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빅테크 기업의 소형모듈원전(SMR) 투자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SMR 개발을 위해 3건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SMR 개발 프로젝트 협약 2건, SMR 스타트업 투자 1건입니다.
AWS는 아마존의 자회사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컴퓨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번 계약이 AI 수요와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탈탄소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라고 사측은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AWS는 SMR 스타트업 ‘엑스에너지’ 및 지역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미국 워싱턴주·버지니아주에서 SMR을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같은날 엑스에너지가 시리즈 C 1차 투자에서 5억 달러(약 6,860억 원)를 조달했단 소식도 공개됐습니다.
아마존의 기후서약기금이 참여했습니다.
2009년 설립된 엑스에너지는 작년 두산에너빌리티·DL이앤씨 등이 투자하며 한국에 알려진 바 있습니다.
AWS, MS·구글 이어 SMR 기업 계약 ⚡
빅테크 기업의 SMR 투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에 이어 AWS가 3번째입니다. 이번 파트너십이 발표되기 불과 이틀전(14일) 구글은 미국 카이로스파워가 건설하는 SMR로부터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지난 9월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역시 최대 3기의 SMR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간 AWS는 빅테크 기업 중 원자력발전 투자에 선도적으로 나선 곳입니다. 올해 3월 미국 전력 기업 탈렌에너지로부터 ‘큐뮬러스 데이터센터 단지’를 인수하며 전력구매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관심이 SMR 투자로 이어진 것입니다. 사측은 SMR을 선택한 이유로 기존 대형 원자력발전소보다 건설 시간이 빠르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매튜 가먼 AWS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몇 년간 기가와트(GW) 단위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풍력과 태양광은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AWS는 버지니아주와 워싱턴주에서 SMR 배치를 가속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들 지역은 미국 데이터센터 몰려 있어 ‘데이터센터 핫스폿’으로 불립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는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의 절반가량이 위치해 있습니다. 그중 ‘데이터센터 골목’이라 불리는 루던카운티에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70%가 통과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AWS는 버지니아주에 350억 달러(약 48조 원)를 투자해 2040년까지 여러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발표 직후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AWS의 이번 파트너십은 버지니아의 미래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AWS, 버지니아·워싱턴주 SMR 개발 나서 ⚡
세부적으로 AWS는 유틸리티 기업 도미니언에너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버지니아에서만 300㎿(메가와트) 규모의 SMR 개발에 나섭니다.
SMR은 동부 버지니아주의 기존 ‘노스앤나 원전’ 부지 인근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도미니언에너지는 SMR 개발이 향후 15년간 지역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서부 워싱턴주에선 공공유틸리티 컨소시엄 에너지노스웨스의 SMR 개발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 AWS의 계획입니다.
에너지노스웨스트는 총 320㎿ 규모의 SMR 원자로 4기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발전용량은 향후 8기를 추가해 총 960㎿까지 확장될 수 있습니다. 약 77만 가구에 공급 가능한 규모입니다.
계약에 따라 AWS는 SMR에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권리를 갖게 됩니다. AWS는 2030년대 초부터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엑스에너지, 2039년 SMR 배치 목표에 5억 달러 조달 💰
한편, AWS는 엑스에너지와 2039년까지 5GW(기가와트) 규모의 SMR 배치를 위한 투자 협약도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공동성명에서 “지금까지 나온 SMR 상용화 목표 중 가장 큰 규모”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AWS는 엑스에너지에 직접 투자와 함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습니다.
AWS는 엑스에너지와 함께 에너지노스웨스트의 SMR 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해당 프로젝트에 엑스에너지가 개발한 SMR과 연료가 사용된다는 뜻입니다.
엑스에너지는 성명에서 “초기 개발 작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아마존이 에너지노스웨스트 프로젝트에 즉각적인 직접 투자를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날 아마존 기후서약기금이 엑스에너지의 시리즈 C 1차 투자에도 합류했단 소식이 공개됐습니다. 기후서약기금은 204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아마존이 설립한 기후테크 투자 기금입니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켄 그리핀과 자산운용사 아레스, 미국 미시간대학 역시도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조달 금액은 5억 달러에 달합니다.
덕분에 현재까지 엑스에너지가 조달한 자금은 총 7억 8,520만 달러(약 7조 원)로 증가했습니다.
에너지부도 선택한 엑스에너지…한국 SMR도 기대 ↑ 🇰🇷
엑스에너지는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 원자로 시연 프로그램(ARDP)’ 수상기업 중 한 곳입니다. 당시 2027년까지 원자로 가동을 목표로 8,000만 달러(약 1,096억 원)를 지원받았습니다.
차세대 원전 중에서도 ‘고온가스냉각(HTG) 원자로’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물 대신 고온의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냉각수를 사용하지 않아 오염수 배출 우려가 적습니다. 현재는 300㎿급 고온가스냉각로 ‘Xe-100’를 개발 중입니다.
엑스에너지의 또다른 특징은 자체 개발 연료인 ‘트리소X(TRISO-X)’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사측은 세라믹과 흑연 등으로 우라늄 입자를 3중 코팅해 방사능 누출을 막는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합니다.
2023년에는 미국 에너지부 승인을 받아 미 남부 텍사스주에 있는 한 화학공장에 첫 번째 파일럿(시범)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완공 예정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소식에 한국 SMR 산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단 기대가 나옵니다.
앞서 SMR 시공사인 두산에너빌리티과 DL이앤씨가 엑스에너지에 투자하며 협력 관계를 맺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두 기업은 엑스에너지에 각각 500만 달러(약 68억 원)와 2,000만 달러(약 274억 원)를 지분투자한 바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급증, SMR이 돌파구 되나?” 🤔
SMR 업계는 지난해 11월 뉴스케일파워가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며 한차례 소강상태를 맞았습니다. 미국 내 첫 SMR 개발 프로젝트로 기대가 컸던 만큼 중단으로 인한 타격도 컸습니다.
SMR의 높은 비용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막대한 건설비용 탓에 재생에너지 대비 비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빅테크 기업의 전력수요 폭증이 SMR 상용화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고려할 경우 빅테크 기업들이 SMR의 가격 프리미엄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원자력과학·공학과 교수인 자코포 부온조르노 박사는 빅테크 기업의 지불 의사가 SMR 안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일단 빅테크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면 이후 비용절감에 따라 수요처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망입니다.
한편, AWS 발표 다음날(17일) 미국 정부도 본격적인 SMR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에너지부는 SMR의 자국 배치를 돕기 위한 자금 지원을 신청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지원금은 최대 9억 달러(약 1조 2,330억 원)입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지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