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의 스웨덴 확장 사업을 담당하던 자회사가 최근 재정난으로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같은날 기가팩토리 ‘노스볼트 에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뒤셴의 사임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는 올해 9월 노스볼트가 비용절감 전략의 일환으로 전체 회사 인원의 25%(약 1,600여명)를 해고하겠다는 계획이 발표한 후에 나온 첫 결정입니다.
2016년 설립된 노스볼트는 연이은 생산 차질과 유럽 전기자동차 시장 위축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사업 확장을 멈추고 핵심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노스볼트의 위기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14일(이하 현지시각) 스웨덴 정부에 납부해야 2억 8,700만 스웨덴 크로나(약 373억 원) 규모의 세금을 사측이 납부가 가능한지를 두고 의구심도 나옵니다. 회사 대변인은 일단 세금 납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확장 중단…노스볼트 자회사 파산·기가팩토리 CEO 사임 💼
먼저 노스볼트의 확장 사업을 담당하던 자회사 ‘노스볼트 에트 익스펜션 AB’가 지난 8일 스웨덴 당국에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발표 직후 회사 관리는 스웨덴 당국이 임명한 파산관리인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자회사는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소재한 배터리셀 제조 공장 노스볼트 에트의 확장을 전담하던 곳이었습니다. 2022년 준공된 이 공장은 생산능력을 3배까지 확장하려 했습니다.
허나, 9월 확장 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이 자회사는 재정난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노스볼트는 이 파산 신청이 회사 그룹 내 다른 20개 법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날 노스볼트 에트의 CEO인 마크 뒤셴은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의 자리는 노스볼트 북미 운영 담당 부사장이 연말까지 임시로 맡습니다. 사측은 현재 새로운 CEO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뒤셴 전(前) CEO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미국 테슬라 등 자동차 업계에서 20여년 넘게 근무한 인물입니다. 파산한 중국 전기자동차 기업 바이톤에서 피터 칼손 노스볼트 CEO와 함께 일한 이력도 있습니다.
캐나다인인 그는 2023년 7월 노스볼트 에트의 CEO로 취임했습니다. 그는 지난 6월 스웨덴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개월이 (본인의) 경력에서 최악의 분기였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노스볼트 에트는 당초 연간 16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실제 생산량은 올해 9월 중순까지 1GWh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1GWh는 통상 전기차 약 1만 7,000대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이마저도 높은 불량률 문제도 제기돼 BMW그룹 등 계약업체들이 회사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뒤셴 전 CEO는 회사 경영난으로 인해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는 노스볼트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첫 신호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스웨덴 검찰, 노스볼트 기소 계획…중과실치사 혐의 ⚖️
사측은 노스볼트 에트에 회사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당초 목표로 했던 배터리셀 생산능력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실제로 회사 구조조정 전략 발표 직후 노스볼트는 노스볼트 에트의 생산능력이 3배 이상 늘었다는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의 앞날은 여러모로 불투명합니다.
자금난과 별개로 회사는 안전 문제로 인해 스웨덴 사법당국으로부터 수사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노스볼트 에트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의 1년이 흐른 지난달 25일 스웨덴 검찰은 중과실치사 혐의로 노스볼트를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회사는 화학물질 누출 등 여러 안전사고가 연이어 터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 현지에서는 노스볼트의 성장을 막으려는 중국의 파괴공작이란 음모론도 돌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노스볼트는 그간 중국의 저렴한 배터리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업체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유럽외교협회, 노스볼트 위기 EU 정치문제 비화 ↑ 🇪🇺
한편, 경영난 속에서 노스볼트가 자금조달을 위해 투자자와 대출기관과 협상 중이란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노스볼트가 2억 유로(약 2,955억 원) 규모의 자금 마련에 고군분투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해당 소식은 여러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해졌습니다.
사측이 제3자로부터 1억 5,000만 유로(약 2,215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다고 한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최종 확정은 아닌 상태입니다.
다른 소식통은 노스볼트의 주주인 트럭 제조업체 스카니아가 자금조달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스카니아는 노스볼트와 긴밀하게 협상 중이라고만 말했습니다.
사측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BMW그룹은 노스볼트의 자금조달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자금조달에 연이어 실패한 노스볼트가 요구하는 액수를 점차 줄이고 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노스볼트의 현재 부채는 600억 스웨덴 크로나(약 8조 원)에 이릅니다.
스웨덴 정부는 총리가 직접 나서 노스볼트에 대한 구제금융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노스볼트 기가팩토리 건설이 진행 중인 독일 정부 또한 재정 지원은 배제했습니다.
노스볼트의 경영난이 유럽 내 정치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옵니다. 회사 전체가 파산할 시 스웨덴·독일을 포함해 유럽연합(EU) 내 청정기술 생태계가 약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U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의 수석정책연구원인 마츠 엥스트롬이 현 상황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엥스트론 수석연구원은 가디언에 “노스볼트가 살아남을지 미지수”라며 “자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스볼트 파산 시) 그 여파는 스웨덴을 넘어 회사의 계획을 지지해 온 EU 집행위원회의 정치 문제로 비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