장 역시 업계 관련 인물이 임명됐습니다.
그의 임명 소식에 기후환경단체는 크게 환영했습니다.
브라질 환경단체 기후천문대는 “코레아 두 라고는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라며 “지정학적으로 국제협력에 적대적으로 변하는 시기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기후 싱크탱크 탈라노아연구소 역시 그가 “외교적 전문성과 비전을 조합해 파리협정을 문서에서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인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2035 NDC·기후재원 등 COP30 과제 산적
코레아 라 두고 비서관이 COP30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올해 COP은 새롭게 제출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점검하는 자리가 될 예정입니다. 2030 NDC를 제출한 2021년 이후 처음입니다.
모든 당사국들은 파리협정에 따라 올해 2월까지 2035 NDC를 제출해야 합니다. 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는 마감 시한을 넘겨 COP30까지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작년 29차 당사국총회(COP29)에 맞춰 감축목표를 조기 제출한 상황입니다.
COP29에서 합의한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져야 합니다.
당시 각국은 오랜 논쟁 끝에 2035년까지 연간 1조 3,000억 달러(약 1,860조 원)라는 목표를 도출했습니다. 단, 구체적인 내용은 COP30까지 ‘바쿠-벨렝 로드맵 1.3 트릴리온’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하기로 합의됐습니다.
더욱이 이 모든 논의에서 주요국인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단 점이 가장 큽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국가의 지원 없이 COP30에서 파리협약의 진전을 끌어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COP30 의장 지명자 “중국·민간 힘 이끌어 낸다”
코레아 라 두고 비서관 역시 미국의 태도 변화가 COP30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는 23일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정책 전환에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것이 (국제)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탈퇴로 인해 선진국의 기후재원 3,000억 달러(약 429조 원) 약속도 이행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동시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드러냈습니다. 방점은 중국과 민간 재원에 찍혔습니다.
우선 그는 기후대응에서 중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태양광패널과 전기자동차 가격 절감은 중국이 상징적인 기부금을 발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코레아 라 두고 비서관은 “(기후변화의) 많은 해결책은 민간 부문 덕분에 등장할 수 있었다”며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오는 7월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서 인도·중국·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기후변화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