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성안 물 건너간 플라스틱 국제협약…“2025년 추가 회의 예고”

생산감축·재원 등 쟁점 여전…추가 회의 개최 시점 두고 갈등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국제협약 마련을 위해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가 국가간 이견으로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막을 내렸습니다.

11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5차 회의는 치열한 협상을 벌였으나, 마지막 본회의까지 의견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당초 일정보다 하루 지난 2일 새벽 3시에 마무리됐습니다.

협상위는 2025년 추가 회의를 열어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마지막 본회의에서 “지금까지의 성과는 중요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3~4가지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추후 회의를 재개해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로써 전지구적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한다는 목적으로 2022년 3월 175개국이 지금까지 이어온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2년간 국제사회는 ①우루과이 ②프랑스 ③캐냐 ④캐나다 등에서 4차례의 협상회의를 진행했고 부산에서 열린 회의가 마지막이었습니다.

 

 

플라스틱 협약 초안 속 ‘괄호’ 3000여개 → 300여개 📉

부산에서 열린 5차 회의의 쟁점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의 원료인 1차 폴리머의 생산규제 여부였습니다. 유해 플라스틱과 화학물질 퇴출 여부 나아가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 역시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개막식 첫날(11월 25일) 국제사회는 발비디에소 의장이 제안한 3차 초안(비공식 문서)을 기반으로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18쪽으로 구성돼 있는 문서였습니다.

이는 올해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4차 회의 당시 나온 79쪽에 이르는 초안과 비교해 대폭 줄어든 것이었습니다. 3차 초안을 기반으로 회의를 진행하자는 제안에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협상이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후 협상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러시아 등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규제를 거세게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협상 내 진행 방식에 문제 삼는 소위 ‘지연전술’로 인해 회의 5일차(11월 29일)에야 4차 초안이 공개됐습니다.

4차 문서는 41쪽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폐막 전날(1일) 공개된 5차 문서는 20여쪽으로 이전보다 줄어 있었습니다. 당사국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괄호([])’ 역시 300여개 이내로 줄어들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열린 회의 당시 나온 초안에 괄호가 3,000여개가 넘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겁니다.

단, 이번에 공개된 5차 초안은 이전보다 더 선택지(Option)가 늘어나는 등 당사국들의 의견이 절충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산감축 등 쟁점 두고 사우디 주축 산유국 지연전술 🚨

당장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대한 조항은 오히려 복잡했습니다. 협약 속 제6조의 제목을 ‘공급(Supply)’ 또는 ‘지속가능한 생산(Sustainable Production)’으로 할지 정하지 못햇습니다. 사우디 등의 제안으로 6조가 완전히 빠질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두고 감축(reduce)할지, 유지(maintain)할지, 관리(manage)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채 괄호 형태로 나열됐습니다.

또 이전 초안의 경우 1차 폴리머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전지구적 목표를 채택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반면, 5차 초안에서는 플라스틱의 ▲생산 ▲생산과 소비 ▲생산·소비·사용 중 어느 문구를 선택할지도 불분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우려 화학물질 ▲재원 등 다른 쟁점에도 괄호가 다수 포함됐습니다. 의견수렴이 이루어진 것은 플라스틱 제품과 폐기물 관리 그리고 협력 이행의 효과성 제고 방안 등 일부에 그쳤습니다.

사우디 대표단은 1차 폴리머를 비롯한 플라스틱 생산규제가 협약에 포함되는 것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생산규제는) 플라스틱 오염의 실제 문제를 다루지 않고 산업에 불이익을 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대표단은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조항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같은 지연전술로 인해 도미니카공화국 정부 대표단의 호세 라몬 레이예스 로페즈 대표가 “국가들이 협상을 지연하려는 것을 목격했다”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마우리시오 카브레라 릴 콜롬비아 환경부 차관 역시 “(몇몇 국가들이) 건설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없는 길로 이끌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두 국가 대표단 모두 구체적인 국가명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사우디 대표단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압둘라흐만 알그와이즈 사우디 대표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협약 내 포용성·지속성·건전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쿠웨이트 측 대표인 살만 알라즈미 또한 “협약 성안을 위해 헌신했다”며 “그런데 그 과정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일 부산 벡스코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리니엄

2025년 추가 회의 개최 시점·비용문제 역시 쟁점 🤔

협상위는 2025년 추가 회의(INC-5.2)를 열어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단, 구체적인 회의 시점과 장소 모두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추가 회의 개최 시점 역시 쟁점입니다. 사우디 등은 하반기에 추가 회의를 개최하자는 입장입니다. 이란 역시 7~8월에 추가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달리 유럽연합(EU) 등은 상반기에 협상을 마무리 짓자고 말합니다.

추가 회의 개최로 인한 비용 부담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한편, 이번 5차 회의에는 178개 유엔 회원국 정부 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그리고 시민단체·산업계 등 이해관계자 3,3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개최국인 한국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완섭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관계부처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정부는 협상에서 관계부처가 원팀을 이루어 성안을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는 원론적입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폐회식에서 “지난 한 주 동안 활발한 논의와 생산적인 토론으로 기존에 70장이 넘는 협약 문안을 20여장으로 줄이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었다”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플라스틱 오염 대응이라는 대의를 위해 각국이 협력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조속히 협약을 성안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5차 회의 폐막 모아보기]
① 부산서 성안 물 건너간 플라스틱 국제협약
② 불발된 협약, 남은 쟁점과 전망은?
③ 부산서 성안 끝내 타결 무산…산업계 반응 엇갈려
④ 좌충우돌 협상장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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