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유니콘 기업 노스볼트, 연구 자회사 ‘큐버그’ 폐쇄…“직원 200여명 갈 곳 잃어”

R&D 연구 스웨덴으로 중앙화…2023년 회사 순손실 12억 달러 넘어

스웨덴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노스볼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던 연구개발(R&D) 자회사를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R&D 연구를 스웨덴 중부 베스테로스에 있는 ‘노스볼트랩스’로 통합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입니다.

사측은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5년 설립된 노스볼트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 등을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를 만드는 업체입니다.

이번에 폐쇄가 결정된 자회사는 노스볼트의 자회사인 ‘큐버그’입니다.

 

노스볼트, R&D 연구 자회사 ‘큐버그’ 폐쇄 결정 🧪

큐버그는 2015년 미 스탠포드대학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입니다. 에너지밀도를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70% 이상 높인 리튬메탈배터리를 개발하는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이곳은 2021년 3월에 노스볼트에 인수됐습니다. 큐버그는 인수 후 노스볼트의 R&D 연구 사업을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노스볼트에 인수된지 약 3년 만에 회사 청산이 결정된 겁니다.

회사에 속했던 200여명의 직원은 모두 정리해고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노스볼트는 큐버그 직원들게 본인 역량과 기준에 따라 유럽이나 캐나다에 있는 공석에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샤우나 맥킨타이어 큐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치 덕에 노스볼트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더 강화될 것”이라며 “업계 선두주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더 나은 위치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 노스볼트 북미지부 부사장 지위도 역임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이번 조치가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을 위한 중장기 전략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노스볼트가 위기에 처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는 2022년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노스볼트 에트’ 공장을 준공한 후 배터리 상업 생산을 이어왔다. ©Northvolt

자회사 폐쇄 결정에 노스볼트 위기설 나온 배경은? 🤔

발단은 올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독일 완성차 기업 BMW가 노스볼트와 맺은 20억 유로(약 3조원) 규모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셀 주문을 취소합니다.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지 약 4년 만의 일입니다.

공급계약 취소 이유로는 2년 넘게 배터리 셀 공급이 지연된 점이 거론됐습니다. 본격 생산에 들어갔어야 할 노스볼트의 기가팩토리가 2023년 낮은 가동률로 생산 부진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계약은 삼성SDI에게 넘어갔습니다.

스웨덴 상용차 제조업체 스카니아 역시 노스볼트의 납품 지연으로 인해 사업 확장에 악영향을 받았습니다.

높은 배터리 불량률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BMM는 노스볼트의 배터리 품질이 기대 수준에 못 미쳤다는 점을 짚은 바 있습니다. 이에 BMW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노스볼트에 전문가를 파견합니다.

여기에 노스볼트 기가팩토리에서 연이어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단, 노동자 사망과 공장 작업 사이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도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악재가 겹치자 회사의 신규 자금조달과 기업상장 모두 연기된 상황입니다.

공격적으로 추진하던 기가팩토리 공장 3곳(독일·캐나다·스웨덴) 건설계획도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사측은 이미 지난 6월 스웨덴 중부 볼렝에 건설하기로 한 화학물질 공장 건설을 취소했습니다.

 

 

노스볼트 순손실 2022년 2.8억 → 2023년 12억 달러 💰

노스볼트는 2023년에만 12억 달러(약 1조 6,035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2억 8,500만 달러(약 3,810억원) 대비 급증한 것입니다.

같은기간 매출은 1억 700만 달러(약 1,430억원)에서 1억 2,800만 달러(약 1,710억원)로 소폭 증가에 그쳤습니다.

회사 경영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사업 운영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피터 칼손 노스볼트 CEO는 지난달 스웨덴 현지매체에 “회사의 확장 계획이 일부 너무 공격적이었다”며 “지금 (확장 계획)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스볼트는) 아시아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핵심엔진(기가팩토리) 가동을 위한 사업계획과 성장계획을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노스볼트 측은 이번 조치에 새로운 기대도 드러냈습니다.

회사 최고개발책임자(CTO)인 사미 하이칼라는 “리튬이온, 나트륨이온 그리고 리튬메탈배터리 기술을 모두 (스웨덴) 노스볼트랩스이란 한 지붕 아래 모으면 혁신과 기술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세계 각지에 흩어진 R&D 연구를 중앙에 한데 모은 덕에 기술혁신이 더 가속화될 것이란 뜻입니다.

 

▲ 현지시각 지난 20일 노스볼트는 자회사인 큐버그 폐쇄를 명령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세계 각지에 흩어진 노스볼트 시설에 입사할 것을 권고했다. ©Northvolt

큐버그 직원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결정” 😢

한편, 큐버그 직원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노스볼트는 큐버그 직원들에게 캐나다나 유럽에 있는 회사 R&D 시설로 이동해줄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떠나 실제로 캐나다와 유럽으로 근무지를 옮길 이는 저조할 보입니다. 22일 기준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에 구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큐버그 직원은 21명이 넘습니다.

회사에서 프로그램관리자를 맡았던 에마 폭슬리는 “(R&D 센터를) 캘리포니아에서 스웨덴으로 옮기기로 한 결정은 큐버그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을 이제 마감해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큐버그에서 품질책임자로 일하던 비크란트 파바스카르 역시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결정”이라면서도 “그간 회사에서 일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회고했습니다.

러시아 광산 대기업 노릴스크니켈의 얀톤 가브릴로프 기술혁신책임자는 노스볼트의 이번 결정이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R&D를 중앙집중식에는 상당한 이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종종 다각화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역과 팀별로 다른 고유의 전문지식이 다양할수록 혁신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구직 나선 직원들…실리콘밸리 업계 기회 엿보아” 📊

이 가운데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큐버그 직원들을 채용하려 나섰습니다.

아예 회사 직원들을 위해 구직 현황 보드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기업 인사팀과 헤드헌터를 위해 제작된 겁니다.

구글시트로 구성된 문서로 지난 21일 기준 큐버그 소속 직원 65명이 현 직책과 재택근무 수요 여부 그리고 이력서가 한데 정리돼 있습니다. 해당 문서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현재 공개돼 있습니다.

협업툴인 ‘슬랙’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도 형성돼 이직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해당 문서를 만든 리차드 왕은 “큐버그 동료들의 노력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며 “유능한 엔지니어와 관리자 약 200여명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배터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이들 인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배터리 업계에 하소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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