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산업, 트럼프발 통상갈등 심화에 내수 부진 이중고”

이차전지 등 산업 대다수 불확실…업종 간 실적 격차 확대 전망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갈등 심화와 내수 회복 지연이 올해 한국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8일 하나금융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 산업, 통산 압박과 내수부진의 이중고’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2%로 유지했습니다. 작년과 동일한 성장률인 겁니다. IMF는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며 회복력을 보여온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높은 대외의존도를 갖은 국내 산업은 경기불안과 트럼프발 통상갈등 심화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연구소는 “반도체와 기타 첨단제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겠다”면서도 “주력 제조업은 전체적으로 수요 약화와 경쟁 심화, 해외생산 증가로 인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전망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더욱이 예상치 못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과 정국 불안으로 인해 각종 생산 활동이 지연되고 정부의 정책 동력 역시 약화한 점이 주요 문제로 언급됐습니다.

연구소는 “빠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진 상황”이라며 “외국인 관광 수요와 금리인하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낮은 소비 심리 회복으로 자영업 등 서비스업의 회복도 더뎌질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7개 주력 산업 중 조선업 제외 역풍 직면 가능성 ↑

연구소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에 따른 국내 산업별 영향을 점검했습니다.

①자동차 ②이차전지 ③철강 ④반도체 ⑤기계 ⑥화학 ⑦조선 순입니다. 여기서 마지막인 조선업을 제외한 나머지 주력 산업 모두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연구소는 전망했습니다.

먼저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 보편 관세 인상과 전기자동차 보조금 축소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를 전면 폐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차전지 역시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IRA 내 청정기술 세액공제가 전면 폐지 또는 대폭 축소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북미에 진출한 한국 이차전지 기업들은 생산 위축과 적자 전환이 불가피합니다.

철강 산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 관세 인상으로 인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철강업계는 전 세계적인 중국발 공급과잉에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 철강업계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을 해결하고자 철강 수출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철강 물량이 대규모로 쏟아지자 해외 주요 철강업체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연구소는 “철강석 등 원자재 수급 안정화에도 불구하고 설비 축소와 업종 재편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도체 산업 역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기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중국 화웨이 등 일부 기업이 블랙 리스트에 올라 수출 통제가 이뤄졌습니다. 이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며 전반적인 수출 통제와 투자 제한으로 확대됐습니다.

첨단 반도체 관련 장비의 대중 수출 통제 기조가 강화할 경우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에게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 보조금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연구소는 “중국의 도전 역시 부담”이라면서도 “인공지능(AI) 서버 수요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를 중심으로는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계 산업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규제의 여파로 오히려 한국 기업이 일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도 있습니다. 건설이나 전력망 확충 관련해 중국 대신 한국산 장비를 미국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소는 “(그러나) 미국 제조업 역량 강화로 인해 이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사실상 수혜를 상쇄한다는 것을 시사한 겁니다. 화학 산업 역시 중국산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인해 수출 둔화가 일어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일하게 조선업만이 긍정적인 업황이 기대됐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덕에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입니다.

단, 하방요인도 있습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대응 약화로 인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감소 가능성과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국제교역 감소 등을 주요 우려요인으로 꼽은 바 있습니다.

 

“한국 성장동력 확보 정체…여야 정책 공조 중요”

연구소는 한국의 성장동력 확보가 정체된 상황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높은 수출 의존도 ▲중국발 공급과잉 ▲저출생 고착화 등 산업 수급이 전반적으로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첨단 산업과 내수 산업 간의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연구소는 “대내외 여건의 긍정적·부정적 요인의 혼재 속에서 2025년 국내 산업은 업종 간 생산 활동의 온도차가 확대될 것”이라며 “수출-내수 업종 간 실적 격차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대중 기술 견제 과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연구소는 “기업의 기민한 대응이 더 중요하다”며 “통상리스크 확산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트럼프발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야 정책 공조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구소는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마련과 내수 회복을 위해 추경이나 재정의 조기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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