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인수팀이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전기자동차 정책 폐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폐지 대상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도 포함됐습니다.
1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인수팀 내부 문건을 입수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유세 중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와 전기차 정책 폐지를 공언한 바 있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팀은 전기차 공급망 전반에 수입 관세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로이터통신 보도 직후 전기차·배터리 투자를 주도해 온 한국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전기차 세액공제·충전소 건설 중단 위기 🚨
문건에 따르면, 인수팀은 IRA에 따른 7,500달러(약 1,080만 원) 규모의 전기차 세액공제 정책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 세액공제를 대표적인 낭비성 예산으로 비판한 바 있습니다.
동시에 75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전기차 충전소 건설 계획에서도 남은 자금을 모두 회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단, 배터리·핵심광물에 대한 지원은 이름이 변경돼 추진됩니다. 배터리·핵심광물은 안보 측면에서 필수 산업이지만 전기차와 충전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기차 충전소 계획에서 회수된 예산은 배터리 핵심광물 가공과 ‘국가 방위 공급망 및 중요 인프라(기반시설)’로 전용될 방침입니다.
인수팀은 배터리·핵심광물·충전 등 전기차 공급망 전체에 대한 수입 관세도 요구했습니다.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제안됐습니다. 이 법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관세·수입제한 등을 허용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을 장려한다는 계획입니다. 단, 동맹국과는 개별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이외에도 ▲적대국에 전기차 배터리 기술 수출제한 확대 ▲미 수출입은행 통한 미국산 배터리 수출 지원 ▲미국산 자동차 수출 위한 해외시장 개방 협상 등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기차 확대 위한 배출량 규제 역시 완화 💭
전기차 비중을 높이기 위한 배출량 규제 정책은 전반적으로 약화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2년까지 미국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자동차 비중 67%를 목표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작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차량 배기가스 기준 규제안 강화를 발표했습니다. 향후 6년간(2027~2032년) 신규 승용차·트럭의 온실가스(GHG)와 미세먼지 등의 배출 허용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단 내용입니다.
인수팀은 EPA의 차량 배기가스 기준을 2019년 수준으로 낮출 것을 권고했습니다.
2025년 기준과 비교해 1㎞당 평균 배기가스 배출량이 25% 증가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평균 연비도 약 15% 감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처럼 주당국이 개별적으로 배출량·연비 규정을 강화하는 계획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차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 전기차 도입을 선도해 온 지역입니다.
현재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12개 주정부가 연방정부보다 강력한 규정을 채택했습니다.
현대차·배터리 기업 전략 수정 불가피…탄핵 여파 우려 ⚖️
인수팀의 정책 제안이 모두 현실화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 큰 타격이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11월 미국 UC버클리(버클리캘리포니아대)와 듀크대 연구진은 IRA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시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27% 감소한단 추정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들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지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을 맡아 IRA 등 예산감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당장 올해 10월 미국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된 현대차는 전략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회사가 지난달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를 CEO로 임명한 것도 이에 대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현대차가 외국인 임원을 CEO로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 내 공장을 대거 신설한 한국 배터리 기업 역시 피해가 우려됩니다. 공장은 미국에 있지만 원료의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관세를 물릴 시 미국 내 공장의 소재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야 할 한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공백을 맞았단 점도 우려를 더합니다. 이에 주요 배터리 기업과 소재 기업의 주가는 17일 전날 대비 5% 내외 하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