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시민단체 145곳 부산서 강력한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 위해 ‘결단력’ 촉구

협상 나흘차인 28일까지 합의 완료 조항 전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부산에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5차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전 세계 시민단체 149개가 각국 대표단에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기자회견에는 국내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등 5차 회의 참관인을 포함해 국내외 149개 환경단체 2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단체들은 29일 오전 공동 성명을 통해 “여전히 각국은 생산감축을 비롯한 주요 쟁점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수 있는 시간이 겨우 36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며 대표단의 결단력과 강한 의지를 촉구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5일차(29일)까지 협상 진전이 여전히 더딘 점을 성토했습니다.

 

남은 시간 3일, 합의 완료 조항 ‘없음’ 📝

2022년 통과된 유엔환경총회 결의안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2024년까지 총 5번의 회의를 거쳐 협약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연내 협약 성안이 불발될 경우 국제사회는 다음 유엔환경총회에서 별도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현재 플라스틱 생산감축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의견 대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등은 구체적인 시한과 감축목표를 요구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재활용 관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5차 회의 첫날부터 연내 협약 성안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왔습니다.

28일까지 법률 초안 작성을 맡은 법률문안그룹(LDG)에 전달된 문구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이 그룹은 대표단에서 합의된 사항을 법률적 문안으로 다듬어 빠르게 협약 문구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즉, 합의가 완료된 조항이 하나도 없단 뜻입니다.

러시아·이란·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 산유국의 이른바 ‘지연전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예컨데 사우디 대표단의 경우 생산감축은 물론, 생산관리 등 약한 수준의 공급 관리마저도 협약에 포함되지 않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생산감축과 유해성 플라스틱을 둘러싼 논의가 과학적 증거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위원회 의장은 빠른 상황 정리에 나섰습니다. 의장은 4개 분과회의(컨택그룹)에 28일 오후 9시까지 논의를 마칠 것을 주문했습니다.

수합된 결과를 정리해 오늘(29일) 오후 정리된 초안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의장의 구상과 달리 본회의가 당초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기거나 다음날(30일)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습니다. 회의 자체가 연장될 가능성도 큽니다.

 

▲ 29일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를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앞에서 알맹상점 고금숙 대표가 150여개 국제 시민사회 대표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그리니엄

시민단체 “개최국 한국 등 우호국 연합 나서야” 💪

시민단체들은 대표단이 2022년의 결의를 상기하고 강력한 협약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등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아무 의미 없는 협약문에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끝내 협약이 자발적 조치에 의존하는 약한 수준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HAC 연합은 노르웨이·르완다 등 68개국이 가입해 있습니다. 한국도 2022년 출범 당시 가입했습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야망이 큰 국가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왜 여기 왔는지를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각국 대표단이)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개최국인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는 개회할 때 대통령·장관 모두 플라스틱의 전(全)주기적 관리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자고 말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한국 정부의 5차 회의 준비가 부족했단 비판도 나왔습니다.

3,500여명이 참여하는 국제행사임에도 회의실 부족으로 참관인들이 대기줄을 늘어선 모습이 빈번했습니다. 한번 회의장을 나가면 다시 들어오기 어려워 화장실을 가지 못했단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김 캠페이너는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정부 대표단에게도 협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준비되지 않아 다들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플뿌리연대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회의가 열리는 벡스코에서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있단 점도 꼬집었습니다.

 

5차 회의에 석유화학 로비스트 220명 참석…역대 최다 🤔

국제환경법센터(CIEL)에 따르면, 이번 5차 회의에 220명에 이르는 화석연료·석유화학 로비스트가 참석했습니다. 이는 지난 4차 회의(INC-4) 때 196명보다 많은 겁니다. 센터가 분석한 플라스틱 회의에 참석한 로비스트 인원 중 가장 많았습니다.

센터는 한국 정부의 대표단(140명), EU 등 각 회원국의 대표단을 합친 인원(191명)보다 많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태평양소도서개발국(PSIDS) 대표단(89명)이나 라틴아메리카·카리브그룹(GRULAC) 대표단(165명)보다 화석연료·석유화학 로비스트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델핀 레비 알바레스 활동가 “협상장을 둘러싼 업계 로비스트들이 오정보를 흘리고 협박하는 등 (협상 방해) 전략을 구사해온 것을 목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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