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각국의 기후정책이 파리협정의 1.5℃ 제한 목표를 충족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독일 싱크탱크 클라이밋애널리틱스와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등은 최근 이같은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연구는 프랑스·영국·오스트리아·스위스 등 유수 대학과 연구소가 공동 수행됐습니다.
18일 확인한 결과, 연구진은 ‘오버슛(Overshoot)’과 관련해 현재까지 나온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 후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현재 전 세계의 기후정책이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 기후정책들이 ‘오버슛’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IPCC, 1.5℃ 넘는 ‘오버슛’ 시나리오 불가피 📈
오버슛은 특정한 온난화 수준을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버슛을 돌파할 경우 그린란드 빙상(氷床)이 완전히 녹거나, 아마존 열대우림이 고사할 위험성 역시 커집니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내놓은 제6차 종합보고서의 핵심내용 중 하나였습니다.
IPCC는 오버슛을 피할 수 없다고 결론 냈습니다. 1.5℃ 기후 마지노선에서 1.6℃나 1.8℃(0.1~0.3℃)까지 초과하는 시나리오가 고려됐습니다.
이회성 당시 IPCC 의장은 “(지구 전체 평균기온 상승폭이) 1.5℃를 넘어섰다가 2100년에 다시 그 밑으로 내려가는 오버슛 시나리오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극지·고산지대·해변생태계는 온난화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이라고 그는 밝혔습니다.
칼 프리드리히 슐레우스너 박사로 구성된 연구팀은 오버슛이 한 번 넘을 경우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오래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술레우스너 박사는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원(IIASA) 내 기후영양그룹 책임자입니다.
3년 반에 걸친 연구 결과, 일시적인 오버슛조차 수십년간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버슛 이후 지구 기후시스템 완전 회복 어려워 🌏
연구진은 오버슛 이후에도 전지구 기후시스템이 완전하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거대 순환류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가 대표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극지방 소실에 따른 담수 유입 증가로 현재 AMOC은 흐름이 느려지고 있습니다. 이 거대 순환류가 멈출 시 지구 기후시스템 전체가 크게 흔들립니다.
연구진은 오버슛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다시 1.5℃ 마지노선까지 내려가더라도 AMOC이 즉각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안정화 시나리오에 접어든 시점으로부터 약 100년 뒤에야 AMOC이 다시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봤습니다.
오버슛 이후에도 일부 지역의 생태계가 이미 변화했을뿐더러, 해수면 상승의 경우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도가 다시 안정세에 접어들어도 오버슛으로 인해 해수면이 2300년까지 약 40㎝가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PCC가 예측한 시나리오보다 더 높은 온난화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버슛 기간 영구동토층이 녹아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 중으로 대량 방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버슛이 최소 100년간 지속될 경우 영구동토층·습지의 배출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2300년까지 0.02℃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회경제적 영향 고려”…오버슛 기간 최소화 필요 🚨
연구에는 오버슛과 관련해 사회경제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극한 홍수나 가뭄,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을 잘 갖추지 못한 국가나 지역사회가 오버슛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저소득국가의 국민들이 기후 관련 손실과 피해를 얼마나 더 추가로 견뎌야 할지 커다란 윤리적 질문을 수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래세대와의 형평성 문제 역시 지적됐습니다. 눈앞의 비용에 매몰돼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적응 노력을 소홀히 할 경우 미래세대는 더 큰 피해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단 말입니다.
연구의 결론은 단순명료합니다.
오버슛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최선을 다해야 한단 겁니다. 오버슛이 발생해도 그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인류와 지구 모두를 위해 중요하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연구 공동저자이자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UCL) 기후과학자인 조에리 로겔리 박사는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전까지 온난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탄소중립에 더 일찍 도달할수록 오버슛이 발생할 가능성과 그로 인한 위험 역시 적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 결과가 각국이 보다 야심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파리협정에 가입한 당사국은 2025년까지 지금보다 상향한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탄소제거 기술개발·상용화 지체 우려…“정책지원 부족” 🧪
한편, 탄소제거(CDR) 기술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개발돼야 한다는 연구도 담겼습니다.
연구팀이 기후모델링을 통해 분석을 진행한 결과, 2100년까지 최대 4,000억 톤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60년 이후 연간 최대 100억 톤인 겁니다.
현재 배출량 추세가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나온 계산입니다. 네이처는 “(4,000억 톤은) 미국 에너지 산업이 약 80년간 내뿜은 것에 해당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설명했습니다.
IPCC는 지구 평균기온을 0.1℃ 줄이기 위해선 2,000억 톤 규모의 탄소가 제거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느리단 겁니다.
현재 조림·재조림 외에 탄소를 흡수해 제거하는 양은 연간 200만 톤에 그칩니다. 2050년까지 이 규모를 1,000배 이상 늘려야 합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가 영구적으로 격리될 수 있는지를 두고도 여러 의견이 오갑니다,
기술만 문제는 아닙니다. 연구진은 탄소제거 기술의 확장이 정책지원과 사업모델 부족 또는 대중의 반대로 인해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되던 대규모 DAC(직접공기포집) 프로젝트는 청정전력 공급원을 찾지 못해 사실상 개발이 중단됐습니다.
현 상황으로는 미래 대규모 탄소제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정답’은 빠른 배출량 감축…탄소제거 기술개발 속도 ↑ 🌐
기후정의 관점에서도 오버슛은 지구와 취약계층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과 피해를 수반합니다. 이에 연구진은 오늘날의 오버슛 논의가 재구성돼야 한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인류가 오버슛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을 내려놓고, 단기·장기적으로 기후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오버슛에 대한 과학과 정책 담론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주장했습니다.
연구진은 결국 정답은 가장 빠르게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21세기에 걸쳐 광범위한 기후리스크를 피하지 못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전략”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탄소제거 기술개발의 속도를 높여야 한단 점도 강조됐습니다. 전쟁 등 예기치 못한 배출량 폭증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위해선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숙고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단,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기술이 개발돼야 한단 점이 전제로 언급됐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현재의 배출 경로에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1.5℃가 아닌 2℃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며 “엄격하고 즉각적인 배출량 감축만이 기후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이처 역시 사설을 통해 “급증하는 배출량을 해결하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 감축, 감축, 감축”이라며 “나중에 (배출량을) 제거하겠다는 것은 사람과 지구 모두에게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