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후 조절하는 ‘대서양 해류 순환 시스템’ 이르면 2030년대 후반 붕괴 경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AMOC 붕괴 가능성 2030년 10% → 2064년 90%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중요한 시스템 중 하나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가 이르면 2030년대 후반에 멈출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AMOC은 컨베이어벨트처럼 남반구와 열대 지방의 따듯한 표면수를 차가운 북대서양으로 이동시킵니다. 그러면 북반구의 차갑고 염분이 많은 물이 심층수로 가라앉아 다시 남쪽으로 흐릅니다.

이 거대한 순환류는 남반구가 더 더워지는 것을 막을뿐더러, 반대로 북반부가 너무 추워지는 것을 막습니다. 해양생태계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를 분배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으며 엄청난 양의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AMOC을 순환시키는 원동력 중 하나인 염분이 급격한 담수화로 인해 낮아져 해류 순환이 느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연구팀은 최신 연구 모델을 사용해 21세기 내 AMOC의 붕괴 가능성을 추정했습니다. 기후 시뮬레이션에는 남대서양 부근의 염분 데이터가 활용됐습니다.

6일 위트레흐트대 연구진의 연구에 의하면, AMOC은 2037년부터 2064년 사이에 붕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가능성은 2037년 최소 10%부터 시작해, 2064년에는 90%에 이릅니다.

2050년 이전에 AMOC이 붕괴할 가능성은 59%(±17%)에 이르렀습니다. 그렇지만 2050년까지는 AMOC이 붕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쪽에 연구진은 무게를 뒀습니다.

해당 연구는 현재 외부 동료심사를 거쳤으나, 아직 국제학술지에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 일명 AMOC는 대서양 일대 여러 해류를 묶어 총칭한다. 이같은 해류는 지구 전역을 걸쳐 순환한다.©NASA

예측보다 악화일로 걷는 ‘대서양 해류 순환 시스템’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 발간 당시 기후문제로 인해 AMOC 순환이 멈출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단, 21세기에 멈출 가능성은 현저히 없다고 기관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2023년 IPCC 6차 보고서 발표 이후 AMOC이 금세기 중으로 멈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IPCC는 2021년 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에서도 해당 내용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총괄 주저자로 실무그룹을 이끌던 이준이 부산대 교수는 그리니엄에 “논문과 자료를 모두 종합한 결과, AMOC이 악화되고 있으나 21세기에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IPCC 발표 이후 AMOC이 2050년 전후로 멈출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쏟아지고 있어 굉장히 우려된다고 이 교수는 밝혔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AMOC이 늦어도 2095년에 멈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작년 7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습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계속 진행된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시나리오가 제작됐습니다.

2018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대와 2021년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연구팀 역시 AMOC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PIK “대서양 해류 시스템 붕괴 ‘시점’ 논의하는 상황” 🌡️

독일 포츠담대 해양물리학 교수 겸 PIK 부소장인 슈테판 람슈토르프 박사 역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람슈토르프 박사는 30여년간 AMOC의 흐름을 연구한 인물입니다.

람슈토르프 박사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전만 해도 AMOC 붕괴 가능성을 놓고 논쟁했다”며 “그런데 현재는 붕괴가 언제 일어날 것인가를 얘기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위트레흐트대 연구진이 말한 10%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경고입니다. 물론 그는 이번 연구 모델이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현재의 염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을 뿐, 그린란드 얼음이 녹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린란드 얼음에서 나온 담수가 북대서양에 유입되는 속도를 고려할 경우 AMOC이 더 빠른 속도로 멈출 수 있다는 것이 람슈토르프 박사의 경고입니다.

기후데이터를 사용한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결과, AMOC의 순환이 적어도 지난 1,000년과 비교해 현저히 느려졌다고 지난 4월 PIK는 밝혔습니다.

당시 기관은 AMOC이 더 일찍 멈추는 것을 막기 위해선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피력했습니다.

 

▲ 북대서양으로 흐르는 해류가 멈출 경우 미국 남동부 해안의 해수면은 최대 1m까지 상승한다. ©NOAA

“추가 연구 필요” AMOC 붕괴 시 韓 피해는? 🌏

AMOC이 붕괴할 시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교수는 그리니엄에 “1차적으로는 미국 동부와 유럽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전반적인 온도 변화로 인해 북반구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수십년간 북극의 얼음은 남쪽으로 서서히 이동해 100년 후에는 영국 남부 해안에 이릅니다.

또 강수대가 변화할뿐더러, 날씨 변동성 역시 예측 불허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한국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간접적인 피해가 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달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 등 주요 기관들이 앞다퉈 AMOC 순환 중단과 관련해 연구를 수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 같은 상황은 너무 과장됐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영화 <투모로우>는 기후변화로 극지방 얼음이 녹아 AMOC 순환이 붕괴한 상황을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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