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공개했습니다. 기후변화 및 식량안보를 이유로 ‘유전자 교정 작물’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어난 상황입니다.
EU 집행위는 지난 5일(현지시간)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조치(Ensuring resilient and sustainable use of EU’s natural resources)’로 명명된 정책 패키지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 겸 그린딜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제안은 기후행동의 필요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건강한 토양은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물을 보유해 가뭄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이어 “새로운 게놈기술의 안전한 사용은 살충제를 덜 쓰는 기후탄력적인 작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정책 패키지에는 크게 ▲토양 모니터링법 ▲유전체신기술(NGT) 식품 규제 완화 ▲식품폐기물 감축 ▲섬유폐기물 감축 등이 포함됐습니다.
EU 집행위 ‘천연자원 지속가능 이용 조치’…“유럽 그린딜 일환” ⚖️
EU 집행위는 이번 정책 패키지가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의 중요 축인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린딜은 2050년 기후중립과 지속가능한 산업 환경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EU는 무분별한 천연자원 소비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합니다. 기후적응, 식량안보, 물안보, 자원안보 등을 모두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보장하고 생태계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단 것이 EU의 설명입니다.
또한 EU 집행위는 이번 정책 패키지가 “신순환경제실행계획(NCEAP)’에 명시된 바와 같이 천연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패키지는 EU의 입법 절차에 따라 유럽의회 및 EU 이사회와의 협의가 필요한 만큼 실질적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천연자원 지속가능 이용 조치’ 속 핵심 내용은? 🤔
EU 집행위가 내놓은 정책 패키지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조치’는 주로 토양과 농업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주요 탄소흡수원이 토양을 복원하고, 이를 돕는 방식으로 농업을 전환하는 정책이 담겼습니다.
더불어 식품 및 섬유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정책도 포함됐습니다. EU 집행위는 “(식품 및 섬유폐기물이) 한정된 천연자원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1️⃣ 토양 모니터링법: “토양 환경 개선이 기후대응의 핵심” 🚜
EU 집행위는 정책 패키지에서 ‘토양 모니터링법(Soil Monitoring Law)’을 제안했습니다. 앞서 EU 집행위는 2006년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프랑스와 독일 등의 반발로 통과가 무산됐습니다.
토양 모니터링법은 이름 그대로 EU 내 토양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합니다. 크게 ▲표준화된 토양감시체계 구축 ▲지속가능한 토양 관리 표준화 ▲오염부지 식별·조사· 해결 등이 포함됐습니다.
EU 집행위에 의하면, 27개 EU 회원국 전체 영토의 61%가 비료 등으로 인해 건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EU 집행위는 역내 토양 환경 개선을 위해 회원국 및 민간의 여러 토양데이터를 수집·결합할 계획입니다. 전유럽 토지이용조사인 ‘토지이용현황조사(LUCAS)’의 토양 데이터와 유럽 지구관측 시스템인 코페르니쿠스 위성데이터 또한 데이터 수집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렇게 통합된 데이터는 ▲가뭄·저수·침식 추세 파악 ▲재난 예방 및 관리 ▲농산물 수확량 증대 방안 개발 등에 활용됩니다.
한편, EU 집행위는 이들 데이터가 정밀농업이나 재생농업 같은 지속가능한 농업기술의 개발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 NGT 작물 규제 완화: “기후탄력해충 저항성 가진 작물 필요” 🧬
더불어 ‘유전체신기술(NGT·New Genomic Techniques)’ 농산물 규제도 완화됩니다. NGT 작물은 세포에 있는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 염기서열 일부를 바꾼 ‘유전자 가위’ 기술이 활용된 것을 말합니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과 NGT 작물은 엄연히 다릅니다. GMO는 외부 생물의 유전자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반면, NGT는 작물 자체 세포 내 유전자나 자연 교배될 수 있는 작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편집합니다.
쉽게 말해 GMO가 인위적으로 조작한 돌연변이라면, NGT는 자연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단 돌연변이란 것. 다만, EU에서는 그간 NGT 작물에 대해서도 GMO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 왔습니다.
앞으로 EU는 기존 식물과 비슷하거나 자연적인 교배 방식으로 육종된 NGT 작물에 한해서 기존 GMO 규제에서 제외할 방침입니다.
물론 NGT 작물 중에서도 자연 교배가 불가능한 종이 유전물질을 가져오거나, 복잡한 교배 방식을 거쳤다면 기존 규제가 적용됩니다. 또 어떤 방식으로 육종됐든 판매 시 NGT 작물을 알리도록 표기해야 합니다.
EU 집행위는 NGT를 통해 작물의 기후탄력성과 해충 저항성을 강화할 수 있을 뿐더러, 탄력적이고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이를 두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NGT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4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EU 집행위에 전달한 상태입니다. NGT가 10년밖에 되지 않은 기술일뿐더러, 안전성과 효과성 모두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3️⃣ 식품폐기물 감축: 2030년까지 1인당 식품폐기물 30% 감축 목표 제시 🌽
이번 정책 패키지에는 법적 구속력 있는 식품폐기물 감축 목표도 포함됐습니다.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식품 가공·제조 단계에서 식품폐기물 10% 감축 ▲가정과 레스토랑 등 식품 소매·소비 단계에서 식품폐기물 1인당 30% 감축이 목표치로 제시됐습니다.
EU 집행위는 “(역내에서만) 연간 5,900만 톤의 식량이 폐기되고 있다”며 “1인당 평균 131㎏의 식품이 폐기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1,320억 유로(약 188조원)로 추정됩니다.
이어 EU 집행위는 이 목표를 통해 식량안보 향상은 물론 식품으로 인한 환경영향 감소를 기대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달성 방안은 회원국이 자국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단 단서가 달렸습니다.
4️⃣ 섬유폐기물 감축: ‘EPR’ 도입으로 재활용 활성화 기대 👟
섬유폐기물 감축을 위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도 도입됩니다.
이는 작년 3월 EU 집행위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순환 섬유를 위한 EU 전략’ 내 섬유폐기물 재사용·재활용 부문 가속화를 위해 제안됐습니다.
의류·신발·가구 등 섬유 제품 생산자는 섬유폐기물 처리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현재 프랑스 등 일부 EU 회원국은 섬유 산업에 EPR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고려 중입니다.
EU 집행위는 해당 제안의 배경으로 섬유 소비가 기후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식량, 주택, 이동수단에 이어 4번째로 크단 점을 꼽았습니다. 무엇보다 섬유 생산이 물·토지 사용,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U의 연간 섬유폐기물은 1,260만 톤에 달합니다. 그중 단 22%만이 재사용·재활용을 위해 수거되고 있다고 EU 집행위는 덧붙였습니다.
섬유 제품 생산자가 지불해야할 EPR 분담금은 섬유의 환경영향에 따라 책정됩니다. EU 집행위는 이를 통해 EU 섬유업계의 재활용성 개선과 중고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섬유 재활용 및 섬유 부문 순환성 향상을 위한 혁신기술 연구개발(R&D)을 촉진한단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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