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억 달러(약 42조원).
2023년 기후테크 기업들이 투자받은 금액을 모두 합친 액수입니다. 이는 전년 대비 30% 감소한 것입니다.
전 세계 기후테크 부문 벤처캐피털(VC) 투자 흐름을 추적하는 미국 클라이밋테크 VC(이하 CTVC)*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2023년 공식문서나 보도자료 등 공개적으로 발표된 VC와 사모펀드 거래만 집계한 것입니다.
CTVC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고금리로 인해 민간 투자 시장이 더 신중해졌다”며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투자가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2024년 금리 인하가 예상될뿐더러 주요국의 성장동력으로 기후테크가 떠오른 점 등은 낙관적이라고 CTVC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CTVC는 “2024년은 기후테크가 실험실에서 벗어나 대규모 배포가 계속될지 판단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작년 10월 사이트라인 클라이밋(Sightline Climate)으로 사명 변경. 현재 CTVC와 공용표기.
IPO·SPAC·M&A 모두 50% 감소…“679개 기업 기후테크 합류” 📊
2023년 기후테크 투자금은 321억 달러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습니다. 전체 투자 거래 건수도 전년 대비 3% 줄었습니다. 거래 건수가 줄어든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입니다.
또 기업공개(IPO)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인수합병(M&A) 모두 전년 대비 약 50% 감소했습니다.
CTVC는 “SPAC 붐이 꺼졌다”며 “기후테크 산업 내 인수합병 거래의 80% 이상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인수합병 자체는 상당수가 소규모였던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기후테크 생태계가 전년보다 더 활발해졌단 것이 CTVC의 분석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기업들이 기후테크 산업에 대거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CTVC에 따르면, 2023년에 기후테크 산업에 새로 합류한 기업은 679개입니다.
전년보다 36% 증가한 숫자입니다. 전 세계 기후테크 기업은 총 2,589개로 집계됩니다.
자동차·수직농장·마이크로모빌리티 업계서 파산·폐업 60% 발생 📉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인해 파산한 기후테크 기업도 잇따랐습니다.
전체 파산이나 폐업의 60%는 자동차와 수직농장 그리고 마이크로모빌리티 등 3개 업종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2023년에 파산 또는 폐업한 기후테크 기업은 총 30곳. 이중 7곳이 자동차 업종에서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초기 전기차 스타트업 중 하나인 로즈타운모터스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작년 6월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또 전기차 부품 개발업체 프로테라(PTRA)는 작년 8월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이 기업은 미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전기차 핵심부품과 함께 전기차 버스 제조 사업을 하던 곳입니다. 허나, 공급망 대란과 비용 상승 여파로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현재 이 기업은 경매에서 볼보가 2억 1,000만 달러(약 2,700억원)에 낙찰받으며 실질적인 인수에 나섰습니다.
자동차 다음으로는 수직농장 업계에서 파산·폐업 신청이 높았습니다.
6개 기업이 작년 한해 파산·폐업을 신청했습니다. 수직농장계 테슬라로 불리던 앱하베스트나 에어로팜이 대표적입니다.
쉘·BP 등 화석연료 대기업 기후테크 기업 인수 적극 나서 💼
주목할 점은 대형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후테크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단 것입니다. 이는 작년을 기점으로 그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예컨대 로열더치쉘(이하 쉘)의 경우 2021년부터 총 7개의 기후테크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지난해 4월 쉘은 미국 전기차 충전기업 볼타(VLTA)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인수 가격은 1억 6,900만 달러(약 2,200억원)에 달했습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는 2021년 미 전기차 충전기업 앰플라이파워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기업은 현재 영국 최대 규모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인 ‘BP펄스’ 산하에 포함됐습니다. BP가 현재까지 인수한 기후테크 기업은 총 5곳입니다.
CTVC는 “대형 화석연료 기업들이 인수를 통해 에너지 전환에 합류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대기업들도 기후테크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습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의 경우 2022년에 총 4개 기후테크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전기차 충전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나 태양광 발전 관리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미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의 경우 주로 기후테크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을 인수했습니다. 2021년 6월 자체 탄소제거 인증서를 발행하는 퓨로어스가 대표적입니다.
2023년 기후테크 전체 투자금 중 24%, 10개 거래서 발생…TOP 5는? 💸
한편, 2023년 기후테크 기업 전체 투자금 321억 달러 중 24%는 상위 10개 거래에서 발생했습니다.
이중 운송 업종이 6개를 차지합니다.
🇸🇪 녹색철강 기업 H2그린스틸|16억 달러 조달
지난해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기후테크 기업은 스웨덴 녹색철강 기업 H2그린스틸(H2GS)입니다. H2GS는 작년 9월까지 16억 달러(약 2조 1,000억원)를 조달했습니다.
2020년 설립된 이 기업은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철강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스웨덴 최북단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에 나섰습니다. 일명 ‘보덴제철소’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16억 달러 조달(12억+4억 달러)
그다음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가 16억 달러를 투자받아 공동 1위에 올랐습니다. 노스볼트는 작년에만 총 2차례의 걸쳐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캐나다 국민연금과 블랙록 등이 당시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노스볼트는 현재 캐나다 퀘벡주에 ‘노스볼트 식스’로 명명된 기가팩토리 건설에 돌입했습니다. 해당 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이와 별개로 작년 11월 노스볼트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핵심광물을 쓰지 않은 차세대나트륨이온배터리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 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머터리얼즈|10억 달러 조달
미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머터리얼즈가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조달해 2위에 올랐습니다. 작년 9월 시리즈 D 라운드에서 투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 투자에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참여했습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1,000만 달러(약 135억원) 상당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밖에도 작년 2월에는 미 에너지부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원) 상당을 지원받아 네바다주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 증축에 나섰습니다.
🇫🇷 배터리 기업 베르코어|9억 달러 조달
프랑스 배터리 기업 베르코어는 작년에 9억 달러(약 1조 1,100억원)를 조달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기업은 2025년까지 첫 번째 기가팩토리 가동을 위해 준비 중입니다.
🇬🇧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에너지|8억 달러 조달
같은해 영국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에너지는 8억 달러(약 1조 500억원)를 조달해 4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업은 데이터 머신러닝(ML) 플랫폼 ‘크라켓(Kraken)’을 전 세계 5,000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 배터리 기업 하이티움|6.2억 달러 조달
중국 고정식 배터리 제조업체 하이티움(Hithium)은 6억 2,100만 달러(약 8,100억원)를 모금해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시 자금 조달을 통해 EH2는 그린수소 업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습니다.
[2024년 기후테크 전망 모아보기]
① 2023년 기후테크 투자 전년 대비 30% 감소…빅3 업종서 변화 관측
② 2023년 기후테크 전체 투자 중 24%, 상위 10개 거래서 발생
③ 기후테크 전문 투자사·기업인 등 15人이 전망한 2024년 기후테크 미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