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시달리는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가 파산보호 신청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소식은 스웨덴 최대 경제 일간지 ‘다겐스 인더스트리’를 통해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처음 전해졌습니다.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 역시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소식통들은 노스볼트는 미국 법원에 파산법 제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법원 감독 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입니다.
챕터 11을 통해 법정관리인의 감독 하에 노스볼트는 신규 자금을 조달하거나 또는 자회사를 청산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실패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파산 신청을 고려 중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신규 자금조달 ‘교착’…스웨덴, 노스볼트 구제 없을 것 💰
노스볼트는 유럽 전기자동차 시장 위축과 생산 차질 등으로 인해 사업 확장을 중단하고 인원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전체 직원 7,100여명 중 1,600여명이 해고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조조정과 함께 회사의 사업 확장을 담당하던 노스볼트의 자회사는 자금난으로 이미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스웨덴 북부 셸레프테오에 소재한 기가팩토리 ‘노스볼트 에트’만 현재 가동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공장들은 가동 중단 또는 확장이 멈춘 상태입니다.
노스볼트의 현재 부채는 600억 크로나(약 8조 원)에 이릅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정부는 총리가 직접 나서 노스볼트에 대한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15일 재차 못 박았습니다.
피터 칼손 노스볼트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100억 크로네(약 1조 2,9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당초 사측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신규 자금조달을 모색 중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올해 10월 말에 약 3억 달러(약 4,400억 원) 규모의 자금조달 방안이 발표될 것이란 소식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자금조달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익명의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회담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협상이) 매우 유동적”이라면서도 “어느 단계에서는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와 파산 등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고려 중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다겐스 인더스트리는 소식통을 인용해 회사의 신규 자금조달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점을 언급했습니다.
“폭스바겐·아우디·스카니아 모두 노스볼트와 거리 둬” 🚘
노스볼트 측은 구제금융을 받고자 고군분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촉박한 시간 때문에 제때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회담에 참석한 일부 관계자들은 노스볼트의 최대 주주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 회사 지분의 약 21%를 보유했습니다.
2021년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와 향후 10년에 걸쳐 14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현재의 노스볼트의 생산량으로는 이 계약이 이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실제로 폭스바겐 산하 고급자동차 브랜드인 아우디의 경우 10월 노스볼트와 맺은 주문 계약을 철회했습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은 폭스바겐에 노스볼트의 배터리셀을 더 많이 구매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단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1일 폭스바겐의 투자 책임자가 노스볼트 이사회에서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폭스바겐 측은 노스볼트 구제에 참여할 뜻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별도 논평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또다른 주주이자 전기트럭 제조업체인 스카니아도 노스볼트와 거리를 두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크리스찬 레빈 스카니아 CEO는 “현재 판매 중인 모든 전기차량에 노스볼트의 배터리셀이 장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발언은 노스볼트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됐습니다.
다만, 최근 레빈 CEO는 로이터통신에 “(노스볼트에) 문제가 생겨도 스카니아가 휘발리지 않도록 모든 이해관계자와 논의 중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는 노스볼트 이외 배터리셀 제조업체와의 논의도 포함됩니다.
노스볼트 측은 “전략적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결론이 나면 그 결과를 공유할 것이며,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도 계속할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변했습니다.
노스볼트의 주요 투자자 중 한 명은 FT에 11월 중에 회사가 ‘지급불능(insolvency)’ 상태에 도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쳤습니다. 이는 장부상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아 금전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를 말합니다.
이에 노스볼트의 투자가치를 아예 0으로 낮췄다고 한 투자자는 덧붙였습니다.
미국 라이텐, 노스볼트 자회사 생산시설 인수 🔋
한편,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라이텐은 노스볼트의 미국 자회사인 ‘큐버그’ 생산시설을 인수했습니다. 큐버그는 2021년 3월 노스볼트에 인수된 곳입니다. 노스볼트의 연구개발(R&D)를 주력해 왔으나, 회사 자금난으로 인해 올해 8월 폐쇄가 결정됐습니다.
라이텐은 큐버그의 배터리 생산시설을 인수해 리튬황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입니다. 리튬황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볍고 저렴한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라이텐의 댄 쿡 CEO는 “리튬황배터리 추가 제조시설 확보는 고객사 수요를 더 빠르게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수백명의 잠재 고객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설립된 라이텐은 현재까지 총 4억 2,500만 달러(약 5,900억 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의 파트너십이 견고합니다.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인 크라이슬러는 전기 콘셉트차 ‘할시온’에 라이텐이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했습니다.
노스볼트는 해외 생산시설을 매각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