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국제협약 부산서 성안 끝내 타결 무산…산업계 반응 엇갈려

화석연료 로비스트 최다 참석…밸류체인 따라 이해관계 엇갈려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목표로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가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합의를 하지 못한 채 2일 새벽 2시에 막을 내렸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대표단이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유해 플라스틱과 화학물질 퇴출 여부 등 다른 쟁점들 역시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국제사회는 2025년 추가 회의(INC-5.2)를 통해 협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국가간 의견 불일치로 인해 추가 회의가 열리는 시점과 장소 모두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유럽연합(EU)과 르완다 등은 추가 회의가 내년 상반기에는 빠르게 열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 등 산유국은 내년 하반기에 열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추가 회의 개최지의 경우 협상위가 각국 대표단에게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가 위치한 케냐 나이로비가 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추가 회의에서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며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려는 국제사회의 의지는 분명하고 부인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협약 성안 위해 추가 논의 시간 필요…투자·지원 ↑ 🗣️

100여개국 4,500만여개 기업이 소속된 국제상업회의소는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요소들이 협약 곳곳에 담겼다”며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짚었습니다.

국제상업회의소는 “기업이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와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며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투자와 혁신이 지원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럽 플라스틱협회인 ‘플라스틱 유럽’의 경우 “추가 회의가 열렸을 때 국제사회가 야심차고 법적 구속력을 갖춘 합의를 이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제화학협회협의회(ICCA)의 스튜어트 해리스 대변인은 2년 내로 다자간 환경협약을 만든다는 국제사회의 계획 자체가 매우 야심찬 목표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해리스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ICCA의 경우 생산감축 대신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둔 협약이 성안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산업계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로열더치쉘·토탈에너지·엑손모빌 등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 역시 별도 성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엑손모빌의 경우 올해 9월 “협약을 지지한다”며 “(부산에서 열린 5차 회의가) 성패를 가를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에 따르면, 이번 5차 회의에서는 화석연료와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 220명이 참석했습니다. 올해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4차 회의(INC-4) 당시 196명보다 많은 겁니다.

한국 정부 대표단(140명)과 유럽연합(EU)과 27개 회원국이 정부대표단을 모두 합친 인원(191명)보다도 많은 겁니다. 센터는 “이들 로비스트를 합치면 5차 회의에서 가장 큰 단일 대표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밸류체인 내 사업 따라 기업별 이해관계 엇갈려” 🤔

한편, AFP통신은 5차 회의가 열리던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각) 부산 벡스코 현장의 복도가 기업 대표들로 북적거린다는 상황을 전했습니다.

기업 모두가 플라스틱 생산감축 대신 재활용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비즈니스 연합(BCGPT)’이 대표적입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엘렌맥아더재단이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 출범시킨 산업계 연합체입니다. 한국 기업으로는 블랙야크·H201·유익 컴퍼니 등이 가입돼 있습니다.

네슬레·코카콜라·이케아·레고그룹 같은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 등 275여곳 이상이 현재 가입해 있습니다. BCGPT는 플라스틱 생산감축은 물론 인체 건강에 유해한 화학물질 역시 단계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BCGPT는 5차 회의 닷새째를 맞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자발적 조치만을 기반으로 한 조약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기업이 직면한 분열된 규제환경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국제표준을 통해 기업들에게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해야 할뿐더러, 제품의 순환설계나 재사용 역시 투자를 유도하도록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입니다.

네슬레 포장·지속가능성 담당 글로벌 홍보 책임자인 조디 루셀은 “기업은 이를 혼자서 이룰 수 없다”며 “다자간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단, 그 역시 플라스틱 밸류체인 내 구성원의 핵심 사업에 따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가령 화장품 브랜드 러쉬·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 등 210여개 기업이 가입한 ‘챔피언스 오브 체인지’ 이니셔티브는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갖춘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요구합니다.

이들은 2040까지 2019년 대비 플라스틱 생산량을 최소 75%까지 줄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등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국가들조차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수치로 제시한 적은 없습니다.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할 경우 회의가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 2일 새벽 3시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본회의에서 파나마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Kiara Worth, IISD

5차 회의 계기로 생산감축 힘입어…2025년 향방은? 🤔

주목할 점은 5차 회의에서 파나마 등 100여개국이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지지했다는 겁니다. 이른바 ‘파나마 성명’입니다. 첫 당사국총회, 즉 플라스틱 총회에서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는 방안을 지지한다는 제안서를 내놓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 파나마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개최국연합(HCA+) 장관 명의의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멕시코 역시 플라스틱 제품과 제품에 사용되는 우려 화학물질의 단계적 퇴출을 골자로 한 제안서를 UNEP 측에 제출했습니다. EU 등 100개국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해당 제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EU 대표단에 소속된 휴고 살리는 “(5차 회의) 결과에 대해 실망했다”면서도 “이번 회의를 계기로 같은 야망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힘을 얻었다”고 평가했습니다.

 

[5차 회의 폐막 모아보기]
① 부산서 성안 물 건너간 플라스틱 국제협약
② 불발된 협약, 남은 쟁점과 전망은?
③ 부산서 성안 끝내 타결 무산…산업계 반응 엇갈려
④ 좌충우돌 협상장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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