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후공시 의무화를 2026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자율공시가 아닌 법정공시를 실시해야 할뿐더러, 공급망 전체 탄소배출량인 ‘스코프3’ 공시 의무화의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스코프3 공시는 도입 후 일정기간 책임을 유예해야 하며, 측정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후공시 방향 제안’ 토론회에서 이같은 제안이 쏟아졌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녹색전환연구소·그린피스·경제개혁연구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 개최했습니다. 전진숙·민병덕·이소영·김성환·강훈식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5인도 함께 주최했습니다. 현장에는 13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토론회는 국내 기후공시의 방향과 주요 개선사항을 제안하고자 마련됐습니다.
기후공시란 온실가스 배출량 같은 기본 정보에 더해 기후변화에 따른 사업환경 변화나 경영 전략 변화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규정입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기후공시를 시작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것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 10월 2026년 이후로 도입 시기가 돌연 변경됐습니다.
로드맵 늦을수록 도입 늦어 “국가 기후경쟁력 고려해야” 🗺️
기후공시 나아가 ESG 공시를 둘러싼 주요 쟁점 상당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대기업 ESG 부서 실무자는 현 상황이 답답하다고 호소했습니다.
현재 회계기준원이 오는 8월 말까지 의견 수렴을 진행 중입니다. 금융위는 의견 수렴을 기반으로 ESG 공시기준과 시기를 확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금융위의 최종 결정 시점은 여전히 미정입니다. 이 가운데 재계에서는 기후공시를 포함한 ESG 의무공시 도입 시기를 2028년 이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론회 첫 발제자로 나선 신지윤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기후공시) 도입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서문을 열었습니다. 기후대응이란 측면도 있으나 한국의 국가 기후경쟁력 향상이란 시각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전(前)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인 신 전문위원은 해외 투자자들은 투자 시 기후리스크를 중요하게 바라본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투자자들이 국내외 기업의 ESG 정보를 비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신 전문위원의 설명입니다. 기업의 ESG 정보가 빈약하거나 비교가능성이 떨어질 시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확률이 높다고 그는 우려했습니다.
신 전문위원은 “(ESG 공시) 로드맵 결정이 늦어질수록 의무화 시기도 느려진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그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을 시작으로 기후공시를 단계적으로 시작하되, 금융사는 상장 유무와 상관없이 단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언했습니다.
또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명문화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의 선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SG 의무공시 빠를수록 기업 부담 줄어”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기업에게 ESG 공시가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ESG 공시를 제대로 갖춘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수석연구원의 말입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ESG 의무공시가 필수란 뜻입니다. 지난 5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역시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미래 계획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이 있단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의 ESG 정보가 필요한 정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ESG 공시 도입 시기를 늦춘다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반문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사 요청이나 세계 흐름에 따라 기업이 개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어 오히려 기업 부담이 더 증가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공시(의무화)는 빨리할수록 기업의 부담이 줄어든다”며 “법·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일도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회계기준원 법적 지위 보장 ▲금융당국 인력 강화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제언했습니다.

“韓 무역의존도 68.8%, 해외 흐름 민감하게 반응해야” 🤔
기후공시가 국제사회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한국의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사항이 지적됐습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부소장)는 주요국의 공시기준 현황을 비교해 소개했습니다. 유럽연합(EU)·일본·미국·호주·캐나다·중국·싱가포르 등 7곳의 공시기준 현황이 소개됐습니다.
주요국의 기후공시 도입 시점은 이르면 2026년이며,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스코프3 역시 공시 대상입니다.
허나, 한국의 경우 ①보고연도(시행일) ②보고 기업 ③보고 위치 ④보고 시기 ⑤스코프3 포함 유무 ⑥인증 요구 등이 여전히 미정입니다.
지 변호사는 “주요국에서 기후공시 의무화가 표준이 되고 있다”며 “정책도 기업도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재계의 말처럼 기후공시가 아직 이르다면 적어도 EU나 일본처럼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제언입니다.
지 변호사는 이웃나라 일본과 한국의 공시 도입도 비교했습니다. 일본 금융당국은 공시 의무화 시점을 이르면 2027년 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지 변호사는 “수출이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2019년 기준 68.8%로 일본(28.1%)에 2.4배에 달한다”며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총수입에서 중간재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2%로 주요 7개국(G7) 회원국과 비교해 가장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는 일본보다 기후공시 도입이 늦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 변호사의 말입니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일수록 해외 동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대한상의 역시 작년 5월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 및 정책과제’란 보고서에서 “기후 관련 공시가 강화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G7과 주요 20개국(G20) 등 세계적으로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가 의무화되는 추세라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이에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2026년부터 기후공시를 단계적으로 시작하고, 스코프3를 포함한 법정공시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 변호사는 제언했습니다.
자율공시가 아닌 법정공시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업에 유리한 정보만 공시할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지 변호사는 설명했습니다. 또 일시적 면책 조항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부 법 개정이 필요하단 점도 덧붙였습니다.
WRI, 기후공시 향후 30년 의사결정에 결정적 🏦
한편, 세계자원연구소(WRI)는 기후공시가 기업이 기후책임을 지도록 하는 중요한 도구란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재 기후리스크가 전례 없이 가속화될 경우 앞으로 20~30년 간 투자자나 경영자의 의사결정에도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WRI는 설명했습니다.
일찍이 금융위 역시 투명하고 충실한 ESG 공시가 책임투자와 ESG 정책의 출발점이자 근간이란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 변호사는 기후공시를 두고 기업들이 “각자 도생할 것인가 정부가 지원할 것인가, 지원한다면 어떤 부분을 지원할 것인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후공시 방향 제안 토론회 모아보기]
① “한국 기후공시 도입 주요국보다 늦어”
② ESG공시에 스코프3 포함·사각지대 관리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