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직면한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가 직원 7,100여명 중 약 1,600명을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23일(이하 현지시각) 노스볼트는 이러한 대규모 구조조정 내용이 담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사측은 지난 9일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16년 설립된 노스볼트는 배터리 제조부터 재활용에 이르는 모든 시스템을 갖춘 ‘올인원’ 기업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골드만삭스·BMW그룹 등으로부터 150억 달러(약 20조원)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그러나 연이은 생산 차질과 유럽 전기자동차 시장 위축 등으로 회사 경영난이 심화됐고 최근에는 안전 문제까지 불거졌습니다.
피터 칼손 노스볼트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수요의) 전반적인 추진력은 여전히 강력하다”면서도 “광범위한 산업 환경의 역풍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칼손 CEO는 “이같은 결정이 매우 고통스럽다”면서도 “모든 에너지와 투자를 핵심사업에 집중할 시점”이라 강조했습니다.
노스볼트, 인력 감축에 배터리 공장 증설 계획 중단 🔋
노스볼트의 사업 역시 전반적으로 재조정됩니다.
먼저 스웨덴 북부 셸레프테오 공장의 확장 계획은 전면 중단됩니다. 해당 공장은 추가 확장을 통해 연간 3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하려 했습니다.
셸레프테오 공장은 2022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당초 16GWh(기가와트시) 규모 생산을 목표로 했으나 낮은 가동률과 불량률로 실제 생산 물량이 1GWh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1GWh는 통상 전기차 약 1만 7,000대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추가 증설을 멈추는 대신 기존 공장의 생산 능력을 목표 지점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노스볼트의 구상입니다.
연구개발(R&D) 연구를 위한 ‘노스볼트랩스’ 역시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앞서 노스볼트는 미국에 소재한 연구 자회사인 큐버그를 폐쇄했습니다. R&D 연구를 노스볼트랩스로 통합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것이 당초 사측의 구상이었습니다.
노스볼트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스볼트랩스의 프로그램과 확장 역시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독일·캐나다에 건설 중인 노스볼트 기가팩토리 역시 준공이 더 늦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준공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노스볼트와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재정 지원 계획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스웨덴, 구제 방침 없어…노스볼트 재기 여부 ‘불투명’ ⚖️
이번 대규모 감원은 노스볼트에 대한 스웨덴 정부 차원의 구제 계획이 없다는 발표한 뒤에 나왔습니다.
앞서 지난 16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개입이 없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녹색전환에 필요한 신기술 개발에 스웨덴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면서도 “국가가 개입해 (노스볼트의) 지분을 갖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노스볼트 최대 지분은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그룹이 보유했습니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 지분의 21%를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그렇다면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재조정을 통해 노스볼트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습니다.
노스볼트는 가능하다고 자신합니다.
사측은 “올해 초 이후 셸레프테오 공장의 배터리셀 생산 능력이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일주일 간 6만 6,000개를 생산하는 기록도 세웠다”고 설명했습니다. 핵심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노스볼트의 말입니다.
부정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스웨덴 옌셰핑대 경영학과 조교수인 크리스티안 샌드스트롬은 “노스볼트가 파산할 위협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스웨덴 일간 익스프레션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샌드스트롬 조교수는 “녹색거품이 터지기 직전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셀 불량 문제가 여전할뿐더러, 노스볼트의 현금 유동성 역시 약하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또 최근에 공장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누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습니다.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입니다.
샌드스트롬 조교수는 “노스볼트가 최소 6개월 이내로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칼손 CEO는 투자자들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2025년까지는 소규모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듬해(2026년)부터는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