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공화당)이 첫 TV토론을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마쳤습니다.
토론은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뉴스 주최로 90분간 진행됐습니다. 방청객 없이 사회자가 각 후보에게 질문하고 서로 응답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토론은 응답 차례가 아닐 경우 마이크가 꺼지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단, 상대 측 발언 시간에도 마이크가 꺼지지 않아 발언이 흘러나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각 후보에게는 ▲대답 2분 ▲반박 2분 ▲추가 질문 및 해명 1분 등의 시간 배정이 이뤄졌습니다.
이번 토론은 지난 6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후보 간 TV토론 이후 2달여만입니다. 당시 대선 토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참패로 평가되며 결국 민주당 후보 교체로 이어졌습니다.
후보 교체 후 재대결인 만큼, 이번 토론의 승자가 누가 될지 대중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토론에서는 경제·임신중절권·국제분쟁·이민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기후대응에 대한 입장은 짧게 다뤄졌습니다.
💰 경제|인플레이션 원인 두고 공방
🔵 해리스: 트럼프 관세로 물가 올라
🔴 트럼프: 인플레이션, 바이든 행정부 이후
가장 첫 쟁점은 경제 문제였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트럼프 후보가 재임 시절 “대공황 이래 최악의 실업률을 남겼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어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부유층 감세와 수입 관세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공격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재임 시절 국내 일자리 증대와 무역적자 완화를 위해 관세 인상 정책을 펼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후보는 “나의 (재임 시절에는) 인플레이션이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바이든 정부 탓으로 돌린 것입니다. 이후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마르크스주의자라고 공격하며 이념공격으로 초점을 돌렸습니다.
🚼 임신중절권|압박한 해리스 vs 말 아낀 트럼프
🔵 해리스: 트럼프 재선 시 전국적 임신중절 금지법 도입할 것
🔴 트럼프: 전국적 임신중절 금지법 관련 논의한 바 없어
여성의 임신중절권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해당 논란은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이후 계속됐습니다. 트럼프 후보 재임 시절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구성된 영향입니다.
이날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후보가 재선되면 전국적인 임신중절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며 공세를 펼쳤습니다.
그는 트럼프의 재집권 시나리오로 알려진 ‘프로젝트 2025’에 국가 차원의 임신중절 금지법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프로젝트 2025는 미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작성한 정책 제안서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임신중절을 금지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단, 임신중절 금지법이 미 의회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냐는 사회자 질문에는 즉답을 회피했습니다. 그는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과 논의한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 국제분쟁|가자지구·우크라이나 두고 엇갈려
🔵 해리스: 가자지구 휴전 협상·우크라이나 지원 피력
🔴 트럼프: “해리스 이스라엘 싫어해”…러시아와는 친분 과시
두 후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도 날 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긍정하는 동시에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이 살해당했단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양국의 희생을 강조하며 빠른 휴전협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스라엘을 싫어한다고 공격했습니다. 이어 그가 당선될 경우 이스라엘은 2년 내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해리스 부통령에 거센 공격을 펼쳤습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 속한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지 못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이민법 |‘반려동물 식용’ 삼천포 빠져
🔵 해리스: 검사장 이력 강조…검사 vs 범죄자 구도 굳히기
🔴 트럼프: 이민자 반려동물 식용 음모론 제기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수백만 명의 이민자가 유입되며 국내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율을 높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성범죄·경제사범 혐의로 기소된 범죄자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며 되받아쳤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사법 논란을 공격한 것입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검사장 이력을 강조하며 범죄 분야의 전문가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후보는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됐습니다. 사회자의 만류에도 그는 관련 주장을 거듭 제기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근거 없는 음모론을 꺼냈다며 비판했습니다.
🔥 기후변화|프래킹 금지 논란 재점화
🔵 해리스: 프래킹 금지 반대 입장 재확인
🔴 트럼프: 해리스 당선 시 화석연료 사라질 것
한편, 기후변화와 관련된 쟁점은 1분 발언으로만 짧게 다뤄졌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후보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말했단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와 달리 자신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서 청정에너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힘썼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라는 공격에 대해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투자 정책이 멕시코 등 해외 공장 설립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오히려 주요 쟁점은 프래킹(수압파쇄법) 금지를 둘러싼 후보 간의 입장이었습니다. 프래킹은 고압의 액체로 암반을 파쇄해 셰일오일 등을 채굴하는 공법을 말합니다. 화석연료 수명 연장과 환경오염으로 비판받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프래킹 금지에 지지를 표명했으나, 최근 입장을 바꿨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부통령이 “12년이나 프래킹에 반대해 왔다”며 “(그가 당선되면) 석유도 화석연료도 사라질 것”이라고 공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