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기업 로열더치쉘(이하 쉘)이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온워드(Onward)’를 출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후테크 투자 전문이자 벤처인 온워드는 에너지 전환 및 기후문제 해결을 목표로 합니다.
28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온워드는 에너지 탄력성과 기후탄력성 강화를 목표로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출범했습니다. 쉘이 운영하던 초기 벤처 투자사 ‘스튜디오 X(Studio X)’의 사명이 바뀐 것입니다.
기존 스튜디오 X가 석유화학 업계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춘 반면, 온워드는 기후대응 기술 전반으로 범위를 넓혔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기후 혁신 생태계를 연결한단 구상입니다.
“나이키 CSO가 멘토링하는 기후테크 액셀러레이터 오는 4월 접수 마감” 📅
사측에 따르면, 이번 사명 및 전략 개편과 함께 5명이 창립 회원으로 자문위원회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아누셰흐 안사리 엑스프라이즈재단 최고경영자(CEO), 노엘 킨더 나이키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등이 포함됐습니다.
자문위는 경영진과 협력해 연구와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정보를 제공하고, 스타트업 전문 액셀레이터 프로그램에서 실무 멘토링을 진행합니다.
온워드는 사명 변경 전인 스튜디오 X 때부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2020년부터 18개 기업을 대상으로 총 320만 달러(약 42억원)을 투자했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올해부터는 신생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일명 ‘온워드 액셀러레이터’로 명명된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 담당자인 맥스 그레이는 “사전 시드나 시드 범위에 있는 초기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연령 및 국적 제한 없이 신생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라면 모두 지원 가능합니다.
2024년 온워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오는 4월까지 접수가 진행됩니다. 신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집니다. 이후 심사를 거쳐 이르면 5월에 발표됩니다. 온워드는 “일반적으로 7개에서 최대 12개 스타트업을 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핵심광물·에너지 저장 등 기후 혁신 기술 위한 ‘혁신 연구소’도 상시 운 🧪
아울러 온워드는 사내 혁신 연구소를 통해 에너지 전환에서 ‘문샷(Moonshot)’을 달성하겠단 포부도 내비쳤습니다. 1969년 미국의 달착륙 프로젝트인 아폴로계획에서 비롯된 용어입니다.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연구나 도전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스코프3 계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핵심광물 ▲물산업 ▲해양 모델링 ▲에너지 저장 등 6개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찾고 있다고 온워드는 밝혔습니다.
6개 분야에서 혁신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갖춘 기업가나 과학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제안서를 접수하면 됩니다. 제안은 상시 접수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온워드는 “(사내 혁신 연구소에서) 제안서 내 아이디어의 실행 가능성과 기술 등을 평가한다”며 “프로토타입(시제품) 제작과 실증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아이디어에만 머물던 기후대응 기술을 시장에 빠르게 내놓는 것이라고 사측은 강조했습니다.
2050 탄소중립 선언한 쉘, 기후테크 산업에 관심 기울인 이유는? 🤔
쉘이 산하 벤처 투자사를 기후테크 전문으로 탈바꿈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운 쉘이 신(新)성장동력으로 기후테크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기후테크 투자 흐름을 추적하는 ‘사이트라인 클라이밋(구 CTVC)’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쉘은 총 7개 기후테크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대형 화석연료 기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입니다.
예컨대 작년 3월 쉘은 미국 전기자동차 충전기업 볼타를 1억 6,900만 달러(약 2,2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는 쉘의 연구개발(R&D) 비용 급증과도 연결됩니다. 쉘에 따르면, 사측은 2022년 한해에만 R&D로 10억 6,700만 달러(약 1조 4,250억원)를 지출했습니다. 전년 8억 1,500만 달러(약 1조 880억원)보다 늘어난 것입니다.
또 전체 R&D 예산 중 약 41%가 탈탄소화 기술개발에 투자됐습니다. 산업 부문 전기화, 바이오연료 개발 등이 예시로 언급됐습니다.
여기에는 DAC(직접공기포집) 시설 개발도 포함됩니다. 쉘은 네덜란드·인도 연구진과 함께 미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에 DAC 파일럿(시범) 설비를 구축 중입니다. 해당 설비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2030년까지 신규 화석연료 개발할 쉘…“기후테크 투자 ‘그린워싱’ 지적도” 🏭
그러나 온워드를 비롯한 쉘의 계획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쉘이 기후테크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자체가 화석연료 생산량 급증에서 대중의 이목을 빼앗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입니다.
지난 26일 영국 일간 더가디언과 탐사보도 매체 드릴드의 공동 보도에 따르면, 온워드에 올라온 자료 상당수가 석유·천연가스 추출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매체가 온워드에 올라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온워드에 올라온 구인광고 상당수도 화석연료 시추와 연관돼 있었습니다. 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작년에 선발된 한 스타트업은 석유화학 기업과 일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쉘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취임한 웨일 사완 신임 CEO는 2030년까지 신규 화석연료 생산에 계속 투자하겠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럿거스대학교 저널리즘학과 교수인 멜리사 아론치크는 이같은 상황을 우려합니다.
아론치크 교수는 화석연료 업계를 ‘트로이 목마’에 비유했습니다. 기존 화석연료 업계가 이익 보호를 위해 기후테크를 악용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한편, 지난해 11월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또한 온워드(당시 스튜디오 X)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온워드에 따르면, 18개 기업 중 11개 기업은 지난해 11월 선정됐습니다. 11개 기업에 약 150만 달러(약 20억원)가 투자됐습니다.
악시오스는 “이같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서 나온 스타트업들의 성공률이 적을뿐더러, 자본금도 낮다”며 “온워드가 말하는 ‘혁신’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