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에너지 기업 제라(JERA)가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블루수소 프로젝트에 합류했습니다.
양사는 미국 내 블루수소·저탄소 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제라는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전력과 3위인 츄부전력이 설립한 합작기업입니다.
제라는 이번 계약을 통해 약 50만 톤의 저탄소 암모니아를 미국에서 일본으로 공수할 계획입니다. 앞서 지난 26일부터 일본 아이치현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암모니아 20% 혼소 시험 발전을 시작한 상황입니다.
단, 해당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블루수소는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생산 세액공제를 받기 어렵습니다.
이에 엑손모빌은 세액공제 세부기준 확정을 앞두고 미 정부를 향한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엑손모빌 ‘베이타운 수소 프로젝트’…SK도 블루수소 수입 참여💧
제라가 합류한 사업은 엑손모빌의 ‘베이타운 수소 프로젝트’입니다.
그간 엑손모빌은 해당 프로젝트를 ‘세계 최대의 블루수소 생산시설’로 홍보해 왔습니다. 시설은 미 남부 텍사스주에 건설 예정이며,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엑손모빌은 제라의 프로젝트 합류 소식과 함께 베이타운 수소 프로젝트의 세부사항도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시설에서는 연간 블루수소 90만 톤, 저탄소 암모니아 100만 톤이 생산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휴스턴과 걸프만 일대에서 개발되는 CCS(탄소포집·저장) 프로젝트와 연계해 블루수소를 생산한단 것이 엑손모빌의 구상입니다.
엑손모빌의 베이타운 올레핀 공장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해당 지역의 석유저장고 일대에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올레핀은 석유화학 공업의 원료로, 천연가스·석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됩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천연가스 생산시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98%를 포집할 수 있다고 사측은 주장했습니다.
이때 생산된 블루수소는 올레핀 공장에 연료로 사용돼 저탄소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사용됩니다. 또한, 블루수소와 저탄소 암모니아는 해외 각지로도 수출됩니다.
한편, 작년 2월에는 SK머티리얼즈가 베이타운 수소 프로젝트에서 블루암모니아를 수입하는 내용의 주요조건 합의서(HOA)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12월 발표된 美 청정수소 세액공제…엑손모빌 “엄격한 기준에 난색” 😥
베이타운 수소 프로젝트가 처음 공개된 것은 작년 1월입니다.
당초 엑손모빌은 2024년까지 최종 투자를 결정해 빠르면 2027년부터 공장 가동에 나설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미 재무부와 국세청이 공개한 ‘청정수소 생산 보조금 세부기준’ 초안이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초안에 의하면, 공제액은 수소 1㎏당 배출량 ▲0.45㎏ 미만 3달러 ▲0.45~1.5㎏ 1달러 ▲1.5~2.5㎏ 0.75달러 ▲2.5~4㎏ 0.6달러로 차등화됩니다.
문제는 CCS를 적용한 천연가스 기반의 블루수소가 이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단 점입니다.
미 에너지부가 공개한 ‘수소샷 기술 평가’ 문서에 의하면, CCS를 활용한 천연가스 기반 블루수소는 세액공제의 최저 기준인 청정수소 1㎏당 배출량 4㎏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엑손모빌의 청정에너지 전담 사업부 엑손모빌로우카본솔루션의 댐 암만 대표는 “더 낮은 탄소집약도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면 생산수단과 관계없이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항의했습니다.
美 정부 압박 들어간 엑손모빌 “베이타운 수소 프로젝트 취소도 고려 중” 💬
세부기준 초안은 지난 2월을 끝으로 60일간의 의견 수렴을 마쳤습니다. 재무부와 국세청은 공청회를 거쳐 세부기준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공청회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진행됐습니다.
현재 엑손모빌은 베이타운 수소 프로젝트의 취소까지 언급하며 미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엑손모빌 수소사업부 관리자인 마크 클루파티넌드는 지난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안대로라면 “베이타운 수소 프로젝트가 진행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블루수소가 1㎏당 0.6 달러의 세액공제만 받게 될 경우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단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지난 19일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또한 해당 의견을 재확인했습니다. 우즈 CEO는 미 정부가 CCS 기반 블루수소에 대한 세액공제를 보류한다면 “(프로젝트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엑손모빌이 제라의 프로젝트 합류를 발표한 것 또한 정부 압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새로운 시장을 위한 세계적 규모의 프로젝트를 구축하려면 공급, 수요 및 지원 규제가 모두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암만 대표의 발언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엑손모빌뿐만 아니라, 호주 철광석 기업 포테스큐·영국 정유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이 미 정부에 청정수소 세액공제 세부기준 완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중화학공업 60억 달러 지원 발표, 엑손모빌 달랠 수 있을까? 🤔
한편, 지난 25일 미 에너지부는 에너지 집약 산업의 탈탄소 지원을 위한 60억 달러(약 8조원)의 지원책을 공개했습니다.
이를 위한 자금은 IRA을 통해 추진됩니다. 미 20여개 주에서 철강·시멘트·화학 산업 등 33개 프로젝트가 선정됐습니다.
여기에 엑손모빌의 ‘베이타운 올레핀 공장 탄소저감사업’이 포함됐습니다. 해당 공장은 베이타운 수소 프로젝트의 주요 시설 중 하나입니다.
엑손모빌은 천연가스 대신 수소를 이용해 에틸렌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지원으로 엑손모빌은 최대 3억 3,200만 달러(약 4,475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