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초대형 산불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14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이틀간 강풍이 예보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미 기상청(NWS)은 지난 13일 LA 카운티 및 인근 벤투라 카운티에 화재 적색경보를 발생하며 ‘특별히 더 위험한 상황’이 예상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산림소방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7일 LA 인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후로도 산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며 최소 7개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4일 기준 주요 산불인 팰리세이드 산불과 이튼 산불을 제외한 산불은 대부분 진압됐습니다.
단, 최초이자 가장 큰 산불이 팰리세이드 산불의 진압률은 여전히 14%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이튼 산불 역시 진압률이 33%에서 답보 중입니다.
LA 부촌 팰리세이드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 순식간에 번져
이번 산불은 LA 북서부 부촌 지역인 팰리세이드에서 처음 발생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7일 오전 10시 30분경 최초로 산불 발생이 보고됐습니다.
해당 지역에 시속 약 50마일(약 80㎞)의 기록적인 강풍이 불며 산불은 빠르게 번졌습니다. 이날에만 이튼·허스트 지역을 포함해 3건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산불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도로에 차를 버리는 사람들까지 나타났을 정도입니다.
같은날 저녁 개빈 뉴섬 개빈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주민 대피 명령과 휴교령 등 행정 조치도 잇따랐습니다.
주당국에 따르면, 12일 저녁 기준 산불 진화에 1만 4,000명 이상의 인력과 소방차 1,354대, 항공기 84대가 투입됐습니다. 교도소 수감자 900여명도 일시 석방돼 화재 진압에 투입됐습니다.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미국 내 9개주와 멕시코에서도 소방 인력과 장비가 동원됐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 수는 24명에 달합니다.
산불 영향 지역 내 10만여명이 대피했고 1만 2,000여 개의 건물이 파손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중 전소된 건물은 수천 채에 달합니다. 여기에는 영화배우 멜 깁슨, 연예인 패리스 힐턴, 전(前) 야구 선수 박찬호 등 유명 인사의 저택도 포함됐습니다.
이번 화재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팰리세이트과 이튼 등 주요 화재 지역이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부촌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민간 일기예보 기업 아큐웨더는 이번 화재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1,350~1,500억 달러(약 198~2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합니다.

폭우 뒤 가뭄 ‘수문기후 변동’에 산불 위험↑
산불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을 키운 요인으로 ‘수문기후 변동(Hydroclimate Whiplash)’ 현상을 지목합니다. 가뭄·홍수 등 극단적 기후변화로 인해 습윤과 건조 상태가 급격하게 변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산불의 위험성을 높입니다. 습윤 시기에 자라난 식물이 날씨 변화로 빠르게 건조해지면서 산불의 연료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지난 2년간(2022~2023년) 강수량이 갑자기 폭증했습니다. 하늘 위 농축된 수증기가 강처럼 흐르는 ‘대기의 강’ 현상도 10여 차례 이상 발생해 폭우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작년 가을부터 강수량이 뚝 떨어졌고 기록적인 가뭄이 시작됐습니다. 올해 LA 지역 강수량은 단 4㎜에 불과합니다. 산불이 커지기 좋은 조건이 갖춰진 것입니다.
지역 계절풍인 ‘산타아나 바람’도 산불의 확산을 도왔습니다. 캘리포니아 서쪽에서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부는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입니다. 시속 64㎞를 넘는 풍속과 건조함으로 인해 ‘악마의 바람’이라는 별명을 달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산타아나 바람이 오는 1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라며 소방당국에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산불 확산 원인은?…기후변화 vs 다양성 정쟁화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수문기후 변동 현상을 부추겼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구 평균 온도가 1℃ 증가할 때마다 대기 중 수분 흡수·방출 용량은 7%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더 강한 강우와 더 강한 가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과학저널 네이처 리뷰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1950년대 이후 수문기후 변동 현상이 33~66%가량 증가했단 논문 검토 보고서가 지난 9일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우익 성향의 정치인·언론은 LA 화재의 원인을 반대 정당인 민주당의 실책으로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 모든 것은 뉴섬 주지사의 책임”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소화전과 소방용 비행기에 공급할 물이 없다”며 “이게 진정한 재앙”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문제가 된 사안은 LA 화재 진압에서의 소방용수 부족 사태입니다. 실제로 소방당국은 소방용수 고갈로 지난 12일 바닷물을 퍼서 산불 진압에 나서야 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 소속 뉴섬 주지사의 수역 보호 정책이 소방용수 부족을 야기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메긴 켈리 전 폭스뉴스 진행자는 산림소방청과 주당국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뉴섬 주지사는 “비극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일축했습니다. 동시에 캐런 베이스 LA 시장에게 물부족 사태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