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에 EU 2023년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량 전년 대비 7.8% 감소

“유럽 산업계,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오히려 재기 발판”

유럽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의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공장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저렴한 중국산 플라스틱 공급과잉에 따른 여파입니다.

유럽 플라스틱 산업계가 모인 ‘플라스틱 유럽(이하 협회)’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21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2023년 총 플라스틱 생산량은 5,400만 톤을 기록했습니다. 전년(2022년) 대비 8.3% 감소한 겁니다

같은기간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량 역시 감소했습니다. EU에서 가장 흔한 ‘기계적 재활용(물리적 재활용)’을 통한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량도 2023년 2022년 대비 7.8% 감소한 7,100만 톤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3.4% 증가한 것과 상반됩니다.

 

유럽 플라스틱 산업 둔화에 산업계 “순환성 둔화 경고” 🚨

EU의 플라스틱 시장 점유율 역시 감소했습니다. 협회에 따르면, 유럽 플라스틱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06년 28%에서 2023년 12%로 감소했습니다. 그 자리는 중국과 미국이 주로 차지했습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석유화학 업계 생산능력 증가의 약 60%는 중국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1차 플라스틱, 즉 새로 만든 플라스틱이 재활용 플라스틱보다 더 저렴해졌습니다. 2019년 이전만 해도 재활용 플라스틱이 1차 플라스틱보다 더 저렴했던 것과 대비됩니다.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이 더 비싸진 이유는 복잡합니다.

기업들이 플라스틱 폐기물과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앞다퉈 재활용 시장에 뛰어든 영향도 있습니다. 여기에 원료 수급 문제도 더해졌습니다. 또 러시아로의 수출 감소가 투입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협회 상무이사인 버지니아 얀센은 EU의 플라스틱 생산량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현 상황이 유럽의 순환경제 전환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얀센 상무이사는 지적했습니다.

유럽 내 생산량 둔화 탓에 지속가능성이 더 낮은 해외의 플라스틱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경고입니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EU 플라스틱 시설 폐쇄·이전 검토 💸

유럽 플라스틱 재활용 협회 역시 비슷한 우려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지난 10월 재활용 협회는 “유럽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하락 추세가 우려스럽다”며 “많은 재활용 기업이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기업 사빅(SABIC)과 미국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 등은 올해 높은 비용 문제를 들어 유럽 내 일부 설비를 영구 폐쇄했습니다.

라이온델바젤 등 다른 기업들 역시 같은 이유로 유럽 시설 폐쇄를 계획하거나 검토 중입니다.

한국 역시도 높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가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설비가 정유공장과 통합돼 있어 석유화학 시설만 별도로 구분해 폐쇄하거나 처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유럽은 EU 내 규제가 현 상황을 자초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EU 내 플라스틱 규제가 엄격해진 반면, 다른 국가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네오스그룹 산하 석유화학 자회사에서 폴리머 제품을 만드는 롭 인그램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재활용 플라스틱 산업 성장을 위한 인센티브가 부족한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그는 “경쟁사 중 대다수가 유럽 자산을 팔아치우거나 (매각을) 검토 중”이라며 “모두가 가게를 비우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녹색)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럽 내 재활용 플라스틱 산업이 성장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신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유럽 플라스틱 산업계, 국제협약 발판 삼아 재기 나서나? 🤔

주목할 점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협회가 플라스틱 규제 완화를 요구하지 않았단 점입니다.

협회는 오히려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EU를 넘어 국제적으로 문제성 플라스틱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재활용 플라스틱 등 순환성을 높이기 위해 각국 정부가 동참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EU가 법적 구속력을 갖춘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와 연결됩니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연내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만드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회의는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립니다.

협회는 역내 현황 보고서를 발표한 이튿날(11월 19일)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고 피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최종합의문에 ▲의무적 재활용 목표 등을 담은 국가 행동계획 개발 ▲플라스틱 오염의 모니터링 평가 시스템 구축 ▲플라스틱 순환성 향상 설계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얀센 상무이사는 “더 쉽게 재사용·재활용·수리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춘 플라스틱을 원한다면, 그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플라스틱 제품의 순환성 향상을 골자로 국제협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국제협약에 해당 내용이 담길 시 중국과 미국의 1차 플라스틱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하면 EU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계기로 EU의 플라스틱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자 한다는 겁니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 중 한 곳인 도우의 특수 플라스틱 포장재 부사장인 마르코 텐 브루켄카테 역시 국제협약을 염두한 듯한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브루켄카테 부사장은 “EU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입 플라스틱으로 인해 (EU 플라스틱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EU 내 제조공장이 폐쇄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냉정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회의 창이 좁고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책입안자들은 순환경제 투자에 대한 매력적이면서 장기적인 관점을 제공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구현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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