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의 시급성이 높아지면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탄소감축 역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우리나라 포함한 22개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 용량을 3배로 증가시키는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Net-Zero Nuclear Initiative)’ 선언에 동참했습니다.
선언문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 억제를 달성하기 위한 원자력의 역할이 강조됐습니다.
사마 빌바오 이레온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무총장은 이번 이니셔티브가 “지속가능하고 비용효율적이며 안전하고 공평한 에너지믹스(발전원)를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에너지 대란으로 기후총회서 급부상한 탈탄소화 발전원 원자력 ⚡
원자력 업계는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당사국총회(COP26)까지만 해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COP26 직후 이듬해 2월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자 상황은 반전됩니다. 에너지 대란을 계기로 원자력 에너지가 탈탄소에너지의 대안으로 다시금 주목받은 것입니다.
이에 작년 27차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세계원자력기구(IAEA)가 처음으로 관련 전시관을 설치했습니다.
당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원전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COP28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원자력 에너지의 확대가 선언된 것.
韓 등 22개국 “1.5℃ 제한 목표 달성 위해선 원자력 필요” ☢️
이번 선언에는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이 참여했습니다. 2023년 원전 3기를 폐쇄하며 탈원전을 공표한 독일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니셔티브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에너지 용량을 3배로 증가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에너지 대출 정책에 원자력을 포함하고 관련 기술개발이나 공급망 확보 등의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성명서는 다음의 문구로 시작합니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넷제로·탄소중립을 달성하고 1.5℃도 제한을 유지하며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데 있어 원자력의 핵심적인 역할을 인식한다.”
원자력 3배 ↑·SMR 지원 등 담겨…“원전 없인 2050 탄소중립 불가능” 📢
IEA의 분석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 전력 수요는 202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이니셔티브는 미래 전력 수요를 비용효율적인 동시에 탄소배출 없이 충당할 수 있는 전력원으로 원자력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자력 신기술이 적은 토지를 차지할 뿐더러, 어느 지역이든 배치가능해 재생에너지와의 연계성이 높단 설명입니다.
이를 위해 이니셔티브 가입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 용량을 3배로 늘리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안전 조치 강화 ▲국제금융기관의 원자력 대출 독려 ▲SMR 등 차세대 원자로 지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향후 진행상황은 매년 열리는 당사국총회(COP)에서 점검됩니다.
한편, 원자력발전소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차치하더라도 이니셔티브 자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이 나옵니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공급망 문제로 여러 원자력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데 지난 11월에는 미국 내 첫 SMR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뉴스케일파워’의 프로젝트는 비용 문제로 중단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원자력 산업에 수조 달러 규모의 지원이 가능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선언문 채택식에 참석한 케리 특사는 원자력이 완전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자력 없이는 2050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美, 차세대 핵에너지 ‘핵융합’에 국제협력 공개 제안 ☀️
한편, 미국은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한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핵융합 에너지는 사용 가능한 연료가 무한하고 온실가스 배출이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단점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립니다.
COP28에 참석한 케리 기후특사는 지난 5일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제안했습니다.
앞서 지난 2일 미 백악관이 공개한 ‘핵융합에너지 개발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국제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케리 특사는 연설에서 “핵융합에는 세계를 혁신할 잠재력이 있다”며 핵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 참여 계획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핵융합 현실화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으며, 동시에 중요한 과학 및 공학적 과제가 존재한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핵융합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상황이나, 핵융합 조건 조성이 까다로워 개발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8월 각각 미 에너지부(DOE) 산하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에서 핵융합 점화에 성공하며 발전 논의가 부상했습니다.
케리 특사는 현재 35개국이 파트너십에 참여했고 ▲연구 개발 ▲공급망 문제 ▲규제 및 안전 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5개국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미국은 영국과는 지난 11월 핵융합 협력을 체결한 상황입니다.
韓, 원전·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제안 ☁️
같은날(5일) 한국 정부는 원자력·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확대를 위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COP28에서 공식 제안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COP28에서 ‘무탄소 연합'(CF연합) 주도로 CFE 이니셔티브 확산을 위한 원탁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CF연합을 제안한 데 뒤이은 것입니다.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발전, 청정수소, CCS(탄소포집·저장)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 활용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날 원탁회의에는 2050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김상협 민간위원장,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압달라 목싯 사무국장이 참여했습니다. 삼성전자, 포스코, 일본제철, 미 전력연구원(EPRI) 등 30여개 기업 관계자도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산자부는 이날 회의에서 제조기업과 발전기업이 수요 및 공급 측면에서 무탄소에너지의 필요성과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