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최초의 ‘목재’ 데이터센터 건설 나선 까닭?

데이터센터 증설 따른 배출량 증가…건축자재 혁신 필요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초의 목재 기반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섰습니다.

탄소집약적 소재인 강철과 콘크리트 사용량을 낮춰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목재는 저탄소 소재로 평가받습니다.

MS는 미국 버지니아주 북부에 건설될 데이터센터 2곳에 목재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공사는 현재 진행 중으로 완료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2030년까지 자사의 탄소네거티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한 공급망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목재 ‘하이브리드’ 데이터센터, 최대 65% 탄소감축 🪵

물론 데이터센터에 일반적인 목재가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MS는 직교적층 기술이 적용된 ‘구조용 집성재(CLT·이하 직교적층판)’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말 그대로 나무판을 가로세로로 엇갈리도록 쌓아 압축해 만든 합판의 일종입니다.

압축 과정에서 탄화층이 생성돼 일반 나무나 강철과 달리 고온에서도 잘 버틴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초고층 목조 건축물에 주로 사용됩니다.

MS는 건물 바닥과 천장에 사용되는 슬래브(상판)를 콘크리트에서 직교적층판으로 대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단, 내구성과 방수를 위해 얇은 콘크리트 층도 더해집니다.

따라서 “목재·강철·콘크리트의 하이브리드 건설 방식은 탄소발자국을 기존 철근콘크리트 대비 35%, 프리캐스트(공장 제작식) 콘크리트 대비 65% 줄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MS는 밝혔습니다.

 

최초
▲ 구조용 집성판이 적용된 데이터센터의 가상 이미지와 실제로 적용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실리콘밸리 본사의 모습. ©MS

MS “미국서 목조 건축 활성화” 🌲

MS는 지난 2021년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신설하면서 이미 직교적층판을 사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건축에 직교적층판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측은 직교적층판이 친환경 건축자재 중에서도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이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확산이 느리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데이비드 스완슨 MS 엔지니어는 미국 내에서 직교적층판의 단가가 높을뿐더러, 업계의 건축 경험도 부족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직교적층판이 건축자재로 보편화된 것과 비교됩니다.

이에 MS는 이번 데이터센터 건설 사례를 통해 직교적층판 건축물의 비용편익을 분석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일반 주택과 달리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는 경제성이 더 높을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성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스완슨 엔지니어는 “우리는 (직교적층판처럼) 새로운 건축자재가 데이터센터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자재인지 검증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자재에 주목한 이유? ‘스코프3 때문’ 💭

MS가 데이터센터 건축자재에 주목한 이유는 지난 5월 발표된 ‘2024 환경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MS는 지난 3년간(2021년~2023년) 스코프1·2 배출량을 6.3% 줄였습니다. 반면, 간접배출량인 스코프3 배출량은 30.9% 증가했습니다. 같은해 MS의 탄소배출량 중 스코프3의 비중은 96.5%에 달합니다.

스코프3 배출량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이 꼽힙니다. 반도체·서버 등 하드웨어 장비와 함께 건축자재 수요도 증가한 것입니다. 철강과 콘크리트 등 건축자재는 대표적인 탄소집약 제품입니다.

스티브 길게스 MS 엔지니어는 콘크리트의 원료인 시멘트에서 대부분의 온실가스 배출이 나온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시멘트 생산시 열원으로 화석연료가 다량 사용될뿐더러, 생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방출됩니다.

시멘트 산업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7~8%를 차지합니다.

 

▲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기후혁신기금을 통해 투자한 탈탄소 시멘트 스타트업들의 제품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당시 시연에는 카본큐어와 프로메테우스 머티리얼스가 참여했다. ©MS

MS 기후혁신기금 ‘건축 혁신’ 추진 중 💰

한편, MS는 목재와 더불어 기존 건축자재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후혁신기금(CIF)’의 투자 대상에 건축 관련 탈탄소 스타트업이 다수 포진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기후혁신기금은 MS가 2030년 탄소네거티브 목표 달성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 3,860억 원) 투자를 내걸고 만들었습니다.

현재까지 기금을 통해 직접 투자한 기업은 총 37곳에 달합니다. 이중 시멘트·철강 탈탄소화 기업은 5곳입니다. 부문별 투자 기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멘트

① 카본큐어|탄소포집 시멘트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탄소포집 시멘트 기업입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에 주입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탄소를 저장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콘크리트 강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시멘트 사용량도 줄어들어 비용절감도 가능합니다. 8일 기준, 카본큐어가 절감한 탄소배출량은 50만 톤이 넘습니다.

 

② 프로메테우스 머티리얼스|저탄소 바이오 시멘트

2021년 설립된 미국 바이오 시멘트 생산 스타트업입니다.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사용되던 미세조류를 저탄소 건축자재에 접목한 것이 특징입니다. 산호가 단단한 외골격을 만들어내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미세조류가 광합성 해 바이오 시멘트 원료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③ 일렉트릭하이드로젠(EH2)|저탄소 시멘트 연료

2020년 설립된 전해조 생산 스타트업입니다. 작년 10월 시리즈C 투자를 통해 그린수소 부문 최초의 유니콘 기업에 오른 바 있습니다. 여타 전해조 기업과 다른 점은 시멘트 업계에 주목하고 있단 것입니다. EH2는 2030년까지 모든 시멘트 공장의 연료를 화석연료에서 그린수소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철강

④ 보스턴메탈|전기분해 녹색철강

2012년 설립된 녹색철강 기업입니다. 자체 개발한 ‘용융산화물 전기분해(MOE)’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 과정에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액만 3억 5,270만 달러(약 4,890억 원)에 달합니다.

 

⑤ 스테그라|수소환원제철 녹색철강

2020년 설립된 스웨덴 녹색철강 스타트업입니다.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이전 사명인 ‘H2그린스틸(H2GS)’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테그라는 스웨덴어로 ‘높이 올리다’는 뜻을 지닙니다.

사측은 산업 탈탄소화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기 위해 지난 9월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스테그라가 만들고 있는 수소환원제철소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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