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과 2025년 전력수요가 각각 4% 증가할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2.5%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 1.5%p(퍼센트포인트) 늘어난 것입니다.
세계 금융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직후 회복 기간을 제외하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전력수요 연간 성장률이란 것이 IEA의 말입니다.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각) IEA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력 중간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전력수요가 급상승한 원인으로는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과 함께 에어컨 수요 증가가 지목됐습니다.
IEA는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세계 각지가 극심한 폭염에 직면했다”며 “에어컨 수요 증가로 인해 전력망 전체에 부담을 줬다”고 우려했습니다.
사다모리 게이스케 IEA 에너지시장·안보국장은 “전력수요 급증은 심각한 폭염의 영향뿐만 아니라, 경제에서 전력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게이스케 국장은 “전력 시스템에서 냉각수요 증가의 영향을 줄여야 한다”며 “에너지효율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폭염 속 냉방수요 급증 → 인도 등 전력수요 폭증 🌡️
전력수요가 급증한 곳은 인도입니다.
IEA는 인도의 2024년 전력수요가 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따른 영향도 있으나, 실제로는 인도를 덮친 강력한 폭염으로 인한 냉방수요 급증 때문이란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지난 5월 인도 북부 등 남아시아 일대는 50℃에 육박하는 장기간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 수요와 함께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를 찍었다고 주요 현지언론은 전했습니다.
기관은 인도 외에도 멕시코·베트남 등 여러 국가에서 냉방수요가 급증한 점을 짚었습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전 세계 평균기온은 13개월 연속 최고 기록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전력수요가 많은 곳은 중국입니다.
2024년 중국의 전력수요는 지난 4년간(2016~2019년) 평균 증가율과 비슷한 6.5%로 예상됩니다. 이는 최근 중국의 경제침체로 인해 작년보다 0.5%p 하향 조정된 것입니다.
이같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패널과 전기자동차 그리고 배터리 산업의 급성장으로 중국 내 산업내 전력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단 것이 IEA의 진단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3개 산업(태양광·리튬 배터리·전기차)에만 6,750억 달러(약 983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중국 내 데이터센터 설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단 점도 전력수요 성장률에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미국도 올해 전력소비량이 3%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가속화된데 따른 것입니다.
EU의 경우 전력수요가 1.7%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IEA “전력수요 예측 위해선 데이터센터 데이터 필요” 🤔
AI 수요에 따른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전력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됐습니다.
맥킨지 등 주요 컨설팅기업에 의하면, 데이터센터가 2030년 미국 내 전력수요의 4~10%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IEA 역시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가 세계 전력소비량의 최대 3%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암호화폐 채굴에 따른 데이터센터 소비는 제외한 것입니다.
다만, 해당 예상치의 정확도와 관련해 몇 가지 한계점이 있습니다.
첫재, 데이터센터의 과거 전력소비에 대하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미래 전력수요 예측이 정확하지 않단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둘째,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미래 예측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에너지효율성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도 역시 포함됩니다. 이에 IEA는 에너지 부문의 디지털화를 통해 정보가 빠르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단 점을 촉구했습니다.
재생에너지·원자력 모두 증가…“배출량 정점 2025년” ⚡
한편, 전력사용량이 급증하긴 했으나 태양광 발전만으로 2025년 전 세계 전력수요의 약 절반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IEA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25년 처음으로 석탄화력 발전량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관은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수력 등) 발전량은 2023년 30%에서 2025년 35%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중 태양광이 50%를, 풍력이 25%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EU의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화석연료 발전량을 초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원자력발전도 2025년에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1.6% 증가하고, 2025년에는 3.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IEA는 “프랑스의 원자력발전소 정검 작업이 완료되어 출력이 꾸준하게 증가 중”이라며 “일본, 중국, 인도, 한국 그리고 유럽을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새로운 원자로 개발돼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급격한 발전 비중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전력 부문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유럽내 액화천연가스(LNG) 소비가 줄어도 아시아에서 화석연료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IEA는 “2024년 전 세계 전력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소폭 증가 후 2025년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