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처캐피털 프로펠러(Propeller)가 직접해양포집(DOC) 등 해양 기후테크 스타트업 14개에 투자했습니다. 14개 중 8개는 해양 기반 탄소포집 기술을 연구하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로펠러 공동설립자이자 파트너인 브라이언 핼리건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투자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핼리건 파트너는 마케팅 소프트웨어 기업 허브스팟의 공동창업자이자 전(前) 최고경영자(CEO)입니다.
2022년 10월 설립된 프로펠러는 해양 기반 기후테크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프로펠러는 설립 당시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핼리건 파트너도 유한파트너(LP)로 참여했습니다.
기후투자서 해양 부문 1% 불과…해양 기후솔루션, 온실가스 최대 35% 감축 🌊
해양은 인간이 유발한 모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3분의 1을 흡수했습니다. 여기에 해양 기반 기후테크가 빠르게 개발되면 파리협정 1.5℃ 목표 달성에 필요한 배출량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단 연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9월 ‘지속가능한 해양경제 고위급패널’의 최신 연구 결과, 7가지 해양 기반 기후솔루션이 1.5℃ 목표 달성에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량의 최대 35%를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①연안 및 해양생태계 보전·복원 ②해양 기반 재생에너지 확대 ③해상 운송 탈탄소화 ④해양 관광 탈탄소화 ⑤지속가능한 해양 기반 식량 생산 확대 ⑥해양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 중단 ⑦해양 기반 탄소제거·저장 활용 등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 기후테크 투자 중 해양 분야에 흘러가는 비중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비영리단체 블루마린재단(BMF)에 의하면, 2021년 기후테크 산업으로 흘러온 수십억 달러 중 해양 부문 투자금은 1%에 그쳤습니다. 같은기간 자연기반솔루션(NBS)에 3% 이상 투자금이 흘러간 것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입니다.
“유니콘 기업은 잊어라, ‘일각고래 기업’ 나와야” 🐋
이에 문제의식을 느껴 등장한 투자사가 프로펠러입니다. 프로펠러는 기후대응을 위해선 해양 기반 기후테크가 빠르게 개발돼야 한단 입장입니다.
나아가 해양 기반 기후테크 기업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시점이라고 프로펠러는 강조합니다. 프로펠러는 이를 일각고래에 비유합니다. 일각고래는 차가운 북극해에 사는 중형고래입니다.
뿔처럼 보이는 뾰족한 엄니가 최대 3m까지 길어져 ‘바다의 유니콘’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핼리건 파트너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가장 어려운 일을 이미 바다가 하고 있다”며 “해양 기후테크 기업 중에서도 일각고래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해양 기술과 기후대응의 판도를 바꿀 기업을 찾는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후 핼리건 파트너는 펀드 조성 당시 성명을 통해 “해양 탄소제거, 조류 포장, 해상풍력, 담수화, 선박 탈탄소화 분야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피력한 바 있습니다.
“초기 기후테크 기업 전문 투자”…세계 최대 해양 연구소가 투자 심사 참여 🧪
사측은 회사 규모가 50만~200만 달러(약 6억 6,000만~26억원)인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위주로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로펠러 관계자는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 중 상당수가 자사의 ‘해양 MBA’ 과정을 이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프로펠러가 투자한 기업들은 미 우즈홀해양과학연구소(WHOI)가 기술부터 사업화 가능성까지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최대 해양 연구기관인 WHOI는 프로펠러 1억 달러 펀드 지분의 4%를 보유한 파트너사입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프로펠러가 투자를 단행한 해양 기반 기후테크 기업은 총 14곳. 단, 기업별로 구체적으로 얼마가 투자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또 2곳은 스텔스 모드*기업으로 회사명이나 소재지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기업이 9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캐나다(2곳)와 이스라엘(1곳) 순이었습니다.
*스텔스 모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를 일정 기간 비밀로 유지하는 스타트업을 뜻한다.
프로펠러가 투자 기업 중 상당수 탄소제거 전문 기술개발, 그 이유는? 🤔
눈여겨볼 점은 프로펠러가 투자한 기업 14곳 중 8곳(스텔스 기업 포함)이 해양 기반 탄소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란 점입니다.
또 탄소제거 촉진을 목표로 하는 ‘프런티어 펀드(Froniter Fund)’가 이미 사전구매를 약속한 기업도 2곳이나 포함됐습니다.
이에 대해 로드리고 프루덴시오 프로펠러 파트너는 “해양은 탄소포집의 슈퍼 영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프루덴시오 파트너는 아마존 ‘기후서약기금(Climate Pledge Fund)’ 공동 창립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프로펠러 또한 “탄소제거가 차세대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에브카본|美 국립연수소와 직접해양포집 실증 실험
에브카본(Ebb Carbon)은 직접해양포집 기술을 연구 중인 스타트업입니다. 바닷물에 전기자극을 가해 산성수와 알칼리수를 분리하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해양산성도를 낮추는 동시에 해양 탄소흡수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단 구상입니다.
에브카본은 구글 내부 혁신 서비스를 연구하던 구글X와 테슬라 전(前) 경영진이 2021년 공동설립한 곳입니다. 현재 미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PNNL)와 협력해 실증 실험 중입니다.
프로펠러는 에브카본에 대해 “기가톤(Gt) 규모의 해양 기반 탄소제거가 가능하다”며 “규모나 비용경제성 면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스타트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 반유카본|프런티어 펀드 360톤 배출권 사전구매…“햇빛으로 탄소포집”
2022년 문을 연 반유카본(Banyu Carbon) 또한 직접해양포집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에브카본과 다른 점은 햇빛을 이용해 해수를 용해해 탄소만 분리한단 것. 분리된 탄소를 영구 격리하거나 산업계가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입니다.
지난해 프런티어 펀드가 반유카본으로부터 360톤 규모의 배출권을 사전구매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프로펠러는 반유카본이 적은 에너지로 탄소제거가 가능하단 점에 주목했습니다. 대개 탄소포집을 위해선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반면, 반유카본은 비교적 적은 에너지로도 탄소포집이 가능하단 것. 또 포집한 탄소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 카본런|수중생태계 복원 + 탄소제거…“실행에서 가장 두각 드러낸 곳”
캐나다 스타트업인 카본런(Carbon Run)은 알칼리 기반 해양 탄소제거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반유카본과 마찬가지로 프런티어펀드가 배출권을 사전구매한 스타트업 중 한 곳입니다. 사전구매계약 규모는 약 1,291톤입니다.
앞선 기업들과 달리 카본런은 해양 및 하천생태계 복원에 중점을 둔 곳입니다. 알칼리성 암석을 강이나 바다에 뿌려 산성도를 낮추고, 탄소흡수능력은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프로펠러는 “카본런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솔루션을 배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탄소제거 작업에 있어서도 다른 기업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향후 10년 안에 기가톤 규모의 탄소제거와 수중생태계 복원이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리윈드어스|흑해 해저에 바이오매스 격리 연구
리윈드어스(Rewind Earth)는 프로펠러가 투자한 기업 중 유일하게 북미 지역이 아닌 스타트업입니다. 이스라엘에 위치한 기업으로 2022년 설립됐습니다.
프로펠러와 리윈드어스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만나 투자까지 진행됐습니다.
리윈드어스는 육지에서 나온 바이오매스를 해저에 영구 격리하는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현재 흑해 수심 2㎞ 무산소 구역에 격리하는 것을 구상 중입니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터키, 조지아 등 흑해 인접국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리윈드어스는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MRV(측정·보고·검증) 체계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런티어 펀드가 연구개발(R&D) 명목으로 25만 달러(약 3억원)를 투자한 바 있습니다. 최근 영국 탄소크레딧 기업인 슈퍼티컬(Supertical)이 리윈드로부터 배출권을 사전구매했다고 밝혔습니다.
리윈드어스는 올해 여름에 첫 실험을 진행한단 계획입니다.
프로펠러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흑해의 작은 지역에 저장할 수 있단 리윈드어스의 아이디어와 기술에 주목했다”고 밝혔습니다.
🇺🇸 아쿠아틱랩스|정확한 탄소제거 위해선 대규모 해양 데이터 수집 필요
한편, 작년에 보스턴에 설립된 아쿠아틱랩스(AQUATIC LABS)도 눈여겨볼 스타트업입니다. 이 스타트업은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자인 앨런 애덤스 박사가 설립했습니다.
현재 아쿠아틱랩스 해양 기반 탄소제거 활성화를 위한 감시시스템과 MRV 체계를 개발 중입니다. 대규모 해양 데이터 수집을 위한 기술과 방법론도 만들고 있습니다.
프로펠러는 “해양 산업의 경우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아쿠아틱랩스가 이 퍼즐의 큰 조각을 풀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아쿠아틱랩스의 기술이 탄소제거 시장을 넘어 연안 감시나 수중생물 환경DNA(eDNA)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