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빅테크 최초 소형모듈원전 전력구매계약 체결

4세대 SMR 선두주자 카이로스파워, 2030년 첫 가동 목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증가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빅테크 기업 구글이 탈탄소에너지 확보를 위해 소형모듈원전(SMR)로부터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구글은 미국 원자력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의 SMR으로부터 500㎿(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14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최근 주요 외신에서 구글이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원자력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 나온 지 나흘 만입니다.

구글은 이번 계약이 기업으로서는 세계 최초의 SMR 전력구매계약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에너지기후 부문 수석책임자인 마이클 테렐은 “지난 15년간 구글의 청정에너지 여정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테렐 책임자는 “세계 전력망 탈탄소에는 풍력·태양광·배터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들의) 가변성을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첨단기술이 필요하다”고 계약 배경을 밝혔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계약은 미국 SMR의 상업적 건설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카이로스파워, 2030년 첫 SMR 가동 목표 🎯

계약에 따르면,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의 SMR로부터 500㎿ 규모의 전력을 공급받습니다. 통상 500㎿는 소도시 한 곳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입니다. 빅테크 기업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하나에 필요한 전력과도 비슷합니다.

SMR 원자로를 기준으로 대략 7기가 예상된다고 WSJ은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50㎿ 규모의 SMR 원자로 1기를 2030년까지 가동한다는 것이 양사의 계획입니다. 이후 2035년까지 남은 원자로(75㎿ 규모 원자로·6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테렐 책임자는 SMR이 대형 원자력발전소와 비교해 ▲안전성 ▲건설 속도 ▲지리적 유연성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투자가 “장기적인 도박이면서 매우 유망한 도박”이라며 그는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일단 전 세계적으로 확장이 가능해지면, 세계 전력망에 엄청난 이점을 제공할 것”이란 것이 그의 말입니다.

구글 측은 이번 거래 방식이 ‘원자로 단위’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프로젝트 단위가 아닌 개별 원자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프로젝트 투자 비용과 위험성을 낮췄다는 설명입니다. 구글은 “SMR 원자로의 반복 배치를 도움으로써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이로스파워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라우퍼 또한 “(원자로 단위의) 새로운 접근방식은 공사기간 및 비용 증가를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 양사의 구체적인 계약 금액이나 전력 공급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계약 비용을 SMR 건설 전에 선불로 지불할지 또는 건설 후 전력 비용으로 지급하는지에 대해서도 구글 측은 언급을 거부했습니다.

전력 공급 방식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방식은 현재 다양합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의 SMR과 자사의 데이터센터를 직접 연결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SMR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면, 이후 구글이 일종의 전력 공급 실적을 챙기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구글
▲ 미국 원자력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가 개발한 불화염냉각고온로의 실험 시설 모습. ©Kairos Power

구글 선택한 카이로스파워는? “4세대 SMR 선두주자” ☢️

구글은 왜 카이로스파워를 선택했을까요?

카이로스파워는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차세대 원자력 스타트업입니다.

사명의 ‘카이로스(καιρός)’는 고대 그리스어로 올바른·중요한 순간을 의미합니다. 청정에너지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원자력에너지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이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사측은 설명합니다.

현재 카이로스파워는 4세대 원전의 한 방식인 ‘불화염냉각고온로(KP-FHR)’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물 대신 고온에 녹인 소금(용융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용융염원자로(MSR) 방식의 일종입니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경수로형입니다. 덕분에 오염수 배출 우려가 적습니다. 저압에서 가동이 가능해 시설 구조도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카이로스파워는 냉각재로 불화리튬·불화베릴륨 등을 사용합니다. 사측은 해당 소재가 화학적 안정성과 열전도성이 높아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이같은 기술력 덕에 작년 12월 사측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4세대 SMR 원자로 파일럿(시범) 시설 ‘헤르메스’의 건설 허가를 받았습니다. 현재까지 원자력규제위가 승인한 비경수로형 4세대 원전 건설은 카이로스파워의 헤르메스가 유일합니다.

헤르메스는 올해 7월 미국 테네시주에서 건설이 시작됐습니다. 50㎿ 규모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미국 내 SMR 착공 사례로는 테라파워에 이은 2번째입니다.

 

美 에너지부 대폭 지원 덕분…남은 과제는 ‘규제 승인’ ⚖️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설립 후 현재까지 카이로스파워가 조달한 자금은 16만 달러(약 2억 원)에 불과합니다. 원자력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면 턱없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카이로스파워가 성과를 거둘 수 있던 배경에는 미국 에너지부의 전격적 지원이 자리합니다.

에너지부는 2020년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첨단 원자로 시연 프로그램(ARDP)’를 발표했습니다. 프로그램에 선정된 카이로스파워는 7년간 6억 2,900만 달러(약 8,564억 원) 지원을 약속받았습니다.

이번 헤르메스 건설도 ARDP 지원금 중 3억 300만 달러(약 4,127억 원)를 기반으로 진행됩니다.

카이로스파워는 이후에도 여러 시범 시설을 반복 건설하며 원자로 배치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구글 등 향후 고객사에게 더 확실한 비용 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단, 본격적인 원자로 가동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단 전망이 나옵니다.

카이로스파워의 2번째 시범 시설인 헤르메스2의 경우, 아직 원자력규제위의 건설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구글-카이로스파워 계약에 SMR 관련주 급등 📈

한편, 이번 계약 체결 소식 직후 미국 내 주요 SMR 기업의 주식 가격이 급상승했습니다. 비상장 기업인 카이로스파워에 대한 수요가 SMR 상장기업으로 이어진 모양새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뉴스케일파워의 경우 발표 당일(14일) 주가가 하루 6% 이상 상승했습니다.

오클로 또한 하루 사이 주가가 10% 상승했습니다. 오클로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투자한 곳입니다. 이같은 관계성 때문에 오클로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와 계약할 수 있단 기대도 나옵니다.

규제당국도 SMR과 관련해 긍정적 신호를 보냈습니다.

원자력규제위 산하 원자로규제사무소의 안드레아 콕 엔지니어링 부국장에 따르면, 원자력규제위는 향후 5년 동안 25건의 SMR 및 첨단 원자로를 허가할 계획입니다’

같은날(14일) 원자력규제위 대변인 또한 “(위원회는) 신규 원자로에 대한 신청을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검토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입장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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