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현재 약속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모두 성공해도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유지할 가능성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사회가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이행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3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2023)’를 지난 20일(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배출량 격차 보고서는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NDC와 파리협정에서 제시된 기온 상승 억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전 세계가 감축해야 할 배출량 감축 차이를 다룹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한 이번 보고서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발표됐습니다.
UNEP은 보고서에서 각국의 현 NDC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금세기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2.5~2.9℃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앞서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 이하, 가능하면 1.5℃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접근·모델링 선택 차이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는 동일”…1.5℃ 제한 어려워 😢
지난 14일(현지시각)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또한 NDC를 분석한 결과, 현 상황으로는 1.5℃ 제한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UNFCCC는 올해 신규·갱신한 모든 NDC를 각국이 충실히 이행하더라도 2030년 배출량이 2010년 대비 약 8.8% 높단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UNFCCC는 보고서에서 UNEP 배출량 격차 보고서와 함께 종합적으로 볼 것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UNEP과 UNFCCC는 공동으로 “두 보고서는 접근 방식과 모델링 선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일관된 메시지를 제시한다”며 우려했습니다.
2023년 배출량 격차 220억 톤…금세기말 2.9℃ 도달 가능성 66% 📈
올해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대비 1.2% 증가한 574억 톤**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보고서는 “주요20개국(G20) 회원국에서도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며 우려했습니다. G20 회원국은 전 세계 배출량에서 76%를 차지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까지 연간 배출량을 최대 220억 톤, 2℃ 억제 목표를 위해선 140억 톤을 감축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30년 각국의 NDC는 이보다 많은 550억 톤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5℃ 제한을 위해선 배출량을 42% 감축해서 330억 톤까지 줄여야 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즉, 감축량의 차이인 220억 톤이 현재의 ‘배출량 격차’란 것이 UNEP의 설명입니다.
무조건부 NDC***를 모두 이행할 경우 2100년까지 기온 상승폭이 2.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각국이 국제협력 등 외부적 지원에 의존하는 NDC 시나리오까지 모두 이행하더라도 같은기간 기온 상승폭은 2.5℃에 이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배출량 감축에 성공해도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할 가능성은 14%에 그쳤습니다. UNEP은 이 수치가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기반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구 기온이 3℃ 상승할 경우 과학자들은 극지대 대륙 규모 얼음덩어리인 빙상(氷床)이 걷잡을 수 없이 녹고, 아마존 열대우림이 가뭄으로 사라지는 등 여러 불가역적인 재앙이 발생할 것으로 과학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하 모두 CO₂eq(이산화탄소환산량)
***무조건부 NDC: 국내 자원과 역량을 이용하여 NDC 실천사항을 이행한 경우다. 반면, 조건부 NDC는 국제협력이나 지원이 제공되는 경우에 이행하는 것을 뜻한다.
“韓 이행 격차 18%”…NDC 제출한 G20 회원국 중 3위 🚨
더불어 G20 회원국인 우리나라의 이행 격차는 18%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DC를 제출한 G20 회원국 중 캐나다(27%)와 미국(19%) 다음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여기서 ‘이행 격차(Implemetation Gap)’란 2030 NDC 목표와 실제 달성 정도의 차이입니다. 현행 정책에 따른 예상 배출량과 NDC에 담긴 감축 공약 간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현재 G20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관련 NDC를 설정한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UNEP은 보고서에서 “2030년 전 세계 이행 격차는 약 15억 톤으로 추정된다”며 지난 보고서보다 “G20 회원국의 이행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현재의 기후대응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G20 회원국 중 어느 누구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속도로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보고서는 현재의 배출량이 높은 만큼 세계가 사용할 수 있는 탄소예산(Carbon Budget)이 이전보다 고갈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UNEP은 G20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에 기후대응을 위한 기술이전과 협력을 가속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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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P, COP27 이후 NDC 신규 등록·갱신한 나라 9개국에 불과 🌐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파리협정 당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됐다”며 “현재는 3% 증가로 그 추정치가 개선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작년에 폐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이후 신규 또는 갱신한 NDC를 제출한 국가가 9개 국가(9월 25일 기준) 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 주저자이자 덴마크 싱크탱크 콘시토(CONCITO)의 수석고문인 앤 올호프 박사는AP통신에 “단 9개국만이 새로운 (NDC) 목표를 세워 변화가 거의 없다”며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만 전망을 약간 개선한 정책을 시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간 배출량 격차 보고서의 암울한 전망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올호프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공동저자인 니클라스 회네 박사 또한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국 중 누구도 NDC를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지도자들이 더는 문제를 뒤로 미룰 수 없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세계가 화석연료 감축을 위한 결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구테흐스 총장은 강조했습니다.
“파리협정 달성 위해 탄소제거 기술 의존도 높아질 것” ☁️
한편, 보고서는 배출량을 낮추며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제거(CDR)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기에는 재조림이나 산림 관리 같은 전통적인 탄소제거는 물론 최근 빠르게 개발 중인 DAC(직접공기포집) 기술도 포함됩니다.
보고서는 재조림 같은 산림 기반 탄소제거는 산불이나 토지소유권 문제로 불확실하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DAC 같은 탄소제거 기술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고, 대중 수용성이나 규모 확장 전망에서 불확실한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UNEP은 “혁신을 촉진하고 새로운 탄소제거 기술을 확장하기 위해선 강력한 정책과 재정 지원이 필요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이 단계에서 추진력을 창출하지 못하면 2050년 이후까지 필요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탄소제거 기술과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