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공식 수락한 가운데 북미 기후테크 업계 역시 조직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리스 후보와 관계자 모두 최근 유세에서 기후정책을 크게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그 아래에서는 지지세력이 결집하는 모양새입니다.
온라인 전문매체 악시오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VC)과 투자자들이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창설했다고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전했습니다.
일명 ‘카멀라를 위한 기후(Climate for Kamala)’란 이니셔티브입니다.
8월 초에 조직된 기후테크 이니셔티브입니다. 해리스 후보 측 기후고문과 캠프 수석재무책임자 역시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①로워카본캐피털 ②컨그루언트벤처스 ③MCJ콜렉티브 ④오비어스벤처스 ⑤엘리멘달 액셀러레이터 등 유명 투자사의 최고경영자(CEO)나 파트너들이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모두 북미 기후테크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는 곳들로 유명합니다.
현재 해리스 대선 캠프 측에 250만 달러(약 33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뉴욕기후주간에 맞춰 대규모 모금행사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소 500만 달러(약 66억원)를 모금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 등 주요 경합주(스윙스테이트)에서도 모금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이니셔티브 측은 덧붙였습니다.
美 기후테크 업계가 해리스 후보 지원 나선 까닭은? 🤔
기후테크 업계가 자체적인 이니셔티브를 조직해 해리스 후보를 지원하려는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당선될 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폐지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기자동차·배터리 등 청정기술 업계는 미 대선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을 계기로 최근 투자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2022년 8월 발효된 IRA는 향후 10년간 에너지안보와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3,690억 달러(약 492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WSJ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통과된 IRA가 북미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장기화 추세에 접어들자 기후테크 스타트업 상당수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IRA 같은 기후정책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 이니셔티브의 목표입니다.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해선 어느 때보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이들의 말입니다.
그중에서도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고탄소업계는 정부 지원 없이는 탈탄소화가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다른 하나는 대선을 맞아 기후테크 업계 역시 미 정치권에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후테크 전문투자사 오버추어 공동설립자 겸 파트너인 쇼믹 두타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 당시 대서양 중부 지역의 재무책임자를 역임했습니다.
당시 그는 정치 기술 기업인 ‘하이그라운드랩스’를 공동설립했습니다.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캠페인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이번 해리스 후보를 위한 이니셔티브 창립에도 참여했습니다.
“기후테크 산업이 떠오르고 있으나 창업가들 사이에서 정치적 역량과 잠재성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두타 파트너의 말입니다.
“대담한 ‘행동’ 강조한 해리스 캠프…美 청정기술 우선” ⚗️
해리스 후보가 실제로 기후테크 업계를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해리스 후보의 경제고문인 브라이언 디스가 국제관계 평론지 포린어페어스에 발표한 기고문을 통해 일부 예상할 수는 있습니다. 디스 고문은 IRA의 주요 설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미국이 개발도상국에게 청정기술 구입 자금을 대출함으로써 전 세계 기후대응을 가속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계획안을 소개했습니다. 개도국이 미국의 청정기술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한 기후리더십 확대에도 대응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물론 이 제안이 실현되기 위해선 상원·하원 모두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일단 해리스 후보 측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IRA를 더 적극적으로 이행하려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난 21일 미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해리스 후보 측은 IRA의 성과를 강조하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재생했습니다.
해리스 측 기후고문인 아이크 어비가 전당대회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담한 행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말한 대담한 행동에는 ▲청정에너지 경제 구축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에너지안보 보장 ▲공중보건 보호 등이 포함됩니다.
어비 고문은 “오염자에게 책임 묻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024년 美 대선 속 ‘기후유권자’ 이니셔티브 등장 🗳️
기후테크 산업계만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내 주요 기후환경단체와 싱크탱크 역시 자체적인 이니셔티브를 구상했습니다. 일명 ‘기후유권자(Climate Voters)’ 이니셔티브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이니셔티브는 기후유권자를 전면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니셔티브는 “이번 선거를 통해 함께 말하고 돈을 쓰는 핵심 기후정책을 추진하기를 원한다”며 “통합된 기후유권자의 목소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합니다.
기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후문제에 관심 없는 중도층과 유권자를 모두 끌어들이는 것이 이곳의 목표입니다. 현재 주요 경합주와 의회를 대상으로 기후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해리스 후보 캠프 역시 기후유권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양새입니다. 해리스 후보 역시 자체 대선 캠프 홈페이지를 통해 기후유권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해리스 후보와 러닝메이트(부통령)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선출을 위해 대규모 기후행사를 주최할 것이라고 소개돼 있습니다.
단, 구체적인 행사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