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합의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한다는 표현이 담겼습니다. 기후총회 역사상 ‘화석연료’란 단어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COP28 합의문에 처음 등장한 단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원자력·CCUS(탄소포집·활용·저장)·저탄소수소 생산 등 탈탄소·저탄소 기술을 가속한단 문구가 대표적입니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198개 당사국을 포함해 국제기구·산업계·시민단체 등 9만여명이 참석하며 ‘무역박람회’와 비슷하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을 가속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계 및 단체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COP28 의장단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서 민관에 걸쳐 830억 달러(약 108조원) 규모의 재원 약속이 발표됐습니다. 더불어 기업들도 잇따라 이니셔티브와 서약에 동참을 밝혔습니다.
COP28이 마무리됨에 따라 업계별로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요? 또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요.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COP28서 나온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서약’…韓 포함 130개국 서명 🗺️
COP28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로 확대한단 ‘글로벌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서약’에 한국을 포함한 130개국이 가입했습니다.
이 서약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11TW(테라와트) 넘게 늘리고, 에너지 효율 개선율을 2배로 확대한단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기후행동추적(CAT) 등 기후 전문 분석기관 3곳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개선에 가장 도움이 될 COP28 약속으로 이 서약을 꼽은 바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COP28 최종합의문인 ‘UAE 컨센서스’에 서약 속 내용이 담겼단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제사회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현재 수준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10차 전기본) 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2023년 32.8GW(기가와트)에서 2030년 72.7GW입니다. 이는 3배인 93.4GW에 이르지 못합니다.
물론 서약은 강제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서약은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자체를 3배로 확대하자는 것이지, 국가별로 무조건 3배를 늘려야 한단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브라질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확대가 어렵단 뜻을 밝히고 서약에 서명했습니다. 2021년 기준 브라질은 전체 발전량의 80%를 수력발전소에서 나올뿐더러,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비중도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외무부는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높은 만큼 역내 재생에너지 3배 확대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약속, 11차 전기본에 반영되나? “관련 논의 중” 🤔
그렇다고 국내에서 관련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8일 환경부와 외교부 등 COP28에 참석한 정부 대표단이 개최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결과 공유 대국민 포럼’에서 정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확대 서약이 11차 전기본에 반영될 수 있단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진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전략지원관은 “이 합의가 구체적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11차 전기본에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은 반영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와 환경부 등이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김 지원관은 덧붙였습니다.
11차 전기본 초안은 연내 공개되면 이후 실무 분과위원회와 총괄분과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뒤 검토를 거쳐 2024년 초경 실무안이 공개될 전망입니다. 이후 여러 절차를 걸쳐 내년 7월경 최종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확충 막는 문제? ‘공급망 대란·인플레이션’ 💰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확대 목표 달성을 위해선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전력망이나 인허가·출력제한 등 주요 기반시설(인프라)이 모두 개선돼야 합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업계 전반에서 공급망 문제가 가시화됐을뿐더러,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여파로 사업비가 급등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업체 덴마크 오스테드는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올해 3분기까지 284억 덴마크 크로네(약 5조 3,000억원)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부품 조달에 필수적인 선박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전체 사업 진행이 지연됐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대란으로 자금조달 비용까지 상승하자 지난 11월 미국 뉴저지주에서 진행 중이던 해상풍력 사업 2건을 철수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대만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건설 지연으로 완공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과 에퀴노르 또한 미 뉴욕주 앞바다에서 추진하던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에서 큰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주요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인플레이션·금리인상·지정학적 갈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인력 부족, 인허가 지연도 문제…“2040년까지 전력망 8000㎞ 구축 필수” ⚡
로이터통신은 주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확대 서약이 실현되기 위해선 여러 어려움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공급망 대란과 함께 전문인력 부족, 재생에너지 설비 관련 인허가 지연과 법적 분쟁 등이 주요 장애물로 지목됐습니다.
에퀴노르 최고경영자(CEO)인 안데르스 오페달은 로이터통신에 “재생에너지 설비 허가와 임대, 전력망 연결 등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전력망 구축 인허가에만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단 것이 오페달 CEO의 말입니다.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장벽을 극복할 준비가 됐다는 명확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습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확대를 위해선 계통연계, 즉 전력망 연결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전력망 구축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큰 성장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IEA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오는 2040년까지 8,000만㎞의 전력망 추가 구축이 필요하다”며 “2030년까지 현재 2배에 달하는 연간 6,000억 달러(약 784조원) 수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규제 개혁과 대중 수용성 문제, 개발도상국에서는 높은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습니다.
“COP28 이후 전력망 구축, 인허가 규제 개혁 등 필요” 💬
고금리로 인한 이자율 상승으로 주요 인프라 투자자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지점입니다.
산업데이터 제공업체 프레친에 따르면, 인프라 전문 펀드는 올해 3분기까지 290억 달러(약 37조원)를 모금했습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1,280억 달러(약 166조원)를 모은 것과 비교해 대폭 줄어든 것입니다.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는 파리협정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에너지 부문에 연간 2조 7,000억 달러(약 3,518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지난 9일 영국 일간 가디언도 현 상황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가디언은 “지난 몇 년간 낮은 이자율과 정부 지원 덕에 재생에너지 생산설비 능력을 늘리는 것은 간단했다”며 “허나, 남은 10년간 이 분야의 발전이 불확실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일부 기업에서는 재생에너지 수요 확대에 따라 여러 제약이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패트릭 푸얀 토탈에너지 대표는 “태양광 패널 제조공장을 짓는 것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단, 이를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덧붙였습니다.
풍력터빈 제조업체 베스타스의 부사장 겸 마케팅 이사인 모튼 뒤홀름은 “이번 기후총회 직후 전력망을 어떻게 구축하고, 인허가 관련 규제 개혁을 어떻게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COP28 산업계 영향 몰아보기]
①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약속 위한 방안은?
② 원자력? “인플레이션 직면 등 장밋빛 전망은 경계”
③ COP28서 탈탄소 솔루션 강조된 모빌리티
④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패션업계 끼칠 영향은?
⑤ 기후대응서 식품 시스템·축산 메탄 논의 본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