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와이오밍주 DAC ‘프로젝트 바이슨’ 개발이 취소된 까닭은?

카본캡처 CEO, 데이터센터 급증에 청정전력 수급 난항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카본캡처가 추진한던 DAC 시설 ‘프로젝트 바이슨(Project Bison)’ 개발 계획이 취소됐습니다. 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카본캡처는 2019년 설립한 스타트업입니다. 모듈형 DAC 설비를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사측이 추진한 프로젝트 바이슨은 당초 미 중서부 와이오밍주에 들어설 예정이었습니다.

모듈형으로 설계된 DAC 설비 덕에 2030년까지 연간 500만 톤 규모의 탄소포집이 가능하다는 것이 카본캡처의 설명입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포집 시설 ‘맘모스(Mammoth)’의 연간 탄소포집(3만 6,000톤)보다 138배 큰 것입니다.

프로젝트 바이슨은 당초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했습니다. 빠른 사업 추진 덕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탄소제거 크레딧 계약을 맺었을뿐더러, 아마존 기후서약기금도 회사에 투자한 이력이 있습니다.

10일 크런치베이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사측이 설립 후 현재까지 받은 투자금만 1억 1,500만 달러(약 1,540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아드리안 콜레스는 홈페이지에 프로젝트 바이슨 건설 계획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청정전력 수급서 데이터센터와 경쟁…중단 불가피”

프로젝트 바이슨 개발이 취소된 이유는 전력 수급 문제 때문입니다.

DAC 시설 운영을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당초 사측은 와이오밍주의 기존 재생에너지와 추후 건설될 원자력발전소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을 계획이었습니다.

콜레스 CEO는 미국 내에서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인해 전력수급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카본캡처 역시 “데이터센터나 암호화폐 산업 등 다른 전기소비 고객들과의 경쟁을 감안해야 했다”며 “현실적인 (전력수급) 계획을 수립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본캡처는 프로젝트 바이슨 개발이 일시 중단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시설이 더는 와이오밍주에서 건설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힌 만큼 사실상 개발이 중단된 것이 맞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카본캡처가 직면한 장애물은 미국 DAC 생태계 전반이 겪을 과제를 반영한 것”이라며 “(전력수급 문제에서) 데이터센터와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 청정전력 수급 장애물로 대두 🤔

프로젝트 바이슨은 미 정부와 와이오밍 주정부로부터 전적으로 지지받은 사업입니다.

미 에너지부는 카본캡처에 1,250만 달러(약 167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와이오밍 주정부 역시 카본캡처 협력사에게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주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기대를 모은 DAC 시설인 만큼 이번 소식을 두고 업계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전했습니다.

기후테크 전문 시장조사기관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초기 기후테크의 새로운 장애물이 등장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청정전력 수급이 DAC를 비롯한 업계의 난관으로 대두됐다는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청정전력은 DAC 운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투입물 중 하나”라며 “청정전력이 없으면 탄소포집을 비롯한 유사한 기술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전에 좌초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수요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로 인해 에너지 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그간 카본캡처의 프로젝트를 지원한 지역사회 역시 당혹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와이오밍 주정부 대변인은 폴리티코에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공화당)는 프로젝트 바이슨을 주 바깥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에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탄소제거 전문가인 케이티 레블링은 폴리티코에 “와이오밍주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지난 6월 카본캡처는 첫 모듈형 DAC 설비인 ‘레오(Leo)’를 공개했다. 대량생산을 위해 설계된 모듈형 컨테이녀형 DAC 설비다. ©Carbon Capture

카본캡처, 年 2000톤 규모 상업용 파일럿 설비 예고 💰

한편, 카본캡처는 프로젝트 바이슨으로부터 탄소제거 크레딧을 사전에 구매한 계약자들에게는 영향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MS를 비롯한 크레딧 구매자들이 모두 이전부터 프로젝트 바이슨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탄소크레딧 시장분석기관 CDR닷에프와이아이(CDR.fyi)에 의하면, 카본캡처는 이미 8만 9,000톤 규모의 크레딧을 사전 판매했습니다.

카본캡처는 “2025년 초에 운영될 연간 2,000톤 규모의 상업용 파일럿(시범) DAC 설비에서 크레딧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측은 올해 6월 투자자와 파트너사 등 업계 관계자 150명에게 첫 모듈형 DAC 설비인 ‘레오(Leo)’ 시리즈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해당 설비를 기반으로 현재 파일럿 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카본캡처는 전했습니다. 상업용 파일럿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몇 달 안으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사측은 덧붙였습니다. 현재 회사 홈페이지에서는 ‘소노라(Sonora)’란 프로젝트명만 새로 올라온 상태입니다.

물론 이 시설 역시 프로젝트 바이슨과 비슷한 전력수급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카본캡처는 지열 등 수많은 전력 공급원을 찾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카본180 부국장, 기한 아닌 성과·미래 집중해야 🗺️

한편,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DAC 업계의 상황이 암울한 것만은 아니란 점을 짚었습니다.

올해 8월 미 남부 오클라호마주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 헤임달은 신규 DAC 설비 ‘반탐(Bantam)’이 가동했기 때문입니다.

또 옥시덴탈페트롤리움(옥시덴탈)의 DAC 설비 ‘스트라토스(Stratos)’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주입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최근 미 환경보호청(EPA)이 부여했습니다.

탄소제거 기술개발 촉진을 목표로 한 비영리 싱크탱크 카본180의 과학·혁신 담당 부국장인 아누 칸은 “기한을 놓친 것에만 집중하면 앞으로 몇 년은 물론 향후 50년이나 100년간 인류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산업을 구축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DAC 등을 통해 대기 중에서 제거돼야 할 이산화탄소의 양을 1,000억에서 최대 1조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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