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 고조” 세계 기후테크 업계 3분기 자금조달 규모 하락세

넷제로인사이트, 보조금 등 자금흐름 광범위 추적

올해 3분기(7~9월) 전 세계 기후테크 기업들이 유치한 자금 규모가 최소 137억 달러(약 18조 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직전 분기 174억 달러(약 23조 원)와 비교해 37억 달러(약 5조 원)가량 줄어든 겁니다. 거래건수 역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금 규모와 거래건수가 모두 줄어든 이유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언급됐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기후테크 투자 생태계의 불안감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포르투갈 시장조사기관 넷제로인사이트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3분기 기후테크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기관은 2022년부터 분기별로 기후테크 현황을 집계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14일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기관은 올해에만 기후테크 업계가 총 868억 달러(약 117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3년 830억 달러(약 112조 원)과 비교해 소폭 상승한 겁니다.

넷제로인사이트는 “(기후테크 업계의) 완전한 회복세가 아직 요원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분기(4분기)에 괄목할 만한 반등이 필요하다고 기관은 강조했습니다.

 

 

보조금·부채조달 등 기후테크 자금흐름 광범위 추적 🔍

넷제로인사이트의 데이터 집계 방식과 분류체계는 다른 업체들과 다릅니다.

먼저 기후테크가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6가지 목표 중 하나 이상에 기여해야 한다고 기관은 정의합니다. 해당 목표에 적합한 기후테크 업체는 기관이 자체적으로 만든 10개 분류체계에 따라 구분됩니다.

추적하는 기후테크 자금 규모 역시 다른 업체들보다 방대한 편입니다. 예컨대 미국 시장조사기관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벤처캐피털(VC)이 투자한 금액만 봅니다. 피치북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넷제로인사이트는 기후테크 업체가 받은 정부 보조금과 부채조달까지 광범위하게 추적해 집계합니다. 업체가 각종 대회에서 수상해 받은 상금도 포함됩니다.

집계에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 같은 ‘엑싯(Exit)’만 제외됩니다.

 

▲ 퍼보에너지는 미 남부 유타주에 지열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9월에는 1억 달러 규모의 토지담보대출도 받았다. ©Fervo Energy

초기 기후테크 업체 투자·거래건수 ↑…지열·핵융합 꼽혀

기관별 기후테크 분류체계와 데이터 수집 방법론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 기관이 내놓은 기후테크 자금흐름 데이터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보조금이나 부채조달의 경우 발표와 달리 실제로 받지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1월 유럽투자은행(EIB)은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에게 약 9억 유로(약 1조 3,3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경영난에 시달리는 노스볼트는 금액 상당 부분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넷제로인사이트의 집계 데이터는 분기별로 일부 조정됩니다.

그럼에도 공통된 지점은 있습니다.

기후테크 생태계 내 자금조달 규모는 줄어든 반면, 시드·시리즈 A 등 초기 업체로의 투자와 거래건수는 증가했다는 겁니다. 이 가운데 후기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투자와 거래건수는 줄었습니다.

기후테크 업계의 전통 강자인 에너지와 운송 부문으로 자금 상당수가 흘러갔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기관은 3분기 업계의 주요 단어로 ‘지열에너지’와 ‘핵융합’을 꼽았습니다.

지난 9월 미국 지열에너지 개발업체 퍼보에너지가 1억 달러(약 1,350억원) 규모의 토지담보대출(브리지론)을 받은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독일 핵융합 기업 마블퓨전과 미국 잽에너지 등이 잇따라 자금을 조달한 점도 언급됐습니다.

 

3분기 기후테크 보조금 ‘에너지·산업·순환경제’로 흘러가 💰

3분기 기후테크 업계 보조금 상당수는 ①에너지(36.8%) ②산업(14.9%) ③순환경제(13.9%) 부문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넷제로인사이트는 “산업 탈탄소화와 순환경제 모델을 통한 지속가능한 접근법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보조금 대다수는 초기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에게 집중적으로 지급됐습니다. 보조금 지급 건수로는 미국 에너지부가 76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유럽혁신위원회(EIC)가 32곳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보조금 지급 현황을 살펴본 결과, 두 기관은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수소연료전지 개발 부문에 주로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테크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의 경우 에너지(36.2%)와 산업(22.7%) 부문에서 주로 열린 것이 확인됐습니다.

예컨데 록키마운틴연구소(RMI)는 철강·시멘트·화학 등 산업군의 탈탄소화를 지원할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지난 8월 출범한 바 있습니다. 이들 산업은 기술혁신 없이는 탈탄소화가 어려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석유 기업 CVC 투자 활발…빅테크 업체는? 🤔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들의 투자 역시도 활발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석유 기업 산하 CVC들의 투자가 활발했다는 겁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 산하 아람코벤처스, 로열더치쉘 산하 쉘벤처스가 3분기에만 각각 4건씩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아람코벤처스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전력망 업체에 투자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쉘벤처스는 주로 탄소포집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피치북 역시 쉘벤처스 등 거대 석유 기업들이 잇따라 기후테크 산업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단 점을 짚은 바있습니다. 인수합병이나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기후테크를 자사의 배출량 감축에 활용하겠단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활발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넷제로인사이트는 “(CVC가 참여한) 투자 상당수는 북미와 유럽에 집중돼 있었다”며 “호주 등 다른 지역으로 투자를 확대하려는 경향도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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