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 투자 221조 원… 늘었지만 ‘데스밸리’에 갇힌 혁신

국제금융공사(IFC), KPMG 등과 함께 서클이코노미가 발표한 ‘Circularity Gap Report Finance’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순환경제 관련 투자는 연평균 270억 달러(약 36조 원)로, 전체 추적 가능한 상업 투자 흐름의 2%에 불과했습니다.

순환경제 투자는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이후 2년간 감소세를 보였으며, 자본의 대부분은 여전히 선형경제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로 인해 자원 고갈과 경제 불안정성 같은 구조적 위험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회수·수리엔 몰리고, 설계·전환엔 부족… 순환경제 투자 흐름의 민낯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순환경제 관련 누적 투자 규모는 총 1,640억 달러(약 222조 원)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후반 3년(2021~2023년)의 투자액은 초반 3년(2018~2020년) 대비 87% 증가해, 순환경제에 대한 상업적 잠재력이 빠르게 부각되고 있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투자 규모가 연이어 줄어들며, 성장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체 순환경제 투자 중 약 35.7%는 기존 선형경제 기업들이 자사 모델을 순환형으로 전환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순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직접 투자는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며, 이 중 자원 효율성 향상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회수 모델(Recovery models)’이 27.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사용 모델(Use models)’이 23.5%, 시스템 차원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설계 및 생산 모델(Design and Production models)’은 불과 4.7%에 그쳤습니다.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 분야는 차량 수리 및 대여, 중고 전자제품 거래 플랫폼, 유기 및 농업 폐기물 회수 등입니다. 이들 영역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운영돼 온 비교적 전통적인 순환경제 사례로, 자본이 혁신보다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지역별로는 유럽과 미국이 순환경제 투자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반면, 신흥국 시장의 경우 관련 데이터가 부족해 실제 투자가 누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순환경제 투자 비중이 산업별 자원 소비량보다는,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순환경제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 과정에서 구조적인 난관에 직면해 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비교적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성장 단계로 진입하면서 투자 유입이 급감하는 ‘데스밸리(Death Valley)’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물리적 자산 기반의 순환경제 모델과 단기 수익을 선호하는 벤처캐피털 간의 투자 성향 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 주체별로는 은행 및 신용기관이 전체 순환경제 투자 중 39%를 담당했지만, 이 자금 대부분은 기존 사업 모델에 대한 대출이나 인수합병(M&A)에 사용됐습니다. 혁신적인 순환경제 모델에 대한 직접 투자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보고서는 순환경제의 실질적 전환을 위해 금융시장 참여자, 규제 기관, 정책 입안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금융기관에는 순환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와 기준이 요구되며, 규제 당국은 순환경제 정의의 명확화와 자원 위험 통합을 위한 표준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정책 입안자에게는 자원 고갈과 위험의 사회·환경적 비용을 반영하는 다양한 정책 수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기술합니다.

순환경제는 단순한 환경 전략을 넘어, 투자 기회이자 자원 리스크 대응 수단이며 지속가능한 전환의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본 흐름의 규모와 효율성 측면에서 여전히 많은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전방위적인 조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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