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퍼센트포인트) 인하하는 ‘빅컷(Big Cut)’을 단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내려갔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약 4년 반만입니다.
이 가운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기후테크 산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최대 금융그룹인 JP모건의 북미 에너지시장 책임자인 루시 브래시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2010년 JP모건에 애널리스트로 입사했고 현재는 에너지 시장 투자와 분석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브래시 책임자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후 업계에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연준의 발표가 나온 이튿날(9월 19일) 미 뉴욕에서 클린테크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고 말했습니다.
브래시 책임자는 “(콘퍼런스장의) 분위기가 굉장히 활기찼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투자자·대표 등 기후테크 업계 관계자들이 청정에너지 내 자금 흐름 전망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고금리 속 기후투자 위축…프로젝트 중단·폐업 잇따라 💰
고금리로 인해 최근 몇 년간 투자 시장은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됐습니다.
기후테크 업계도 이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사이트라인 클라이밋은 올해초 “2023년 고금리로 인해 민간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블룸버그NEF(BNEF) 역시 고금리로 인해 지난해 기후테크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는 점을 짚은 바 있습니다. 그해초 연 4.5%에서 7월에 연 5.5%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BNEF는 “고금리로 프로젝트 비용이 늘며 투자 프로젝트가 많이 중단됐다”며 “작년 스타트업 전반에서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35%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올해 투자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BNEF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전 세계 기후테크 투자 규모는 220억 달러(약 29조원)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줄어든 것입니다.
폐업 역시 잇따랐습니다. 일례로 이동형 배터리저장장치(ESS) 개발 스타트업 목시온파워가 자금조달 문제로 올해 9월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북미 최대 가정용 태양광 업체도 경영난 속 자금조달에 실패해 문을 닫았습니다.
JP모건 관계자, 연준 기준금리 인하 후 업계서 변화 감지 🔔
고금리로 시장이 위축되자 투자자들은 더 면밀한 실사를 진행했습니다.
초기 투자사인 컨그루언트밴처스 공동설립자인 아벨 요켈은 향후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기반으로 투자를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기후테크 생태계 내 투자 환경이 다시 변화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 JP모건의 설명입니다.
최근 JP모건은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상정해 투자자 5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시 수익성이 없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87%가 “(기준금리 인하 시)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브래시 책임자는 올해초 기후테크 업계도 수익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투자업계의 말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조사 결과를 두고 “업계에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며 “매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SOSV 창립자, 대형 기후테크 프로젝트 발표 잇따를 것 🏗️
기후테크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인 SOSV 설립자 겸 총괄 파트너인 숀 오설리반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SOSV는 초기 기후테크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기후테크 업계 투자 규모로는 미국 내에서 2위를 차지합니다.
오설리반 파트너는 고금리 시장 속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2022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투자자들이 업체들에게 잇따라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덕에 투자자들의 실사가 비교적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설리반 파트너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를 인하한 빅컷 덕에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로 향후 수천억 달러가 더 흘러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기에 연준이 올해말까지 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만큼, 투자 액수 역시 더 늘어날 것이란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그는 “(업계가) 이전에는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서 묻혀놓았던 프로젝트를 다시 내놓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몇 달간 세계 각지에서 대형 기후테크 프로젝트들이 쏟아질 것이란 것이 오설리반 파트너의 분석입니다.
구체적으로 지속가능항공연료(SAF), 탄소제거 시설 건설 등이 거론됐습니다.
이들 기술은 높은 초기 투입 비용으로 인해 프로젝트 상당수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美 대선 결과 ‘불확실’…“중간 역할 맡을 기업 눈여겨 봐” 🔍
사이트라인클라이밋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후테크 업계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관은 “풍력·태양광·ESS 같은 자본집약적 프로젝트들의 자금조달이 더 쉬워졌다”며 “금리 인하는 부채 상환 비용을 낮춰 청정에너지 개발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까지 업계에 누적된 드라이파우더만 820억 달러(약 113조원)에 달합니다. 이중 절반 정도가 2024년 1분기에 모였습니다. 드라이파우더는 당장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자금을 말합니다.
물론 불안요인도 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입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계기로 기후테크 산업계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화당 측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청정에너지가 아닌 화석연료 개발을 주요 경제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이에 일부 기후테크 투자사들은 트럼프 측 상대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오설리반 파트너는 에너지 전환이 구체화함에 따라 기후테크 산업의 본질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에너지 산업 전반을 대체하고 수익성이 높은 스타트업 대신, 전환 과정에서 작지만 꼭 필요한 연결 고리를 도맡을 수 있는 스타트업을 주시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