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기업 테라파워가 미국 내 실증단지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테라파워는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기업입니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테라파워는 미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실증단지 착공식을 열었습니다.
실증단지는 미 서부 6개 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퍼시피코프 내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마련됩니다. 퍼시피코프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소유한 기업입니다.
전력 생산 규모는 354㎿(메가와트)를 목표로 합니다. 이는 약 25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입니다. 2030년까지 실증단지를 완공하고 상업운전까지 돌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테라파워 창업자인 게이츠는 이날 착공식에 참석해 “이 차세대 발전소가 미국의 미래를 움직일 것”이라며 “(미국) 경제와 기후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선 더 풍부한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측은 이날 시작된 공사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건설 허가 전 작업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공사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목적이란 것이 테라파워 측의 설명입니다.
앞서 테라파워는 지난 3월 원자력규제위에 SMR 건설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검토에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SK가 투자한 빌 게이츠의 美 테라파워, 7.5억 달러 규모 자본금 모아” 💰
SMR은 기존 대형 원자력발전소보다 발전용량과 크기를 모두 줄인 소형 원전을 말합니다.
생산 규모가 작고 안정성이 높은 덕에 산업단지 등 전력 수요처 인근에 구축하기 유리하단 장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중국 등 주요 원자력 기술 강국들은 SMR 개발과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 세계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SMR이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상황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의하면, 전 세계 SMR 개발 기업이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만 19억 달러(약 2조 6,170억원)에 이릅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테라파워가 설립 후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만 7억 5,860만 달러(약 1조 450억원)에 이릅니다.
2022년 SK그룹과 SK이노베이션이 테라파워에 투자한 2억 5,000만 달러(약 3,445억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착공식에 참석한 김무환 SK그룹 그린부문장은 “테라파워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와 민간 기업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업화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며 “(사측과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 아닌 나트륨 기반 냉각재 사용, 4세대 SMR 장점은? 🤔
테라파워의 SMR은 원자력 산업의 판도를 바꿀 기술로 평가됩니다.
테라파워가 개발한 SMR은 ‘소듐고속원자로(SFR·Sodium Fast Reactor)’와 용융염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결합된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소듐은 나트륨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원자로 내 연쇄 핵분열 과정에서 다량의 열에너지가 발생합니다. 기존 경수형 원자로는 고온의 핵연료를 하천 또는 바닷물을 통해 냉각합니다. 그만큼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반면, 테라파워의 소듐 고속원자로는 물 대신 액체상태의 나트륨을 통해 효율적으로 냉각시킵니다.
나트륨은 끓는 점이 약 880℃로 높습니다. 열전도율 역시 높습니다. 즉, 효율적 냉각과 운영이 가능하단 뜻입니다.
이처럼 4세대 비경수형 원자로들은 물 대신 나트륨과 같은 액체금속이나 가스 등을 냉각재로 사용합니다. 또 물을 사용하지 않기에 오염수가 발생할 우려도 적습니다. 구조도 단순화할 수 있어 콘크리트나 강철 역시 기존보다 덜 필요하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테라파워, 2030년 상업운전에 40억 달러 필요…“美 에너지부도 지원” 💸
현재 테라파워는 미 에너지부의 ‘첨단 원자로 실증 프로젝트(ARDP)’로부터 지원받아 와이오밍주에 실증단지를 건설 중입니다. 이는 민간 기업이 미국에 첨단 원자로를 시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부의 프로젝트입니다.
와이오밍주의 인구 3,0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인 케머러가 선정된 이유는 비용 편의성 때문입니다. 지역 내 석탄발전소의 기존 전력망 등 기반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 해당 발전소는 오는 2036년까지 폐쇄돼야 합니다.
석탄발전소와 광산에 의존하던 지역사회 역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 역시 테라파워 측의 제안을 대체적으로 환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시설은 2030년 완공과 동시에 상업운전을 목표로 합니다. 사측은 발전소 가동을 위해서는 최소 250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테라파워는 최대 40억 달러(약 5조 5,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중 절반은 미 에너지부가 지원합니다.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레베스크는 “(40억 달러는) 설계와 라이센스에 대한 최초 비용이 포함된 금액”이라며 “이후 건설 비용은 훨씬 저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美 첫 SMR 실증단지 개발 나선 테라파워, 주요 장애물은? 🤔
물론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SMR이 상용화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앞서 미국 내 첫 SMR 개발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뉴스케일파워의 사업이 비용 문제로 좌초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대란의 여파로 사업비가 늘어난 반면, 이를 구매할 여력을 갖춘 전력구매 계약자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미 증권가를 중심으로 뉴스케일파워의 사업이 과장됐단 회의론이 급속하게 확산됐습니다.
더욱이 SMR 가동 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장소도 아직은 미정인 상태입니다.
지난해 원자력규제위 주최로 열린 청문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왔습니다. 이에 에너지부는 지난 5월 사용후핵연료를 통합해 임시 저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테라파워가 직면할 가장 큰 장애물로 연료 조달을 꼽았습니다.
테라파워가 사용하는 특수 농축 우라늄의 유일한 공급 국가가 러시아이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러 양국은 긴장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우라늄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상태입니다. 단, 러시아산 우라늄 공급이 중단되면 원자로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2028년까지 법 적용을 유예받을 수 있습니다.
게이츠 역시 이같은 우려를 인정했습니다. 그는 본인의 블로그에 “최초의 프로젝트는 규모가 크고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미래를 위해선 민간과 공공 그리고 지역사회가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레베스크 CEO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확장이 우선이란 입장입니다. 단,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공급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단 중 하나로 SMR 같은 원전이 필요하단 것.
그는 2021년 미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구동돼야 한다”면서도 “테라파워의 SMR로 보완되는 2050년 전력망을 꿈꾼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