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제거 기술 촉진 위한 프런티어 펀드, 2024년 13개 업체와 신규 계약 체결

계약 규모만 약 27만 톤…2377억원 규모 투자

탄소제거(CDR)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프런티어 펀드(Frontier Fund)’.

초기 개발 비용이 높은 탄소제거 업체와 사전구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시장 형성을 주도하는 방식입니다.

2022년 5월 출범해 구글 모기업 알파벳·JP모건체이스(JP모건)·메타 등 9개 기업이 참여 중입니다.

이들은 2030년까지 탄소제거에 10억 달러(약 1조 3,485억원)를 지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금은 현재 핀테크 업체 스트라이프 자회사인 프런티어가 운용 중입니다. 기금 운용과 별개로 탄소제거 기업과 이를 필요로 하는 업체를 연결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7일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프런티어 펀드가 체결한 계약 규모만 3억 4,560만 달러(약 4,66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탄소제거 크레딧 계약 규모로만 따지면 63만 5,199톤에 이릅니다. 이중 4,158톤이 프런티어 펀드 참여 기업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바이오매스 기반 탄소제거 및 저장(BiCRS)’에서 나온 크레딧 1,666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프런티어 측은 “탄소제거 산업은 초기 단계에 있다”며 “(크레딧이) 일부 전달이 늦어지거나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런티어 펀드, 2024년 13곳 업체와 계약 체결 🤝

프런티어 펀드와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업체는 탄소제거 상태가 최소 1,000년 이상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또 자사의 기술력이 탄소제거 비용을 톤당 100달러(약 13만원)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는 실행 가능한 로드맵도 제시해야 합니다.

탄소제거 비용 톤당 100달러 미만은 업계의 지향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시에 자사의 탄소제거 기술력의 확장성과 잠재력이 높다는 점도 입증해야 합니다.

프런티어는 초기 업체와는 소량으로 사전구매계약을 체결하거나 연구개발(R&D)을 지원합니다. 대규모 확장을 준비 중인 업체와는 합의된 가격만큼 장기구매계약을 체결합니다. 이 경우 구매자들에게는 계약한 만큼의 탄소제거 크레딧이 제공됩니다.

올해 10월까지 프런티어 펀드 투자한 업체는 총 43개입니다. 지난해(18곳)와 비교해 올해는 13곳에 그쳤습니다. 물론 하반기에 추가로 투자가 더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합니다.

13곳에 투자된 금액은 1억 7,630만 달러(약 2,377억원)에 이릅니다. 계약된 탄소제거 크레딧 규모만 27만 7,474톤입니다.

 

 

▲ 올해 10월까지 프런티어 펀드가 투자한 탄소제거 업체는 총 43개다. 이중 13곳은 2024년에 투자가 이뤄졌다. ©그리니엄

“프런티어와 대규모 계약 체결한 탄소제거 업체는?” 🤔

엑스트라(1,050톤)이나 플럭스(1,142톤) 등 신생 탄소제거 기술개발 업체들이 프런티어와 올해 계약을 맺었습니다. 미국 탄소광물화 업체 엔빌의 경우 아직 로고도 없는 업체이기는 하나, 357톤 규모의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엑서지와도 올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333만 톤 규모의 탄소제거 계약을 맺은 업체입니다. 단, 프런티어와의 계약에서는 별도 탄소제거 크레딧 구매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기업별 구체적인 계약액수는 상당부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1만 톤 이상 비교적 대규모 탄소제거 계약을 맺은 업체는 13곳 중 3곳이었습니다. 계약 규모별로 ①볼티드딥 ②280어스 ③카본런 순입니다.

 

🇺🇸 볼티드딥|15만 2840톤 추가 계약

볼티드딥은 동물 분뇨·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폐기물을 1,000년간 격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업체입니다. 유기성폐기물을 지하 깊숙한 곳에 영구 격리함으로써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 배출을 막을 수 있다고 사측은 설명합니다.

기술력 자체는 여러 방면으로 증명된 업체입니다. 볼티드딥은 비영리재단 X프라이즈가 추진 중인 ‘카본 리무벌(Carbon Removal)’ 대회 결선에 오른 20곳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볼티드딥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캔자스주 2곳에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사측은 2023년 가을에 프런티어와 사전구매를 체결했습니다. 1,666톤 규모의 탄소제거 크레딧입니다. 이는 올해 프런티어를 통해 투자한 기업들에게 모두 각기 나누어 전달됐습니다.

이에 프런티어는 올해 볼티드딥과 5,800만 달러(약 796억원) 규모의 신규 사전구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약 15만 2,840톤 규모의 크레딧을 2027년까지 전달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 280어스|6만 1571톤 신규 계약

280어스는 구글의 혁신 연구소인 구글X(문샷 팩토리)에서 2022년 분사해 설립된 곳입니다.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에 DAC 설비를 건설 중입니다. 자체 개발한 화학 흡착제를 사용해 대기 중에서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고 사측은 이야기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280어스는 DAC 설비를 데이터센터와 연결하려 한단 겁니다.

탄소포집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온 물을 데이터센터에 냉각수로 공급할 수 있다고 사측은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DAC 설비가 건설 중인 오리건주 인근 구글 데이터센터에 부산물로 나온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프런티어 역시 280어스의 기술력과 잠재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이에 프런티어는 280어스에 약 4,000만 달러(약 54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계약한 탄소제거 크레딧 규모만 6만 1,571톤입니다.

 

🇨🇦 카본런|5만 5442톤 추가 계약

프런티어 측은 캐나다 탄소제거 업체 카본런과 최근 추가 탄소제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규모만 5만 5,442톤에 이릅니다. 계약 액수는 2,540만 달러(약 342억원)입니다.

카본런은 2022년 설립된 캐나다 기업입니다. 알칼리 기반 해양 탄소제거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수소이온농도지수(pH) 높은 강과 하천에 석회석 가루를 뿌려 알칼리성을 향상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강의 산성도를 낮춰 탄소흡수능력을 높인다는 말입니다.

프런티어는 카본런과 지난해 이미 1,291톤 규모의 사전구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프런티어는 “북유럽은 산성비 문제를 이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며 “산성화된 강에 (석회석을 뿌리는) 관행은 연어와 조개 개체수 회복 등 생태계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대규모 계약에서는 카본런이 톤당 탄소포집 비용을 100달러 미만으로 낮출 수 있는 단기 로드맵을 제시한 점이 높게 평가됐습니다.

또 연어 등 강 생태학 분야에서 전문지식이 결합한 유일한 기업일뿐더러, 캐나다 지역사회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프런티어, 캡처6와 1000톤 규모 사전구매계약 체결 💸

현재까지 프런티어 펀드가 한국 등 동아시아 탄소제거 업체와 계약을 맺은 사례는 전무합니다.

물론 한국과 아예 연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9월 프런티어 펀드는 미국 DAC(직접공기포집) 스타트업 캡처6와 사전구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녹색기후기금(GCF) 출신인 박형건 씨가 부사장으로 있습니다.

캡처6는 2021년 12월 설립된 미국 기업입니다. 농축수(소금물) 하수처리장이나 해수담수화 시설을 DAC와 결합하려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금물을 기반으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가장 우수한 물질 ‘수산화나트륨’을 비용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이를 가지고 대기 중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동시에 염산·리튬·수소 등 상업적 가치가 있는 부산물을 생산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국내 수자원 기업 부강테크와 한국수자원공사와 공동으로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실험 설비(테스트테드)도 구축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사측이 현재까지 투자받은 금액은 1,470만 달러(약 198억원)에 이릅니다. 지난 3월 미국 에너지부 역시 캡처6의 기술 잠재력을 보고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습니다.

프런티어는 “(캡처6는) 입증된 기술을 사용할 분더러, 다양한 산업 공정에 유연하게 통합하여 금속이나 깨끗한 담수 같은 부산물을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햇습니다.

이에 프런티어는 캡처6로부터 1,000톤 규모의 탄소제거 크레딧 사전구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러닝타이드의 경우 2023년 주목해야 할 해양 탄소제거 기업 10곳 중 하나였다. 이곳은 올해 6월 자금난으로 인해 폐업했다. ©Running Tide

“탄소제거 공급량 수요 초월…전략 갖춘 곳만 생존 전망” 🌐

한편, 탄소제거 산업을 두고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산업계가 위태롭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근 몇 년간 탄소제거 크레딧 공급량이 수요를 초월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6월 해양 기반 탄소제거 스타트업 러닝타이드가 돌연 폐업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러닝타이드는 MS와 쇼피파이 등 굵직한 기업과 탄소제거 계약을 맺은 업체였습니다.

마티 오들린 러닝타이드 설립자 겸 대표는 자발적 탄소시장(VCM) 내 낮은 수요로 인해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이어 “대규모 탄소제거에 필요한 수요를 충족할 시장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초기 기술개발에 많은 돈이 필요할뿐더러, 신뢰성 검증 등에 드는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8월 블룸버그통신 역시 이같은 점을 상세하게 전한 바 있습니다. 800개가 넘는 탄소제거 업체가 설립된 상황 속에서 시장 창출이 안 될 경우 대다수 기업이 러닝타이드와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란 것이 매체의 분석입니다.

프런티어 펀드 책임자 겸 스트라이프 기후책임자인 낸 랜소호프 역시 현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랜소호프 책임자는 “향후 몇 달, 몇 년 안에 (러닝타이드 같은) 폐업이 더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러닝타이드의 폐업은 초기 (탄소제거) 생태계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재의 공급 과잉이 시스템 결합이 아니라 산업 초기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점이라고 짚었습니다. 랜소호프 책임자는 우후죽순 생겨난 탄소제거 업체들 중 생존전략을 갖춘 기업들만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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