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세계 에너지 시장이 2030년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0년대 하반기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과잉과 함께 태양광 등 주요 청정에너지 기술의 생산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IEA는 예측했습니다. 덕분에 에너지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IEA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세계 에너지전망 2024’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기관은 현재 탄소중립 기조 아래 전 세계 에너지전환 추진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21일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이전에 세계 화석연료 수요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기관은 예측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30년 이전에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일일 약 1억 200만 배럴로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전기자동차 증가에 따른 운송 부문 수요 감소로 일일 약 9,900만 배럴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2023년과 비슷합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에너지 역사가) 석탄과 석유 시대를 거쳐 전기화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청정에너지가 미래의 에너지 시스템을 정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IEA “2035년 이전 태양광·풍력, 석탄화력 추월 전망” 🌐
이같은 분석은 중국·인도·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각 지역에서 화석연료 수요를 상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계속 구축된다는 전망 아래 나왔습니다.
IEA가 각국의 정책과 시장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2035년 이전에 태양광과 풍력이 모두 석탄화력발전을 추월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발전원 비중은 석탄·천연가스·수력·원자력 순으로 전망됐습니다.
기관은 전례 없는 속도로 재생에너지 설비가 구축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역할이 강조됐습니다.
2023년 설치된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만 전 세계적으로 560GW(기가와트)에 이릅니다. 이중 60%는 중국에서 설치됐습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웠을뿐더러, 중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장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롤 사무총장은 “현재 중국이 세계 에너지 동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2030년대 초반 중국의 태양광 발전량만으로도 현재 미국 전체 전력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현재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4,250GW에 이릅니다. IEA는 현 추세라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약 1만GW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국제사회가 약속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3배 확대 목표(1만 1,000GW)’의 경우 소폭 달성에 그친다는 겁니다.
IEA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세계 전력수요 증가를 충당하고 석탄발전을 감소시키기에도 충분하다”고 내다봤습니다.
“공급망 불균형 해소, 전력망·ESS 투자 늘어야” 🔋
해결돼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청정기술 관련 공급망 내 불균형이 해소돼야 합니다.
일례로 태양광 패널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초월한 상태입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간 태양광 설비 설치용량이 425GW로 4배 증가한 반면, 같은기간 제조 용량은 1,100GW에 이르렀습니다. 주로 중국 내에서 이같은 불균형이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청정에너지 기술이 개발도상국으로 빠르게 확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핵심광물 공급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리튬·희토류 등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핵심광물 상당수는 중국에 크게 집중돼 있습니다.
전력망 설치 속도가 더 가파르게 상승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보고서는 “전력망 확장과 (인허가) 시간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책적 불확실성과 높은 비용으로 인해 많은 개도국에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관련해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기관은 현재 전력망과 ESS에 대한 투자가 재생에너지 투자의 60%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적어도 1대 1의 비율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는 11월 열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도 전력망과 ESS 설치와 관련된 새로운 목표가 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선진국에서도 청정에너지 투자가 일부 둔화한 점이 지적됐습니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의 2024년 상반기 히트펌프 판매가 크게 줄었습니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히트펌프 판매량은 전년 대비 47% 감소했습니다. ▲설치 기술자 부족 ▲높은 초기 비용 ▲LNG 대비 높은 전기요금 등이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청정에너지 투자 늘어야…현 추세로 2.4℃ 상승 전망 📈
지정학적 갈등도 주요 불안요소입니다.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속되고 있을뿐더러, 중동 역시 갈등이 확대하는 모양새입니다. IEA는 “추가적인 혼란의 위험이 매우 높다”며 “세계가 지속적인 에너지안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비롤 사무총장 또한 지정학적 갈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향후 10년간 화석연료 공급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세계가 경험한 에너지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일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습니다.
한편, IEA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현재까지 청정에너지에 투자된 금액은 연간 약 2조 달러(약 2,755조 원)입니다. 화석연료 투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그럼에도 IEA는 “현재의 정책만으로는 금세기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4℃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수준 아닌 겁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이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돼야 한다고 기관은 역설했습니다.
에어컨·데이터센터 급증에 전력수요 2배 이상 늘어날 것 ⚡
한편, IEA는 2035년까지 세계 전력수요가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에어컨 사용량 증가와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증가 때문입니다.
IEA는 “세계 전력수요가 매년 일본이 1개씩 추가된 것과 같은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3년과 비교해 전력수요 증가세는 6% 상향된 2,200TWh(테라와트시)로 분석됐습니다.
IEA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증가세로 인한 영향은 2030년까지는 작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전력수요 상당수는 폭염에 따른 냉방수요 급증 때문이란 것이 IEA의 설명입니다.
기관은 소득 증가와 지구 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해 에어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구체적으로 2035년까지 1,200TWh가량의 추가 냉방수요가 예상됐습니다. 이는 현재 중동의 전체 전력소비량보다 많은 것이라고 IEA는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