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이 ‘글로벌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을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이 서약은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량을 2022년 대비 6배인 1,500GW(기가와트)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또 2040년까지 8,000만㎞ 길이의 전력망을 추가 또는 개조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 최종합의문에 담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3배 확대’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마련됐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ESS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동안 기후총회에서 계속 제기됐습니다. 재생에너지 전력은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연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만큼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려면 전력망 확충이 필수 과제로 꼽힙니다.
18일 기준 서약에 참여 또는 참여를 논의 중인 곳은 37개국입니다.
출범 당일 아제르바이잔을 포함해 서약에 참여한 영국·우루과이·벨기에·스웨덴 등 5개국보다 늘어난 겁니다. 이와 별개로 올해 4월 주요 7개국(G7)은 2030년까지 ESS 용량을 기존보다 6배 넘게 늘리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1.5℃ 억제 목표 제한 위해선 ESS 확대·전력망 현대화 시급 💸
서약 발표 직후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모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3배 확충을 위해선) 각국은 ESS 설비를 빠르게 늘리고 전력망을 확충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해당 서약을) COP29의 주요 우선순위로 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IRENA 사무총장도 “파리협정 1.5℃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통합하기 위한 주요 과제들도 해결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밖에도 세계자원연구소(WRI) 같은 비영리기관과 여러 에너지협회가 같은날 서약을 환영한다는 공개서한을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같은날 ‘넷제로 얼라이언스(UNEZA)’ 역시 COP29에서 나온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한국, ESS·전력망 확충 서약에 일단 불참 ⚡
이 서약은 COP29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이 공을 들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약에 동참하려는 국가는 점진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더 많은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들이 서약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한 상태입니다.
한국은 일단 서약에 동참할 뜻이 없습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ESS 용량은 10GW를 넘은 상황입니다. 이를 고려해 6배로 늘리기에는 이미 설치된 용량이 너무 많다는 주장입니다. 단, 총회서 최종 의제로 채택될 경우 협상장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이란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앞서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6년까지 26GW 규모의 장주기·대용량 ESS가 필요하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ESS 발전 전략에서도 2025년부터 매년 최소 0.6GW의 ESS를 확보해야 한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이행 계획이 부족해 ESS 확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수소 선언’ 나와…원자력 이니셔티브 6개국 추가 📊
한편, 같은날 한국은 COP29의 수소 선언에는 동참했습니다.
이는 현재 연간 100만 톤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량을 크게 확대하는 반면, 화석연료 기반 수소는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에 국가 기후 및 에너지계획에 청정수소 개발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이 서약에는 서명했습니다.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선언에도 추가로 6개국이 동참했습니다. ①엘살바도르 ②카자흐스탄 ③케냐 ④코소보 ⑤나이지리아 ⑥튀르키예 순입니다.
이로써 선언에 서명한 국가 수는 한국을 포함해 31개국이 됐습니다. 이 서약은 COP28에서 나왔습니다. 단, 원자력 발전용량 3배 확대는 COP28 최종합의문에는 담기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원자력 등 탈탄소·저탄소 기술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후총회에서 원자력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인공지능(AI)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전력수요가 크게 급증한 가운데 청정전력을 확충할 방안으로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NYT의 설명입니다.
단, NYT는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 발전용량 3배 확대를 놓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규제 그리고 대중 반대로 인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COP29 현장에서는 원자력 에너지를 두고 찬반 시위가 진행됐습니다.
신이치 키하라 일본 경제산업성 국제탄소중립정책총괄조정관은 “원자력 프로젝트는 종종 미래 비용 초과로 불확실성에 직면한다”며 “(그럼에도) 실용적으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